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지키려면 이제 물가 대신 이것 보면된다”...美연준 ‘빅컷’의 의미는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9. 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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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모습. <AP 연합뉴스>
최근 들어 금리 변화에 관한 소식을 꽤 자주 전해드린 것 같아요. 세계가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늘은 다시 한번 금리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밖에 없는 날이에요. 사실상 세계 금융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약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거든요.
빅컷으로 시작된 금리 인하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미국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어요. 미국 기준금리는 범위로 정해두는데, 기존에 5.25%~5.5%이던 기준금리는 이번 인하로 4.75%~5.00%가 됐어요. 연준이 금리를 내린 건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에요. 당시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격히 위기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었죠.

보통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단위로 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엔 두 단계를 한꺼번에 내린 셈이에요. 예전엔 한꺼번에 많이 올려서 경제 뉴스들이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 같은 용어를 썼던 거 기억하시나요? 이번엔 0.5%포인트를 내렸다고 해서 ‘빅컷’이라고 불러요.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결정이에요. 금리를 내리면 예금이나 대출의 이자가 줄어드니까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소비·투자가 늘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보다 물가 안정이 더 중요한 타이밍엔 기준금리를 높이는 게 보통이고요.

무게중심은 물가에서 고용으로
꽤 오랫동안 높은 물가 상승률을 신경 쓰며 고금리를 유지해 왔던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침체 막기’ 모드로 전환했다고 보면 돼요.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본 거예요. 실제 약 2년 전 9%를 넘겼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8월 기준 2.5%로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거든요.

반면 미국의 경제는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특히 고용 시장의 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지는 모양새예요. 8월에 늘어난 신규 일자리(농업 분야 제외)는 기존의 예상보다 훨씬 적었고,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대를 유지하며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실업률은 슬금슬금 높아지고 있어요. 9월 실업률은 4.2%로 집계됐는데, 연준은 연말에 이 수치가 4.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어요. 지난 6월엔 4% 정도로 전망했는데 불과 3개월 사이에 많이 높아졌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후 “물가 상승 위험은 낮아졌고, 실업률 위험은 커졌다”며 “고용시장을 지원할 시기는 정리해고가 나타나기 전이고, 그래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말했어요. 연준 정책의 무게중심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발언이에요.

올해 0.5%포인트 더 내릴 듯
이제 막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요. 일단 연준이 발표한 경제 전망 자료를 보면, 올해 말까지 0.5%포인트 정도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여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오는 11월과 12월에 열려요. 이 두 차례 회의에서 총 0.5%포인트 정도는 더 인하한다는 뜻이에요. 두 차례에 걸쳐서 0.25%포인트씩 내릴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은 상황이고요.

그런데 연준은 왜 이번엔 ‘스몰컷(0.25%포인트 인하)’이 아닌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선택했을까요?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해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빅컷을 단행한 이유를 묻자 “연준이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답했어요. 이 발언은 ‘뒤늦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어요.

이런 해석에는 연준이 지난 2022년부터 금리 인상기에 맞닥뜨렸던 비판이 반영돼 있어요. 연준은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내렸던 금리를 올리지 않다가 2022년이 되어서야 급하게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당시에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정책 전환이 늦는 바람에 고물가 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었죠. 연준의 빅컷은 이번엔 그런 평가를 듣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에요.

정책 전환기, 더 조심하는 파월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본부. <AP연합뉴스>
다만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조정의 방향이 전환되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더욱 조심스러운 발언으로 ‘신중론’을 덧붙였어요. 우선 이번엔 빅컷을 단행했지만,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말부터 했어요. 그는 “0.5%포인트 인하가 새로운 속도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죠.

또한 물가가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물가와의 전쟁’이 끝난 건 아니라고 강조했어요.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에 대해 승리했다고 선언하지 않겠다”며 “목표 물가 상승률인 2%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지는 못했으므로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어요. 물가를 여전히 신경 쓰겠다는 걸 강조하며 ‘무게 중심이 완전히 고용으로 넘어갔다’는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예요.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의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빅컷’에 따르는 불안감을 관리하려 노력했어요. 그는 “지금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없다”면서 “경제 성장률과 노동시장은 견고하다”고 강조했어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내릴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큰 중앙은행인 미국 연준의 빅컷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곧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어요. 꼭 따라 내려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정책 흐름에 따르는 게 보통이니까요. 이미 유럽 중앙은행(ECB)과 영국·캐나다 중앙은행 등 일부 주요국은 연준에 앞서 금리를 내린 상태이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곧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해요. 미국 유력 경제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명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전망을 인용해 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이 연준을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어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차례 남아 있어요. 10월과 11월이에요. 금리 인하 시기가 10월일지 11월일지, 아니면 내년 초일지는 아직 불분명해요. 안정세인 물가 상승률과 부진한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미국처럼 당장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겠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올라서 가계부채가 급증세인 점이 부담이거든요. 금리를 곧 내려야 하는데, 가계부채가 고민이라는 소식을 얼마 전 디그에서도 전해드렸는데요. 이럴 때 금리를 내리면 대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죠.

4년 반 만에 정책 전환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 그리고 이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나라 경제와 한국은행. 과연 이번 전환기에는 어떤 경제 현상들이 벌어질까요? 모두가 금리 변화 소식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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