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롯데마트 올인사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슈퍼를 곁들인
위기에 처한 롯데마트와 슈퍼, 이를 통합 소싱으로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왜 사과에 전부를 걸었냐고요?
최근 롯데마트 앞을 지나가다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과에 전부를 걸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죠. 가을을 맞아 롯데마트가 사과라는 단일 품목으로 기획 행사를 열어 고객들의 관심을 끌려한 겁니다. 그리고 이 행사의 이름이 바로 '롯데마트 올인사과'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사과였을까요? 롯데마트가 이 품목을 선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먼저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과 차별화하려면 신선식품, 특히 청과류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했을 겁니다. 청과는 수산이나 정육에 비해 대규모 공급과 품질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니까요.
또한, 과일은 계절에 따라 핵심 품목이 달라 고객들의 이목을 끌기 쉽습니다. 특히 사과는 작년 가을부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금사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주목받았는데요. 이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에게 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을 겁니다. 롯데마트는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사과를 통해 자신들의 소싱 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제대로 보여주려 했던 것이죠.
마트 받고, 슈퍼 더하고, 롯데온까지
이번 '올인 사과' 행사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마트에서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슈퍼와 롯데온까지 아우르는 멀티채널 전략을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롯데쇼핑은 2022년 11월부터 마트와 슈퍼의 통합 소싱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행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지부터 진열까지 유통 과정을 개선하는 '신선을 새롭게'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죠.
통합 소싱의 효과는 그동안 주로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나타났습니다. 마트와 슈퍼의 발주, 상품 관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합하고, 상품 코드를 일원화하여 물류 운영을 최적화했는데요. 이제 그 효과가 단순한 내부 관리에 머물지 않고, 고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동 기획과 판매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가까운 롯데마트나 롯데슈퍼 매장 또는 롯데온에서 편리하게 만나보세요'라는 홍보 문구였습니다. 예전에는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마다 각기 다른 성과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트, 슈퍼, 온라인을 한 번에 아우르는 프로모션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매장이 어디에 속해 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이번 롯데의 통합 소싱과 기획은 이런 면에서 더욱 고객 친화적인 변화로, 그 효과를 기대해 볼 법합니다.
브랜딩, 바이럴, 다만 아쉬운 디테일
사실 이번 ‘올인사과’ 행사는 롯데의 첫 대규모 계절 과일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올여름에도 '실패율 제로'를 앞세운 수박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었죠. 하지만 이번 사과 행사는 그때와 비교해 여러 부분에서 발전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올인사과'라는 별도의 브랜드명을 만들어 브랜딩을 강화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요. 네이버 브랜드검색 광고를 결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방식도 적용했는데, 이는 이커머스 기업들 사이에서는 흔히 사용되지만, 롯데가 하니 뭔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홍보 방식에서도 차별화가 돋보였습니다. 기존 전통적인 홍보 기사 방식에서 벗어나, 블로그 유료 포스팅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단순히 매장 정보나 가격 안내에 그치지 않고, 사과를 활용한 레시피 등 실생활과 연결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한층 세련된 접근을 시도한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여전히 있었습니다. 특히 일부 롯데슈퍼 매장에서는 '올인사과' 행사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심지어 대형 슈퍼 매장에서도 행사 품목이 일부만 진열된 경우가 있었죠. 또한 ‘롯데마트 올인사과’라는 키워드로는 광고가 잘 운영되었지만, ‘롯데슈퍼 올인사과’ 키워드는 등록을 해놓지 않는 등 디테일에서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슈퍼에 붙은 포스터에는 ‘롯데슈퍼 올인사과’를 검색하라고 안내했지만, 실제 네이버 검색 결과에 특별한 것이 없었던 건 고객 입장에서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사실 브랜드 검색 광고 결과는 '올인사과'로만 검색해도 나오긴 했는데요. 그러면 차라리 ‘롯데마트’나 ‘롯데슈퍼’가 아닌 ‘롯데 올인사과’처럼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명칭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첫 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통합 소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인 것과 함께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공동 기획 전략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비록 초기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보일지라도, 디테일을 보완해 나간다면 롯데쇼핑이 직면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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