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면 중량이 국물 라면보다 많은 뜻밖의 이유

여름이면 생각나는 라면. 삼겹살이나 채소들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 비빔면은 여름엔 1초에 5개씩 비벼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이드 없이 라면만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 1개 끓이면 좀 부족하고, 2개는 좀 많다는 거다. 유튜브 댓글로“비빔면은 왜 1.5배 라면이 안 나오는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비빔면은 국물 라면보다 면이 얇고, 국물도 없어서 하나로는 뭔가 아쉬운데 오뚜기의 설명은 이렇다.

[오뚜기 관계자]
"국물 라면은 이제 국물과 어울리는 면이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서 잘 풀리도록 개발한 면발이고요. 비빔면 같은 경우는 저희가 찬물에 헹구잖아요, 찬물에 헹궈지니까 아무래도 일반적인 국물 라면에 있는 면발보다는 조금 (얇다는) 차이가 있을 것 같네요."

비빔면은 면발이 얇아야 빨리 냉각되고, 식감이 살아나는 걸 감안했다는거다. 다 좋은데 비빔면은 1개는 적고, 2개는 많은 애매한 양이라서 비빔면의 양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도 많은데 1.5배 증량은 정말 어려운걸까?

비빔면 회사들 얘길 들어보면 결국엔 원가 절감으로 귀결된다. 일단 오뚜기 쪽의 설명.

[오뚜기 관계자]
"(비빔면 면발을 뽑는) 별도의 기계가 있는 건 아니고 면발을 뽑을 때 (중량은) 설정을 할 수가 있는데, 다만 원가 때문에 기업에서 조금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더 많은 양을 드리면 좋겠지만 판매 금액 자체가 더 늘릴 수는 없는 그런 상황이니까요..."

오뚜기 진비빔면은 처음부터 팔도비빔면보다 용량이 20% 늘어난 156g으로 비빔면을 출시했다. 오뚜기의 경우엔 공정상 면발을 1.5배 이상도 뽑아낼 수는 있지만, 원가 문제로 용량을 더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면도 면이지만 액상스프도 늘려야하는데 비빔면의 액상스프가 일반 국물라면 스프보다 원가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팔도에서도 현재의 생산라인으로는 1.5배까지 양을 늘려 만들면 유통 할 때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팔도 비비면 연구원]
"면이 길게 쭉 생산되는데, 그걸 절단한 상태에서 리테이너(틀)에 담을 때 양을 많이 담아야지 중량을 늘릴 수가 있거든요. 근데 이게 한정된 사이즈에요. 근데 최대한 밀착해가지고 담으면, 면발이 너무 붙어있는 상태에서 (튀김기를) 지나가면 수분이 10%이하로 잘 떨어지지가 않아요. 수분 함량을 낮춰줘야지만 미생물이 생육을 안해서..."

팔도에서는 2년전 방탄소년단 RM이 라이브방송에서 비빔면을 1.5배로 늘려달라고 말한 게 화제가 되자 한정판으로 1.2배 버전을 출시했는데, 팔도 비빔면은 2016년에도 판매량 10억개 돌파 기념으로 용량을 20% 증량한 제품이 한정판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비빔면 하나는 부족하고 2개는 부담스러운 소비자들 입장에서 1.5배 버전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 기업에선 시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어보인다.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현실화됐을 때의 실패 사례로 과거 백세주와 소주를 섞어 오십세주를 만들어먹는 문화에서 착안해 진짜 오십세주를 내놨다가 잊혀진 사례나 한국인들이 소주와 맥주를 섞어먹는다고 해서 맥주 회사들이 소맥 제품을 따로 팔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비빔면 시장은 2015년 750억원 규모이던 게 작년엔 1800억대까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국물라면보다 더 치열한 시장이 됐다.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팔도는 양을 20% 늘린 버전의 경우 한정판으로만 내놨고, 후발주자인 오뚜기는 아예 20% 늘린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는 거다.

참고로 비빔면 중량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비빔면 포장지에 써있는 중량 자체는 국물 라면보다 10g이 많은 걸로 나와있다.

이건 라면 자체의 중량을 잴 때는 스프의 무게까지 같이 재서 표기되기 때문이다. 국물 라면의 경우 평균적으로 면 110g, 분말스프 10g 정도인 반면, 비빔면은 면 100g, 액상스프 30g 정도로 비빔면은 액상스프 무게 때문에 중량이 많은 것처럼 표기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