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을 잡아라" LIG넥스원, KAI 인수 나서나?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예상보다 빠른 사퇴를 선언하면서 방산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부 소유 기업인 KAI의 민영화가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거죠.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 26.41%, 국민연금공단이 9.29%의 지분을 보유한 준공기업입니다.

그동안 KAI 사장은 대선이 끝날 때마다 예비역 장군이나 전직 관료들이 '낙하산' 형태로 임명되는 게 관례였죠. 5억원대 연봉에 3년 임기를 보장받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공군사관학교 30기 출신인 강구영 사장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포럼'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죠.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단순한 정권 교체 차원을 넘어 KAI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 조직 혼란 가중


강 사장의 재임 기간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취임 직후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했는데, 3개월 사이 20여 명의 임원이 자리를 떠났죠.

이들의 빈자리는 공군 출신과 강 사장의 지인들로 채워졌습니다.

이런 무분별한 지인 채용은 조직 문화를 크게 훼손시켰습니다.

심지어 채용된 예비역 공군 장성 중 일부는 갑질 의혹으로 지역 노동지청에서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죠.

더 심각한 문제는 보안 관리 부실이었습니다.

KAI는 방위산업 기술 보호 통합실태조사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고,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 내부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강 사장이 이들의 선처를 위한 탄원서까지 검찰에 제출했지만, 정작 인도네시아는 약속한 KF-21 분담금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임 사장 후보들, 또 다른 낙하산 논란


후임 사장으로는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선임행정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11월 이재명 당 대표의 국방산업특보로 활동하기도 했죠.

하지만 업계 반응은 썩 좋지 않습니다.

방위사업청장을 역임한 인물이 방산기업 사장에 취임한다면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거든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직 중인 류광수 전 부사장도 거론되지만, 친정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방산업계에서는 보은성 인사보다는 발 빠른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민영화 과정을 주도할 적임자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죠.

한화 vs LIG넥스원, 본격 2파전 구도


현 정부에서 KAI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2파전 구도가 유력합니다.

두 회사 모두 이미 KAI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을 통해 육해공 방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만약 KAI까지 인수한다면 명실상부한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탄생하는 셈이죠. 특히 KF-21과 관련된 핵심 기술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분야의 강자로서 항공 분야 진출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그것이 방산업계 균형 발전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두 회사의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전을 넘어 한국 방산업계의 미래 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인수전의 교훈, 이번엔 다를까


KAI 민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한화와 LIG넥스원 모두 방산 전문기업으로서 KAI와의 사업 연관성이 높고, 정부도 방산업체 간 통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화가 KAI를 인수할 경우의 우려는 시장 독점입니다.

이미 강력한 방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화가 항공기 분야까지 장악하면 다른 업체들의 성장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한화는 현재 오스탈, 필리조선소 등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KAI 인수에 필요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LIG넥스원의 전략적 포지셔닝과 자금 조달


LIG넥스원은 꾸준히 KAI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유도무기 분야인데, 정작 유도무기의 항전장비와 엔진, 레이더 등은 한화 계열사가 담당하고 있죠.

방산업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LIG넥스원이 항공 분야를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수자금입니다. 업계에서는 KAI의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 지분을 매수하는 데 약 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LIG넥스원 혼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LG그룹의 참여 가능성입니다.

LG 계열사가 70%, LIG넥스원이 30%의 자금을 분담한다면 인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LIG넥스원은 2년 전부터 인수 준비를 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자동차, 풍산 등이 지분 참여 방식으로 인수를 검토했지만 무산됐다"며 "2년 전부터 인수 준비를 해온 LIG넥스원이 인수한다면 한화와 함께 방산 2강 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KAI 민영화는 한국 방산업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LIG넥스원이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한화가 방산업계를 독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