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쯤 되면 슬슬 이듬해 출시되는 신제품들의 소식이 하나 둘 쏟아지기 시작한다. 혼다도 마찬가지로, 내년에 선보일 모델을 여럿 공개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모델 2개가 있다. 하나는 지난해 콘셉트 모델 공개 후 티저 영상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전기 모터사이클인 EV 펀 콘셉트의 양산형인 WN7, 또 하나는 기존 CB1100 시리즈의 뒤를 잇는 새로운 클래식 모터사이클 CB1000F다. 두 제품 모두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국내 시장과 가장 유사한 사양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유럽에서 공개된 만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 모터사이클에 도전한다, WN7

‘Be the Wind’에서 W를, 차량 장르인 네이키드(Naked)에서 N을, 그리고 차량 파워 클래스를 의미하는 7을 붙여 완성된 WN7은 혼다 최초의 풀사이즈 전기 모터사이클이다. 먼저 선보였던 콘셉트 모델의 날렵하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가며, 고정식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3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충전은 CCS2(5+2핀) 급속 충전 시스템과 호환되기 때문에 2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단 30분이면 충전하고, 6kVA 가정용 월박스 충전기를 사용해도 3시간만에 0%에서 100%까지 충전할 수 있다.

18kW 수랭 모터를 탑재해 600cc급 모터사이클과 비슷한 출력을 내며, 토크는 무려 100Nm에 달해 1,000cc급에 맞먹는 성능을 발휘한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 시장에서는 11kW로 성능을 낮춘 A1 라이선스 버전도 함께 출시한다고. 높은 성능에 맞게 앞은 디스크 브레이크를 양쪽으로 달고 ABS를 더했으며, 뒤는 디스크 브레이크를 한쪽에만 달았다. 서스펜션은 앞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모노 쇼크 업소버로 구성했다.

주행 편의를 위해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탑재됐으며, 주차 등에서의 편의를 위해 후진 기능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계기판은 5인치 TFT 스크린을 탑재해 블루투스 연결을 통한 로드싱크 기능과 EV전용 메뉴를 지원하며, 전후 등화류에는 모두 LED를 적용한다. 실제 제품과 상세 정보는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EICMA 2025 현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 한 번 클래식의 열풍을, CB1000F

최근 혼다는 네오 레트로 시리즈와 호넷 시리즈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라이더의 취향에 대응해왔지만, 정작 본격적인 레트로 모델은 CB1100 시리즈 이후론 잠잠해 이쪽을 선호하는 라이더들은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런 라이더들을 위한 신제품 CB1000F가 등장하며 많은 라이더들이 국내 출시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 혼다의 대표모델인 CB750F에서 영감을 받은 신제품은 CB1000 호넷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도심부터 교외, 비포장길까지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엔진은 2017년형 CBR1000RR 파이어블레이드 엔진을 바탕으로 로드스터라는 특성에 맞춰 저회전대에서 강력한 토크와 개성 있는 느낌을 주며, 중속대에서도 부드러운 출력으로 상당한 수준까지의 최고속도를 보여준다. 높은 회전수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호넷과 달리, 최고출력 91kW/9,000rpm, 최대토크 103Nm/8,000rpm으로 저회전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해 다양한 환경의 라이딩에 적합하다. 여기에 IMU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보조 기능들이 더해져 주행 편의를 높이며, 주행 모드는 기본 3단계에 사용자 설정 2개까지 총 5개가 제공되어 상황에 맞춰 세팅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쇼와제로, 앞 SFF-BP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싱글튜브 분리형 가압 쇼크 업소버 구성으로, 리어 쇼크는 프로 링크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저속에서는 승차감을 높이고 고속으로 갈수록 안정성을 높여준다. 브레이크는 앞에 닛신 4피스톤 캘리퍼와 310mm 디스크를 양쪽으로, 뒤에 닛신 1피스톤 캘리퍼와 240mm 디스크를 한쪽으로 달았으며, 코너링 ABS와 함께 브레이크 호스 팽창률을 비롯한 여러 세팅을 변경해 안정적인 브레이크 성능과 제동감을 이끌어낸다.

계기판은 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며, 광학 접합 기술로 눈부심을 줄이고 햇볕 아래에서도 시인성을 높였다. 차량에는 블루투스 연결 기능이 탑재돼 혼다 로드싱크 앱을 사용하면 턴바이턴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전화 송수신, 음악 재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2026년을 앞두고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는 가운데, 혼다에서도 굵직한 모델 2종을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쉽지 않았던 전기 모터사이클에 대해 혼다에서도 도전장을 던진 만큼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먼저 나왔던 전기 모터사이클들의 약점인 짧은 주행거리가 그대로 이어져 WN7 역시 당장은 큰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렵겠지만, 이를 기반으로 주행거리가 더 크게 늘어난 모델이 등장한다면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