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계좌 급증…개별종목 투자 대비 경제지식 습득, 금융투자 이해도 향상 유리

최근 용돈을 주식 계좌에 넣는 등 10대들의 투자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운 유행 상품으로 급부상해 주목된다. 삼성전자 등 개별 우량주를 모으기 바빴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ETF 투자는 단순히 주식을 사고 모으는 것에 비해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 습득과 금융 투자에 대한 이해도 향상에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수익률·종목 토론하는 초등학생들, 전문가 “금융문맹 탈출에 긍정적 현상”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매수를 위해 교육을 받은 10대 투자자는 1861명으로 상반기(671명) 대비 약 3배 가량 늘었다. ETP는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상품을 통칭하는 용어로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중 레버리지 ETP는 코스피200, 나스닥100 등 기초지수의 하루 변동 폭을 일정한 배수(보통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2배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1% 상승할 시 2%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투자 수익 외에도 경제 전반의 지식을 습득하고 투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보탬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히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하는 수동적 방식이 아닌 자신이 직접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투자 대상을 고르는 등 주체적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 정아현 양(여·13세)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종목 비중이 놓은 ETF를 샀다”며 “학교에 가면 친구들끼리 ‘이번에 이거 샀다’, ‘수익률이 어떠냐’ 등과 같은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고 말했다.

정 양의 어머니 김진희 씨(여·47세)는 “우리 때는 부모님이 예·적금 통장을 만들어주시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과 같이 월급으로만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장기적으로 우량한 ETF 계좌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에게 ‘우리가 이런 분야의 기업들에 투자를 했다’고 설명해주니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브랜드나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등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 이민석 군(남·12세)은 투자 활동은 이미 또래들 사이에서 흔한 일상이라고 전했다. 이 군은 “부모님이 반도체 ETF 투자 계좌를 만들어 주셔서 명절 세뱃돈이나 삼촌들에게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넣고 있다“며 “주변에 ETF투자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10대들의 ETF 위주의 투자 활동은 수익률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주식거래 고객 약 240만명(원금 100만원을 초과한 투자자)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2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약 1년 간 10대 이하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47.7%에 달했다. 전 연령대 중 70대(58.8%)와 60대(50.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0대 이하 연령대의 계좌 개설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이들의 주요 투자처 대부분이 ETF였다”며 “부모가 자녀의 경제 교육과 자산 형성을 위해 변동성이 큰 개별 주식보다는 우량한 ETF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를 권유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TF 위주의 투자 이후 주식 투자를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수익률도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고 덧붙였다.
미성년자 시기의 투자 활동은 세금 측면에서도 비교적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미성년 자녀들은 10년마다 20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다. 특히 증여세 과세 기준이 증여 시점의 시가로 한정돼 이후 증권 계좌를 통해 발생한 주식 평가 차익에 대해서는 추가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3개 증권사의 미성년자 명의 계좌 개설 수는 지난해 12월 3만4590좌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1만1873좌)과 비교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과하지만 않는다면 미성년자 시기의 투자 경험은 향후 성인이 된 후에도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높은 수익률만을 쫓는 투자만 철저히 경계한다면 어린 시절부터 투자를 접하는 것은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산 관리의 기초를 다지는 이른바 ‘금융 문맹’ 탈출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며 “부모들은 아이가 본업인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건전한 투자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속적인 가이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최근 미성년자들의 주식 투자 방식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나?
A. 과거에는 삼성전자 같은 개별 우량주를 모으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시장 흐름을 따르는 ETF(상장지수펀드)나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레버리지 ETP 등으로 투자처가 다양해졌다.
Q2. 미성년 투자자들이 전 연령대 중 상위권의 수익률(약 47.7%)을 기록한 주요 원인은?
A. 부모의 주도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피하고 유망한 산업 위주의 ETF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높은 수익률의 비결로 분석된다.
Q3. 자녀 명의의 주식 계좌를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점과 주의할 점은?
A. 10년마다 2000만원까지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증여 후 발생한 투자 수익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과도한 변동성 추구로 인해 근로 가치를 경시하거나 학업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부모의 올바른 금융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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