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스로이스가 전동화 시대의 초고급 세그먼트를 완전히 재정의했다. 전기 쿠페 ‘스펙터’는 하이퍼카를 제외한 일반 도로용 차량 중 미국에서 가장 비싼 EV로 자리매김했다. 기본 가격만 42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억 7천만 원에 달하며,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만큼 고객층도 확고하다. 월급이 아닌 자산으로 부를 재는 상류층이 대상이며, 브랜드는 맞춤형 주문 제작을 통해 차별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스펙터는 고급 전기차의 방향성과 전통적인 감성을 얼마나 적절하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전통을 입은 외관과
디지털 감성의 실내
스펙터는 진한 청록색 외장에 조명에 따라 녹색 빛이 감도는 도장 처리를 통해 시각적 깊이를 극대화했다. 전면 펜더에서 후면까지 이어지는 오렌지색 핀스트라이프는 차체의 유려한 실루엣을 부각시켰고, 23인치 파트 폴리시드 윙 스포크 휠과 255/40 R23 타이어는 압도적인 비율과 위엄을 완성했다.
디자인은 화려함을 넘어서 품격 있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돼 있었다. 실내는 전통과 현대가 정교하게 교차했다. 천장에는 '슈팅 스타 헤드라이너'가 설치돼 수천 개의 광섬유가 밤하늘을 연출했고, 조수석 앞쪽 대시보드에는 ‘Spectre’ 이름과 함께 5,500여 개의 별 조명이 은은히 퍼졌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시트 하단에 적용된 보라색과 하늘색 계열 가죽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었고, 오렌지 파이핑은 외부 핀스트라이프와 연결감을 부여했다. 계기판은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로 구성됐지만, 전반적인 컨트롤은 대부분 물리 버튼과 스위치로 유지돼 전통적인 사용자 감성을 고수했다.

576마력의 성능
34분에 완충까지
성능 면에서도 스펙터는 전기차의 상식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전후방에 각각 탑재된 전기모터는 합산 출력 430kW, 즉 576마력을 뿜어내며, 최대 토크는 900 Nm에 달한다. 이 조합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km까지 단 4.4초 만에 가속하며, 고요함 속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전개한다.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는 102kWh 용량이며, AC 기준 최대 22kW, DC 급속 충전 시 195kW까지 지원해 실용성도 확보했다.
완속 충전으로는 약 5시간 30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고, DC 충전기를 이용하면 10~80% 충전에 34분이면 충분하다. 주행거리는 휠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22인치 휠 기준으로는 EPA 인증 277마일(약 446km), 23인치를 선택하면 253마일(약 407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 모든 수치는 고성능과 우아함을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롤스로이스의 의지를 보여준다.
스펙터는 엔진을 버리고도 브랜드의 유산을 온전히 계승한 첫 순수 전기차이며, 동시에 내연기관 시대의 궁극적 정체성을 전동화로 확장한 모델이다. 이 차량은 고급 사양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전기차 시대의 럭셔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새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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