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고 흰머리가 늘어갈수록 대다수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떳떳한 어른으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흔히 사회적으로 높은 직업을 가졌거나 유산으로 물려줄 재산이 넉넉해야 자식과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살 것이라 믿기 쉽다.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쓸쓸하게 지내는 시니어가 있는 반면, 형편은 소박해도 늘 가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가장 깊은 존경을 받는 부모들의 독보적인 공통점은 다 큰 자식의 삶을 온전히 인정하고 정서적으로 깔끔하게 독립했다는 점이다.
내 경험만을 정답이라 고집하며 자식 부부의 결혼 생활이나 손주 교육 방식에 감정적으로 참견하려는 욕심을 과감히 내려놓은 결과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보상심리로 연락을 강요하거나 일상을 통제하려 들지 않으니, 자식들이 먼저 감사함을 느끼고 살갑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과거의 서운했던 기억을 꺼내 신세 한탄을 하거나, 다른 집 자식들과 비교하며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우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사사건건 훈수를 두거나 가르치려 들기보다, 요즘 젊은 세대의 거친 세상살이를 너그럽게 품어주고 묵묵히 응원해 줄 뿐이다.
부모를 만날 때마다 매번 죄인이 된 듯한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위로를 얻어가니, 자식들은 늘 부모의 지혜를 구하며 진심 어린 우러름을 보낸다.

자식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거나 찾아와 내 외로움을 채워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완전히 탈피하여 주도적으로 하루를 채워나간다.
동네 공원을 규칙적으로 산책하거나 손때 묻은 복지관 수업을 찾는 등 나만의 확실한 생활 반경과 소박한 취미 활동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셈이다.
내 안위와 감정을 타인에게 저당 잡히지 않고 스스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단단한 일상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자식들에게 정서적인 부담을 전혀 주지 않는다.

평소 예민하게 몸의 변화를 살피고 규칙적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내 신체적 자립 능력을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는다.
부모가 건강을 잃고 무너지는 것이야말로 제 앞가림하느라 바쁜 자식들의 삶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현실적인 공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비나 간병의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내 건강을 악착같이 사수하는 부모의 눈물겨운 노력 그 자체가, 자식들에게는 그 어떤 유산보다 값진 최고의 내리사랑이자 존경의 이유가 된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밥값을 펑펑 쓰며 허세를 부리거나, 자식 부부에게 무리하게 큰돈을 얹어주느라 내 노후 밑천을 텅 비우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 존엄성을 지켜줄 현금 흐름과 노후 자금을 철저하게 감추고 지켜내며, 오롯이 내 부부의 건강과 생활비 방어에만 지혜롭게 배분한다.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는 확실한 경제적 방패막이를 쥐고 담백한 지출 구조를 유지할 때, 노년의 삶은 비로소 서글픈 구걸 없이 가장 우아하게 유지된다.
Copyright © 나를 돌보는 마음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