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국의 미래 청년들에게 투자"

조회 32025. 3. 20.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 역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는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을 위해 단순한 사회공헌을 떠나서 미래 투자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끌고 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 SSAFY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 청년들의 사회 진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2심 판결 후 첫 공개 활동…"사회 공헌 떠나 미래 투자"

이번 회동은 이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 받은 뒤 첫 공개 행보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이 회장은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독한 삼성인', '사즉생' 등을 주문하며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박승희 CR담당 사장, 백수현 커뮤니케이션실장 사장,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상생연구 담당 사장 등이 삼성 측에서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 수행실장이 동석했다.

싸피는 앞서 삼성이 지난 2018년 국내 소프트웨어(SW)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기업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 역삼에서 열린 싸피 13기 입학식에 참석한 교육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삼성전자

프로그램은 1기수당 1000명씩 매년 2기수 교육생을 모집해 연간 2000여명을 교육한다. 현재 13기까지 11000여명이 참여했으며 9000여명이 수료했다. 특히 13기부터는 대졸 미취업자뿐만 아니라 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들까지 문호를 개방했다.

교육은 1년간 매일 8시간씩 총 1600시간 진행된다. 이 기간 교육생간 협업 프로젝트 등도 운영되며 이를 통해 기업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SW 개발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실제 수료생 가운데 7000여명은 국내외 기업 1700여곳에 취업을 성공했다.

전 과정은 무상이며 교육생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매달 100만원씩 지원금도 지급된다. 또 취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채용 박람회 △기업 설명회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해 진로 상담, 면접 컨설팅, 채용정보를 상시 제공한다.

이날 행사는 양측 환담으로 시작해 교육생 간담회, 강의실 방문 및 격려 순으로 진행됐다. 환담 이후 10여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는 싸피의 운영철학과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지원 모델, 정부와 기업의 공공외교 협력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 극복 사례 소개…정부·기업 긴밀한 협력 강조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국내 의료기기 중소기업 풍림파마텍을 도와 최소 잔여형(LSD) 주사기 공정을 개선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20년 풍림파마텍에 30여명의 제조 전문가를 파견해 주사기 사출 생산성부터 자동화 조립, 원자재 구분관리, 물류 최적화 등 생산 공정 전 과정의 효율화를 도왔다. 이를 통해 통상 40일 정도 소요되는 금형 제작을 4일로 줄였으며, 월 1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산체계 갖췄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제약 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풍림파마텍의 LDS 주사기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을 한 달 만에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통상 FDA 승인은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풍림파마텍 주사기 생산라인./시진 제공=풍림파마텍

뿐만 아니라 삼성은 같은 시기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해 마스크 제조업체 4곳(E&W·에버그린·레스텍·화진산업)에 제조 전문가 50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생산과 원자재 공급 노하우를 마스크 공정에 접목해 두 달 만에 4개사의 생산 능력을 51%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행사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번 LDS 공정개선을 하면서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LDS뿐만 아니라 마스크도 중요했는데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성이 크게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 회장과 이 대표는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공외교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조 수석대변인은 "공공분야에서 일본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각각 벌이는 외교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야 한다는 외교적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 등으로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초 이번 회동에서 상법 개정안과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놓고 논란 중인 반도체 특별법 등 관련 현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선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근무 환경을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간 합의가 길어지면서 법안이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 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행법으로는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하고 싶고 더 많은 연구시간을 집중하고 싶어도 개발 일정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이 아니고 국가 간 패권 경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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