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맛집을 꿸 정도로 달렸다, 18kg이 사라졌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트레일러닝 하는 친구들이랑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는데 제가 살이 쪄 헉헉거리며 힘들게 오르내리자 놀리는 겁니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모멸감이 느껴졌어요. 당시 체중이 98kg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박 실장은 2018년 서울 남산 도로에서 사이클을 타다 뒤에서 오는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왼쪽 어깨뼈가 부러져 수술까지 받았다. 그 후 트라우마가 생겨 여섯 대나 되던 자전거를 다 팔았다. 거의 매일 타던 자전거를 안 타니 체중이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던 2020년 친구들 놀림을 받은 뒤 걷고 달린 것이다.
지난해부터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3월 한 마라톤 대회에서 42.195km 풀코스에 처음 도전했다. 그는 “날 테스트해보고 싶었는데 힘들어 32km지점에서 포기했다”고 했다. 4월 하프마라톤을 1시간47분28초에 완주했다. 그리고 11월 풀코스를 4시간46분28초에 완주했다. 풀코스 첫 완주다.
박 실장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일찍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2005년 미국 뉴욕대에서 MBA를 할 때부터 복싱을 시작했다. 귀국해 시티은행, 애플에 마케팅 매니저를 하면서도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너무 격한 운동이 부담이 돼 40세를 넘긴 어느 순간 복싱을 그만뒀다. 어릴 적 좋아했던 영화배우 브루스 리의 절권도를 시작했지만 흥미를 끌지 못했다. 약 7년 전부터 사이클을 탔고 재미를 붙였다. 거의 매일 탔고 친구들이랑 1박2일 강원도 삼척에서 경남 고성에서 동해안을 일주하기도 했다. 그런데 큰 사고를 당하면서 자전거 트라우마가 생겼고, 결국 마라톤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매일 달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겨울엔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깜깜하고 추워 달리기가 싫어지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모든 일련의 장애를 걷어내고 달리면 몸에 열이 오르고, 기분이 좋아지죠. 달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이겨내면 성취감을 느끼고 건강도 따라오죠. 마라톤에서 인생을 느낍니다.”
한강공원과 남산 북측 산책로를 주로 달린다. 그는 “한강은 평지라 오르막을 달리고 싶을 땐 남산을 찾는다”고 했다. 남산 북측 산책로는 왕복 약 7km 코스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훈련 코스로 유명하다. 박 실장은 주말엔 10~15km 장거리를 달린다. 3월 17일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는 그는 “대회를 앞두고는 주말에 30~35km를 달린다”고 했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30km 이상을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이 필수다.
“처음엔 자전거를 타고 팔당댐까지 가면서 놀랐죠. ‘차를 탄 게 아닌 내 두 다리로 페달을 밟고 이렇게 먼 곳까지 가다니…’ 자랑스러웠습니다. 지금은 달려서 30km를 넘게 갑니다. 제가 더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달리기는 자전거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어요. 금전적 부담도 적죠. 무엇보다 운동 효과가 좋아요. 자전거 탈 땐 살이 잘 안 빠졌는데 달리니 확 빠졌어요. 다이어트에 최고입니다.”
“주말엔 제가 설득해 뛰고 있는 대학 친구들이랑 주로 달립니다. 과거 함께 자전거 탔던 멤버들인데 달리기로 끌어들였죠. 함께 달리는 것도 목적이지만 한강 주변 맛집을 정해놓고 그곳까지 달려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이제 한강 근처 맛집, 카페 등은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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