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쌀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한국산 쌀이 대체재로 급부상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산 쌀 22톤이 일본에 수출되기로 확정된 가운데, 이 중 2톤이 열흘 만에 모두 팔려나가면서 현지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일본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과 도쿄 코리아타운 등지에서 한국산 쌀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농협은 추가로 10톤의 쌀을 더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 일본 쌀값, 54년 만에 최고치…폭등 배경은?
일본 쌀값은 2025년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92.1%나 폭등했다. 이는 1971년 이후 54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률이다. 5kg 포대당 평균 가격이 4,214엔(약 4만2천 원)에 달하며, 고급 쌀의 경우 60kg당 2만8,050엔(약 25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폭등의 원인으로는 2023년 기록적 폭염에 따른 고품질 쌀 생산량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밀 가격 급등,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쌀 소비 증가, 그리고 가격 인상을 노린 사재기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산 쌀, 일본 시장에서 ‘구원투수’로 부상
이례적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산 쌀이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현지 농협 온라인몰과 아마존, 도쿄 신오쿠보 등에서 판매된 한국산 쌀은 배송료 포함 4kg당 4,104엔, 10kg당 9,000엔으로 일본산 쌀과 비슷한 가격에 책정됐다. 4월 초 수출된 2톤이 열흘 만에 완판되자, 농협은 즉각 10톤을 추가로 선적했고, 나머지 10톤도 출하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번에 수출된 쌀은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의 ‘땅끝햇살’ 브랜드로, 품질과 신선도 면에서 일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35년 만의 최대 수출…K-푸드 위상까지
한국산 쌀이 일본에 정식 판매용으로 수출된 것은 1990년 이후 35년 만의 일이다. 2011~2012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구호용 수출을 제외하면, 이번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관세 장벽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낮았던 한국산 쌀이, 최근 상황 변화로 대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수출은 단순한 식재료 거래를 넘어, K-푸드의 위상과 브랜드 신뢰도를 일본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일본 정부, 쌀값 잡기 총력…한국산 수입은 계속될까
일본 정부는 쌀값 급등을 잡기 위해 비축미 방출, 유통 개선 정책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상기후와 수요 증가, 사재기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쌀값 안정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 확대도 검토 중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산 쌀이 틈새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할 만큼 대규모 수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병존한다.
▶▶ 일본 쌀시장, 앞으로의 변수
일본 쌀 시장은 앞으로도 이상기후, 국제 곡물가, 관광객 유입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한국산 쌀 완판 사례는 글로벌 식량 시장에서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자, 국내 농산물의 해외 판로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일본 내 쌀값이 안정될지, 한국산 쌀의 인기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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