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항공자위대의 40년 된 훈련기 교체 사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KAI는 기술협력 방식으로 간접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죠.
과연 한국의 T-50 고등훈련기가 일본 하늘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10년 끌어온 일본의 훈련기 교체 딜레마
일본 항공자위대의 T-4 중등훈련기 교체 작업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1988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한 이 기체는 이미 37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령' 항공기입니다.

노후화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그동안 일본 정부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장비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8일까지 T-4 후계기 선정을 위한 정보제공요청서(RFI) 접수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죠.
일본 언론에서는 미국 보잉의 T-7A,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6, 그리고 KAI의 T-50 고등훈련기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일 공동개발에서 자국 우선으로 바뀐 분위기
흥미롭게도 일본의 선택 기준이 최근 들어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공동 개발이 유력하게 점쳐졌죠.
2024년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신형 훈련기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고 전해지면서,
미국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T-7A 파생형을 일본이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T-X 프로젝트에 무게가 실리면서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이 5월 말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방위산업무기박람회(DSEI) 재팬 2025'에서 자사 훈련기 콘셉트 모델 'T-X'를 대대적으로 선보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미국도 보잉 밀어주듯 일본도 미쓰비시 지원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런 변화가 미국의 최근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올해 차세대 전투기(F-47) 사업자로 보잉을 선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보잉이 민수 사업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자, 미국 정부가 사실상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본도 이와 유사한 논리로 미쓰비시중공업을 밀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1988년부터 운용돼 노후화 정도가 심한 T-4는 교체 논의가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던 터라 최종 선택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미국이 올해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보잉을 선택한 것처럼 일본도 미쓰비시를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KAI의 끈질긴 도전, 기술협력 카드로 승부
그렇다면 KAI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국 우선 기조 속에서도 KAI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죠. 바로 기술협력 방식을 통한 간접 참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 호주 수출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됩니다.
레드백은 주요 구성품의 약 80%가 외국 부품인 대표적인 글로벌 협업 사례죠. 완성품 수출이 어렵다면 핵심 기술이나 부품 공급으로 우회하는 전략입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는 일본 방산 관계자와 외교 채널을 통해 열심히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이번 T-4 후계기 사업을 위해 한국방외교협회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일본 무관을 경남 사천 공장에 초청하는 등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록히트마틴이라는 든든한 파트너
KAI에게는 또 다른 강력한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T-50 공동 개발사인 미국 록히트마틴의 존재죠.

록히트마틴은 이번 T-4 후계기 사업과 관련해서도 협상 테이블에서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KAI에게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방산업체의 기술력과 신뢰도, 그리고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미일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록히트마틴의 참여는 일본 정부에게도 부담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노후화 심각한 T-4, 교체 시급한 상황
한편 T-4 교체가 시급한 이유는 단순히 기체가 오래되어서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5월 중순에는 T-4 훈련기가 일본 아이치현 고마키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이륙했다 추락해 탑승자 두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기체 노후화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T-4는 항공자위대가 조종 훈련용으로 쓰는 2인승 복좌형 기체로, 1988년부터 운용되고 있어 이미 설계 수명을 넘어선 상태죠.
일본 정부로서는 더 이상 교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결국 이번 T-4 후계기 사업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한일 방산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AI가 직접 수출보다는 기술협력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