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코노미] 뿔난 의사들, 실손보험 개혁 '외면'…업계 "불확실성 난제"
탄핵 정국 파장이 이어지면서 보험 업계 숙원 사업인 실손의료보험 개혁에도 제동이 걸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반발한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대거 이탈하며 관련 개혁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포함될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기로 했던 공청회는 연기됐다. 논의 대상이던 실손보험 개혁 안건도 표류 중이다. 정부가 올해 안에 발표하려했던 의개특위 2차 개혁안 발표 역시 무기한 순연됐다.
보험 업계는 개혁안에 기대감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내년 중에는 구체적 시행 방안이 꼭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 16일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실손보험 개혁을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 핵심과제'로 꼽으며 당초 계획대로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은 이미 악화한 실손보험 손해율을 바로잡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며 "시기가 언제가 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당국의 의지가 강한만큼 긍정적인 관점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비급여 치료 항목을 관리 급여로 지정해 가격을 측정하고 과잉진료를 제한하는 식의 방안이 구체화하면 제도 개선 효과(손해율 감소)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시기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비급여 진료 항목은 그간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금융당국은 비급여 항목의 보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꾸준히 개선해 과잉진료를 억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업계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제어가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는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올해 7월 의개특위 내에 '비급여 실손보험 소위원회'를 발족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구 빈도가 높은 도수치료 등이 의료행위로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비급여 치료가 과하다고 판단될 때 치료를 막을 수 있는 통제 수단이 없다"며 "비급여 실손보험 소위원회는 7월부터 격주로 개선안 마련을 위해 논의를 이어왔고 이달들어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해 아쉽다"며 "시국과 상관없이 조속히 개혁안을 마련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를 통제하고 망가진 의료 체계를 바로잡도록 당국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비급여 진료의 자기부담이 큰 편인 3, 4세대 실손보험도 지난해 말 기준 손해율이 각각 137.2%, 113.8%로 상당히 높다. 비급여 대상 보험금 지급액은 처음으로 8조원을 넘겼다. 전체 지급 보험금 14조원 중 약 60%가 비급여 치료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에 열릴 예정이었던 공청회에선 의료비 지출 규모가 큰 주요 비급여 항목을 '관리 급여'로 지정해 환자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 후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주요 과제였다. 연기된 공청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