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같은 다른 차...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자동차가 경차 캐스퍼의 엔진과 변속기를 떼어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이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덩치를 키워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소형 전기차로 거듭났다.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살펴보자

캐스퍼 일렉트릭은 경차가 아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보다 길이와 너비는 230mm, 15mm씩 크고 휠베이스는 180mm 길다. 크기가 커진 탓에 경차가 아닌 소형차로 분류한다. 넓어진 공간에는 49kWh 대용량 배터리를 담았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15km, 현대는 “공간을 키우지 않았다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270km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내 공간도 한결 여유롭다. 2열 무릎공간은 80mm 넓어지고, 트렁크는 100mm 늘어나 적재 용량은 47L 커진 280L다. 참고로 수출명은 ‘인스터’다.

레이저 시술로 또렷해진 눈동자

사람 피부에만 레이저를 쏘는 건 아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표면을 태워 원하는 모양을 내는 레이저 패터닝 기술을 램프 디자인에 사용했다. 물건에 각인을 새기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점과 선 형태를 그릴 때만 사용했던 이전과 달리 넓은 면적에 레이저를 쏘다 보니 플라스틱 부품이 녹거나 타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적절한 레이저 강도를 찾아 픽셀 문양을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그려 넣을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선다?

최근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해 발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라는 기술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특정 조건에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오조작으로 판단해 출력을 제어하고, 브레이크를 잡아 충돌을 방지한다. 앞 범퍼에 달린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시속 3km 이하 속도로 달리거나 정차 중에 물체가 1m 이내에 있으면 작동한다. 조건은 평지 기준 0.25초 이내에 가속페달을 100%로 밟았을 때다. 스티어링휠이 430도 이상 돌아가 있거나, 경사가 25도를 넘는 도로에서는 활성화하지 않는다.

내연기관 단점 지운 전기모터

기아 레이를 가지고 있는 내가 장담하는데 현대 3기통 1L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 조합은 정말 끔찍하다. 출력은 부족하고, 변속기 반응은 무디고, 진동은 참기 어려울 만큼 심하다. 단점 많은 파워트레인 대신 들어간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13마력, 최대토크 15kg〮m의 힘을 낸다. 결코 강력하지 않지만,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가 붙는 전기모터의 특성 덕에 더 이상 주행 중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터다. 보다 안락한 주행 경험을 기대해 본다.

소음에서 해방

전기차는 소음에서 자유롭지 않다. 엔진에 가려 들리지 않던 소음이 더 부각되는 탓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차체 진동을 분석해 바닥 소음이 많이 올라오는 지점에 진동을 줄이는 제진재를 뿌리고, 두께가 3mm에 불과한 트렁크 매트 대신 8.4mm 두께의 트렁크 바닥 보드를 사용했다. 유리 두께를 0.3mm 두껍게 하고, 문짝과 차체 사이를 단단히 막는 웨더스트립의 사용 범위를 늘려 바람 소리를 최대한 줄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세심함이 깃들었다.

남현수 사진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