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세 막되, 실수요자 알아서 배려”…‘갸우뚱’ 정부지침에 은행들 “난감하네”
실수요자 대출 심사 전담 조직 운영
긍정 vs 부정 대출 규제 완화 놓고
전문가들 견해 온도차
최근 두 달 가까이 계속 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권이 이제 앞다퉈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 추이를 살피면서도 실수요자를 배려하라는 금융당국의 모순적 주문에 은행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하고 있다.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자는 보유주택 매도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원칙적으로 신용대출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지만,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 연 소득의 150%(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일부터 시행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1억원’ 규제에도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억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같은 날 KB국민은행도 보도자료를 통해 가계대출 규제 예외에 해당하는 실수요자 조건을 안내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1주택 소유 세대의 서울 등 수도권 신규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막았다. 하지만,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을 사는 경우나 대출 실행일 기준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사는 경우 등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당일 매도·매수가 이뤄져야 하는 신한은행 예외 조건과 달리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의 허용 범위가 넓다.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도 최대 1억원으로 묶였지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빌리는 경우 연간 1억원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지난 3일부터 중단한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다음달 말 이후 재개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역시 결혼, 직장·학교 수도권 이전 등의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건을 소개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공통적으로 대출 실수요자 피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 조직’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갭투자 등 투기 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실수요자 보호가 매수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이들은 대출 규제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변화로 인해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택 시장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금융당국이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 지침이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고 교수는 이어 “금감원장이 자율성을 내세운다고 해도 은행들이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지 않을 것이고, 규제 지침이 빨리 정리돼야만 주택 구매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달간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거래량 감소와 가격 상승 폭 축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실수요자 예외 조항이 과열된 매수 분위기를 다소 진정시킬 수 있다고 전망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거래량이 소폭 감소하고,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가격 상승 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몇 달간 과열된 서울 주택 시장의 거래량 감소가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실수요자들이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예상치 못한 대출 규정 변화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심사 강화 기조는 지속되고 있지만, 은행별로 다르게 적용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충분한 자금 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거래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미리 계획하지 못하면 거래에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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