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은 어떤 집인가나에게 집중하고 욕심 내려놓은 공간

HOUSING COLUMN

사람마다 ‘좋은 집’의 기준이 다르다. 남을 의식할 필요도, 크게 지어놓고 자랑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 편안한 공간을 마련했다면 그곳이 바로 좋은 집이다. (편집자 주)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황준도시건축사사무소

우리나라에서 ‘좋은 집’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해가 잘 드는 집이나 통풍이 좋은 집은 기본 사항이며 여기에 ‘저렴하면서 튼튼하게 지은 집’, ‘방범에 신경 쓴 안전한 집’, ‘냉난방비가 절약되는 단열이 잘된 집’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됩니다.
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면 넓은 마당을 가진 집을,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면 겨울에도 따스한 채광이 스미는 집을 선호할 것입니다. 자신이 오디오 마니아라면 멋진 음악 감상실을 가진 집이 좋은 집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집은 이에 대답하는 사람 수만큼 그 형태도 각양각색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바로 ‘자신에게 맞는 집’입니다. 저마다 경제 사정, 가족 구성원, 디자인, 분위기 등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과 맞는다고 생각한 다양한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멋있는 집이라도 나와 맞지 않는다면 좋은 집은 될 수 없겠지요.

울산 S주택 정면
현관 전실

나를 위한 집짓기
우리나라는 아직 주위를 의식하는 건축주들이 많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남의 집을 보고 덕담보다는 악담이 먼저인 경우가 많지요. 아무리 유명한 건축물이라도 SNS를 보면 코멘트의 절반 이상은 비판이나 지적의 내용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수로 남들에게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자녀 결혼에서 체면 차리는 그런 때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주변 눈치가 아닌 나에게 집중해 집을 짓는 일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살 집을 짓는 일, 좋은 집을 짓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입니다.

거실
식당

조금 작게 짓는 집
땅 면적에 꼭 맞춰 최대한 크게 집을 지으려는 것이 건축주들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개 시간이 지날수록 큰 공간을 감당하지 못해 후회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저의 경험으로 비춰 처음 예상했던 모습보다 조금 ‘작은’ 집이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작다는 의미는 크기가 아닌 면적을 말하는데 필요한 공간만으로 구성해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즉, 덜어낼수록 좋은 집에 가까워지는 셈이죠. 예를 들어 60평을 원한다면 45평으로, 45평을 원한다면 35평으로, 처음 그리던 모습보다 약간 작게 계획하시길 바랍니다. 낮아진 비용은 물론 편한 유지관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요.

테라스

작은 집 ‘울산 S주택’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인 ‘울산 S주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택은 2층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지붕 면적을 제외하면 20평대로 아주 작은 공간입니다. 과연 이곳에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거실·주방·식당, 공용공간을 포함하면서 3개의 침실까지 가집니다. 여기에 작은 중정까지도 포함한 주택이죠.
이 집에는 부모님 두 사람과 자녀 한 사람 등 3인 가족이 지내고 있습니다. 작은 대지를 구입했기에 현실적으로 넓은 공간을 그릴 수는 없었지만 애초에 건축주는 30평이 넘지 않는 공간을 바랐습니다. 이처럼 면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공간만으로 구성한다면 군더더기 없는 좋은 집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