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타이펙스]⑨"한국엔 없어요"…'현지형 K푸드' 대공개
트렌디한 태국에 K푸드 집결
글로벌 특화 신제품 방출

[방콕=김다이 기자] 지난 26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타이펙스 아누가 2026' 현장에서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K푸드 신제품들이 쏟아졌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동남아 소비자 입맛에 맞춘 현지 전용 제품을 대거 공개하며 'K푸드 실험실'로 떠오른 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태국에서 통하면 동남아 전역에서도 통한다는 공식 때문이다.
국내 식품업계가 이번 타이펙스에서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전략적 이유가 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트렌드 순환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힌다. 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통과한 제품은 인근 동남아 국가에서도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콜드체인(냉장·냉동 물류망)을 비롯한 유통 인프라가 주변국 대비 선진화돼 있어 신제품을 시험하고 확장하기에 최적의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메론맛 아닌 메로나
지난 2007년부터 태국 시장에서 메로나, 붕어싸만코, 바나나맛우유 등으로 입지를 다져온 빙그레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대대적인 라인업 확장을 선언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슈퍼마켓 입점과 온라인 마케팅으로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좁혀온 유통망을 기반으로 올해 동남아 맞춤형 신제품을 대거 투입해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타이펙스 빙그레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현지 선호도가 높은 원료를 활용한 변신이다. 빙그레의 간판 제품인 바나나맛우유는 태국 소비자를 겨냥해 '타로 맛'과 '밤 맛'을 전격 추가했다. 이로써 기존 바나나, 딸기, 메론맛에 바닐라, 커피맛을 더해 총 7종의 다채로운 라인업을 완성했다.

메론맛 아이스크림의 대명사였던 '메로나'도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옷을 입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적인 커피맛은 물론, 현지 맞춤형인 우베, 코코넛, 피스타치오 맛을 새롭게 개발해 론칭 준비를 마쳤다. 겨울 간식의 대명사인 '붕어싸만코' 역시 옥수수맛(콘)과 믹스베리맛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빙그레 관계자는 "태국은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달콤하면서도 쉽게 녹지 않는 뽕따 등 튜브류나 고형 유지력이 좋은 제품의 선호도가 높다"며 "동남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콜드체인 인프라인데 태국은 주변국에 비해 물류 여건이 우수해 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유리하다.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동남아 전역으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면발
불닭볶음면 신화로 동남아 시장을 장악한 삼양식품은 최근 론칭한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워 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 신제품들을 공개했다. 메가 히트작인 불닭 시리즈는 달콤한 맛을 더해 매운맛을 1단계로 낮춘 '스와이시 불닭'으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고급스러운 풍미의 '불닭 트러플맛'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이와 함께 해외 전용 브랜드인 '맵(MEP)' 시리즈를 통해 한국식 매운맛과 현지 취향을 결합한 제품도 공개했다. 특히 태국 시장에서는 태국식 향신료 요리에서 착안한 '고추장 팟 차(PAD CHA)'와 현지 해산물 풍미를 살린 '코리안 크랩 칠리맛' 2종을 동남아 시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삼양식품의 파스타 브랜드 '탱글(Tangle)'도 바질 토마토와 갈릭 쉬림프 등 신제품을 추가하며 프리미엄 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맵' 브랜드를 아시아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플레이버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면서 "불닭은 이미 글로벌 매출 비중이 큰 핵심 브랜드인 만큼 가장 큰 공간에 배치했고, 맵과 탱글은 해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육성 중인 브랜드로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의 유명 셰프 '제이파이(Jay Fai)'와 협업한 '똠얌 신라면'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농심은 다음 흥행작을 고르기 위한 품평회에 나섰다.
농심은 이번 타이펙스 현장에서 현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신라면의 새로운 맛 중 어떤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지'에 대한 심층 리서치를 진행했다. 부스에서는 로제 트렌드를 반영한 'K로제'를 비롯해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타이 수키', '크리미 똠얌' 등 총 4가지 후보 제품이 공개됐다.
이 중에서 '신라면 K로제'는 이미 국내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다. 나머지 3종 역시 출시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을 마친 상태다. 농심은 이번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특화형 신라면 라인업을 최종 확정해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 타이펙스는 동남아는 물론 유럽 등 세계 식품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라며 "한국 본토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현지 맞춤형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제품들이 K푸드의 영토를 넓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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