
6일 직장인들의 메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앞 한 편의점.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입구부터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한눈에 봐도 평범한 편의점은 아닐 것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계산대와 캐셔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지하철 개찰구를 빼닮은 출입구가 우두커니 자리했고, 천장엔 수십개의 CCTV 카메라가 매달린 풍경은 매우 생소했다.
이곳은 GS25가 한국인터넷진흥원, AI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와 협력해 지난 5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AI 기반 스마트 편의점 ‘GS25 DX LAB 가산스마트점’(이하 가산스마트점)이다. 스마트폰 QR코드 등을 통해 입장하고 원하는 상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이른바 ‘테이크앤고’(Take&Go)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GS25 가산스마트점의 운영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신용카드를 전용 게이트에 꽂아 결제 정보를 인식시키고 점포에 입장하면 60대의 딥러닝 AI 카메라가 고객 위치를 추적한다. 동시에 상품 매대 별로 장착된 총 190여개의 센서가 무게 변화를 감지하고 상품 이동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다. 이후 클라우드 POS는 AI 카메라와 무게 감지 센서의 정보를 통합 분석해 고객의 소비가 종료되는 시점에 어떤 상품을 얼마나 골랐는지 최종 판단하고 결제 금액을 산정한다. 고객은 선택한 물건을 들고 게이트를 빠져나오기만 하면 쇼핑이 완료되는 구조다.
18평 규모의 편의점 내부는 일반 점포 진열대와 별반 다를 것 없다. 1000여 종류 상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데, 바로 이 지점이 AI 기반 스마트 점포의 기술력이 깃들어 있는 대목이다. 손목 관절의 움직임까지 추적하는 ‘포즈 에스티메이션‘ 기술 덕분에 빈틈없는 진열대에서도 선택 물품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를 구현하는 장비는 전용 3D 카메라보다 5분의1 수준으로 저렴한 2D CCTV용 카메라라는 점 역시 가산스마트점의 경쟁력이라는 평가다.
가산스마트점 관계자는 “딥러닝 기반 이미지 트래킹 및 추론 기술이 이 점포의 핵심 키”라며 “3D 카메라보다 훨씬 저렴한 2D 카메라를 활용해 비용 절감까지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반에 내재된 센서는 2~30g 수준의 가벼운 상품까지 무리 없이 인식한다“고 덧붙였다.

이론적으론 미래 공간에 성큼 다가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 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오류를 3번이나 직·간접적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출입 인증부터 결제 금액, 상품 인식 등 오류 종류도 각기 달랐기에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매장이 붐비는 시간대에 여러 상품을 동시에 짚는 상황이나 무인점포인 점을 악용해 출입구를 높이 뛰어서 오고 가는 경우 등 나름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허점은 아쉬웠다.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GS25 관계자는 “매장 입장을 현재는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상품을 구매하면서 겪은 상품 인식 오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제육볶음 도시락(4500원)과 박카스(1000원)를 짚어 들고 출구를 빠져나와 결제 금액을 확인한 결과 정상 금액(5500원)보다 2000원이나 비싼 75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박카스를 고르면서 두어 차례 다시 내려놓았던 탓에 박카스 상품이 3개로 인식돼 버린 것이다.
이용자 반응도 엇갈렸다. 오류 없이 결제를 마친 한 고객은 “편리하고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힌 반면, 일부 손님은 “다른 무인 편의점에 비해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운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당 고객은 입구에서부터 결제수단 인증이 안돼 매장 입장도 해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던 참이었다.
최근 유통 업계에 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만큼 오류 축소 및 정확성 개선이 시급했다. 다만 딥러닝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점포 운영을 지속할수록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와 함께 향후 남은 과제는 소비자로부터 스마트 매장 인식을 보편화하는 일이다. 현장에서 만난 함명원 파인더스에이아이 대표는 “현재 정확성의 한계는 있지만 스스로 학습하면서 발전할 것”이라며 “스마트점 입구에서부터 고객이 헤매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함 대표는 “아직 전 세계 기업 어디도 최적화된 솔루션을 선보이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GS25는 가산스마트점에 적용된 리테일테크 솔루션을 고객의 소비 경험에서 나아가 운영 효율화 및 매출 극대화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고객의 다빈도 구매 상품 및 이동 동선 분석 자료는 향후 타깃 마케팅과 재고량 최적화를 위한 자동 발주 시스템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손원빈 GS25 뉴컨셉전개팀 팀장은 이와 관련 "출입 인증부터 자동 결제까지 전 과정을 관장하는 자체 클라우드 POS 구축을 통해 스마트 편의점 전개, 기술 상용화 시점을 대폭 앞당겨 가고자 한다"며 "가맹점의 운영 편의와 효율화를 위한 첨단 기술을 보급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디지털 쇼핑 경험을 제공해 가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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