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냉장고인데?" 폭염 속 각광받는 진흙 건설 회사 '르 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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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천연 에어컨이네요?"
진흙 집 짓는 프랑스 회사에 주문 쇄도

프랑스 도시 리옹에 진흙 공법으로 건축물을 짓고 있는 회사 '르 피제'. 사진 : 르 피제

전 세계의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한반도도 지구의 고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번 여름은 더욱 그렇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유럽도 폭염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폭염을 이겨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여기 프랑스에서는 조상들의 지혜로 천연 냉장고와 같은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2024년 8월. 어느 때보다 유독 뜨거움을 뿜어내는 태양 아래 작업자들이 방수포 밑 저장된 흙을 모아 기계에 공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는 크고 단단한 블록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사진 : 르 피제 페이스북

폭염에 대응하는 그들의 자세는 이랬다. 더위를 막아주는 진흙 집을 만드는 것이다. 옛 조상님 기술로의 회귀다.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스 지방에 자리 잡은 회사 르 피제(Le Pisé)는 오늘도 흙벽을 올리고 있었다.

피제는 프랑스어로 진흙이라는 뜻이다. 회사 이름에서부터 그들이 추구하는 건축 공법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르 피제의 대표 까미유 아누앙은 "진흙 기법 덕분에 우리는 시원하고 쾌적한 건물을 짓고 있다"라고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에 설명했다.

사실 진흙으로 집을 만드는 공법은 20세기 초까지 이 지역에서 널리 퍼져있었다. 이 조상님 기술은 햇볕에 건조되는 약 10cm 높이 원시 흙벽을 연속적으로 쌓아 올리는 식이다.

진흙으로 건축물을 만들고 있는 르 피제 직원들. 사진 : 르 피제 페이스북

약 50cm에 달하는 흙벽 두께와 재료의 열 관성은 매우 더운 날씨에 완충 효과를 제공한다. 아누앙 대표는 "돌집과 마찬가지로 여름에도 흙으로 된 건물에서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추가적인 장점은 살아있는 재료인 진흙 벽은 겨울에는 과도한 습기를 흡수하고 여름에는 증발시켜 온도를 낮추는 힘을 갖고 있다. 천연 에어컨과 같다는 것이 아누앙 대표의 표현이다.

또한, 피제 공법은 지속가능한 건축의 좋은 표본이 된다. 진흙으로 집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흙과 물 그리고 약간의 전기뿐이다. 시멘트와 달리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고온 공정이 필요 없다. 더불어 재활용과 폐기물이 없기에 기후 위기 시대 맞춤형 건축 공법이다.


2017년 대비 주문량 10배 증가..하지만 3가지 큰 불안요소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목도한 사람들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생태 전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이 앞다투어 르 피제에 주문 전화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전환점에 서 있다. 실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르 피제에 따르면 공공건물 건설에 대한 수요가 2017년 대비 1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흙으로 건물을 짓는 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르 피가로'의 설명이다. 먼저, 건물 높이는 3층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진흙 자체가 '더 까다로운 소재'라는 점도 한계점으로 제시된다. 한 건축 회사의 전문가는 르 피가로를 통해 "피제 공법은 콘크리트처럼 사방에 구멍을 뚫을 수 없기에 목공, 바닥, 입구를 만드는 것에 대하여 신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끝으로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원자재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임에도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작업 기간이 길기에 투자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진흙이 마를 수 있는 4월에서 10월 사이에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기후 현실'이 다가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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