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매는 투자인가? 투기인가?

[성승현의 차트로 세상 읽기]
본질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냉철한 전략의 투기자가 되어야 한다
운에 맡기고 복 기다리는 도박은 안돼
'차트' 안에 수많은 정보가 반영돼 있다

"투기는 지적 노력을, 도박은 눈먼 기회를 전제로 한다.
투기는 계산에 따른 모험이며, 도박은 계산 없는 모험이다.
투기는 법칙이 있기에 정당함을 인정받고,
도박은 법칙이 없기에 비난을 받는다." - 딕슨 와츠

당신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자신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가 전적으로 투자의 영역에 속해있다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투자야말로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에 투기라는 단어에는 매우 인색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투기란 대단히 속물적이고, 반사회적 무엇인가로 인식되어진 지가 오래다보니 그런 천박한(?) 단어는 부동산에나 어울릴 법한 단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실제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게다가 우리가 투자라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제론 투기의 범위로 분류되는 경우도 많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주식투자, 그러니까 지금까지 투자라 믿고있던 그 행위들이 오히려 본질적으로 투기의 속성을 훨씬 많이 내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과거 대공황 당시 공매도를 통해 2조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던 ‘제시 리버모어’는 자신을 투자자(Investor)가 아닌 투기자(Speculator)로 불러주길 원했다. 그가 기업가치를 따져 투자를 하기 보다는 차트를 분석하여 수급의 유무에 따라 주식이 막 상승하거나 하락하려는 타이밍을 잡아내는데 능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제시 리버모어 같은 추세추종자가 아니더라도, 주식매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투기자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본질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알고보면 '좋은 투기자'다

투자란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을 위해 현재의 자산을 희생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인이 대출을 받아 공장을 짓는 것은 투자다. 그리고 누군가가 은행에 돈을 저축하는 것도 투자라 할 수 있다. 미래에 기대되는 이자수익을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을 쓰지 않고 은행에 빌려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이 놀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도 넓게 봐서는 투자의 행위라 하겠다.

그렇다면 투기의 의미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하는 모든 매매행위’는 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목적을 가지고 특정 자산을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행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 투자는 사실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본질이다. 우리가 어떤 주식을 매입했을 때 그 회사가 잘되거나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길 바라고 사지는 않는다. 결국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파는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이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투기가 명확하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할 때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그 목적에 부합되는 수단과 방법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합목적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의 본질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인식 하에 매매에 임할 때가 많았다. 특히 이는 기본적 분석을 통한 가치투자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기업의 가치를 지나치게 추앙한 나머지 주식투자가 갖는 투기적 속성을 일부러 무시하거나 망각하는 것이다.

100% 확실한 미래는 없다

과거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를 "철저한 분석에 따라 투자원금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안정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100% 확실한 미래는 없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보장된 것은 없으며 만족스러운 수익은커녕 투자원금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투자는 확률적 근거에 의지해 움직이며 가치투자에서 말하는 철저한 분석 또한 이 확률을 높이는 수단적 방법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그 최종목적이 결국 주식계좌의 수익을 늘리는 것에 있다 할 때 이 또한 투기적 본질로 회귀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주식을 사고 팔 때 투자의 관점보다는 투기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시장의 추세가 보이고 매매를 함에 있어 들어가고 나가야 될 자리가 선명해진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매매를 위한 선행조건이라 하겠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투자와 투기의 구분을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예 그 어느 것도 정확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행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는 도박에 가까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도박하지 마라

주식시장에서 모든 매매행위는 반드시 검증된 전략적 사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전략이란 투자자의 소신과 철학을 반영해야 하며 확률적 검토 안에서 고도로 훈련된 마인드와 반복된 매매패턴으로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 없이 행해지는 모든 매매행위는 도박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 우리를 파산으로 몰고갈 뿐이다. 이는 언제나 예외없이 적용되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목적지에 얼마만큼 빨리 도달하느냐 늦게 도달하느냐 정도다.

보통 투자가 자신이 희생한 것에 대한 대가를 추구하는 행위라면, 투기는 시쳇말로 자기보다 못한 바보를 찾는 행위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 쪼가리'를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사줄 그런 바보 말이다. 그리고 도박은 '호구잡는 게임'이라 보면 된다. 그래서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지금 도박판에 앉았는데 30분이 지나고 나서도 호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내가 그 호구'라고.

그런데 대부분의 주식 참여자들은 매매의 본질에 집중하기 보다는, 스스로 호구 잡히는 도박만을 일삼는 경우가 일상이다. 그러다보니 자신만의 기법과 기량을 갖추기는커녕 그저 운에 맡긴 채 매매를 일삼다가 이후엔 조상이나 신에게 원금이 회복되기만을 빌게 되는 '기복투자'(祈福投資)에 천착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주식투자에 있어 운의 영역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것은 투자도 투기도 아니다. 그것은 도박일 뿐이다. 투자는 결코 도박이 되어서는 안된다. 명심할 것은 운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되 그 흐름에 맞춰 구체적인 전략이 병행될 때 진정 '현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냉철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첫걸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주식참여자들은 딕슨 와츠가 지적한 그 어떠한 지적 노력도, 계산에 따른 모험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칙에 근거한 정당성조차 확보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들의 매매란 기껏해야 풍문에 휘둘리거나 얄팍한 행운에 의지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당신이 다수의 실패자로부터 벗어나 주식시장에서 진정 성공하고 싶다면 적어도 투자와 투기의 구분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매매행위가 어디에 포함되는지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도박의 영역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 명심하라. 매매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인식, 그리고 냉철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투자의 첫걸음임을 말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찾는 것만이 투자의 본질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투자환경에서 이것은 마치 금과옥조마냥 지나치게 떠받들어지고 있다. 사실 주식투자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대단한게 아니며 그저 사고 파는 그 무엇에 불과한 행위일 뿐인데, 거기에 너무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다보면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져 길을 잃게 될뿐이다.

본인은 기업리포트를 읽지 않는다. 물론 그 수많은 경제보고서나 경제분석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차트뿐으로써, 왜냐하면 차트 안에는 이미 그 수많은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트를 통해 읽혀진 세상을 투자하고 있다.

아는 자에겐 놀이터지만 모르는 자에겐 전쟁터인 곳이 주식시장이다. 지나치게 가혹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년 간의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나만의 기법을 찾아내야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차트 속에서 찾았고, 이곳을 통해 그 비법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 성승현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수년간 자산관리 업무를 경험하였다. 10년전 주식고수를 만나 차트분석의 묘법을 사사하는 기연(奇緣)으로 지금까지 주식 및 해외선물 투자 중이다. 차트분석 전문가로서 추세추종을 통한 장기투자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