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풍 AI 이미지 재미·의미 없어”…지브리 스튜디오 의장 첫 의견 표명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일명 ‘지브리풍 인공지능(AI) 이미지’를 두고 스즈키 도시오 지브리 스튜디오(지브리) 공동창립자 겸 의장(78)이 “의미도, 재미도 없다”며 “AI가 지브리를 모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즈키 의장은 6일 공개된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지난해 지브리풍 AI 이미지 열풍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어떤 종류의 애니메이션은 AI로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지식만 있다면 전부 꿰뚫어 보게 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취재 요청이 매우 많았지만 모두 금방 질릴 것으로 생각해 전부 거절했다”며 “결국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스즈키 의장은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5)과 함께 ‘지브리 왕국’을 세운 창립 멤버다. 지브리 작품 제작을 총괄하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3월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모델 ‘챗GPT-4o’ 출시를 계기로 지브리 애니메이션 화풍의 이미지 만들기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인물 사진을 주고 ‘지브리풍으로 바꿔달라’고 명령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속 캐릭터와 흡사한 이미지가 뚝딱 출력됐다. 당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고 있다”고 우려할 만큼 챗GPT 신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편에서는 챗GPT가 지브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브리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 지난해 11월 지브리와 반다이 남코 등 일본 콘텐츠 기업이 회원으로 있는 콘텐츠 해외유통협회(CODA)가 오픈AI에 “회원사 콘텐츠를 AI 학습에 허락 없이 활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지만, 지브리 측 인사가 따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즈키 의장은 AI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모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토토로’(<이웃집 토토로>의 캐릭터)의 배를 누르면 들어가는, 겉보기에는 단순한 움직임이 컴퓨터그래픽(CG)이나 AI로는 재현되지 않는다”고 예를 든 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와 컴퓨터, AI는 궁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디지털 작업 대신 종이에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만들면서는 스마트폰은 물론 신문과 TV를 보지 않는 등 외부 정보를 일체 차단했다. 스즈키 의장은 “미야자키 감독은 애초에 생성형 AI의 존재를 모른다. 내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면 싫어한다”며 “하지만 그의 작품은 현대사회에 깊이 꽂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네 번째 은퇴를 번복하며 선보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후 미야자키 감독의 차기작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스즈키 의장은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만들 수 있을지는 별개다. 그것은 신체의 문제”라면서도 “여러 가지 이상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미야자키 본인도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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