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권력만 좇은 독재자 … 역사의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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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권력을 좇던 자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남미 최초의 아시아계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아버지를 이어 대권에 도전 했던 페루 민중권력당(FP)의 게이코 후지모리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제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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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이민자 가정 출신
대학총장 역임 후 정치입문
경제개발에 큰 기여했지만
계엄령·개헌으로 장기집권
재임 중 학살범죄로 25년형
작년 석방 후 암 투병에도
또 대권의지 불태우다 별세
평생 권력을 좇던 자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남미 최초의 아시아계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면서도 202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내비쳤던 끈질긴 권력욕은 허망하게 사그라들었다. 향년 86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아버지를 이어 대권에 도전 했던 페루 민중권력당(FP)의 게이코 후지모리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제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38년 7월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전 페루에 이민 온 일본계였다. 대학 총장을 역임한 학자 출신이지만, 정치인으로의 변신은 파격적이었다. 1990년 4월 대선이 치러지기 불과 한 달 전 기성 정치를 비판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소속 정당은 설립 6개월밖에 안 된 캄비오(개혁)90이었다. 비정치인·일본계라는 신선함이 페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요사를 제치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과감한 민영화 및 시장 개방, 긴축 기조 정책을 펼치면서 경제 안정화에 기여했다. 리마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인질 테러가 발생했을 때에는 방탄조끼를 입고 진압을 진두지휘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특수부대를 전격 투입해 상황을 종결시키기도 했다.
공만큼 과오도 명확한 삶이었다. 권력에 눈이 먼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했다. 1992년 4월 군대의 지원을 받은 친위 쿠데타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의회를 해산했다. 이후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을 주도했고, 2000년 3선 연임에 성공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불거진 개발독재와 인권유린 문제를 억지로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심복인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정보부장이 야당 의원을 매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과 납치 등 각종 범죄와 국고 횡령 등 비위에 관여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반대파 암살과 마약 밀매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거론됐다. 여성 원주민 27만명을 대상으로 비인륜적인 강제 불임수술 등을 자행한 것도 드러났다.
결국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11월, 그는 대통령직을 버리고 일본으로 달아났다. 사직서도 팩스로 제출해 논란이 일었다. 일본에 머물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5년 알레한드로 톨레도 당시 페루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자, 정치 재기를 위해 칠레를 통한 귀국을 시도했다. 칠레에서 페루 정부의 외교 노력으로 체포된 이후에는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송환돼 2009년에 징역 25년형을 받았다.
복역 중에도 건강상 이유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의 사면을 두고 수년간 정치 공방이 벌어진 끝에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석방 이후에도 권력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었다. 지난 6월 딸의 FP에 입당 신고서를 제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게이코 대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26년에 다시 대통령으로 출마할 계획이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준비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두고 봅시다"라고 답하며 정치권에 복귀할 뜻을 시사했다고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는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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