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아일리아' 시밀러 패소 소식에 특허분쟁 영향받나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셀트리온 2공장 /사진 제공=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안과질환치료제 ‘아일리아’의 원개발사인 리제네론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특히 이번 패소가 현재 비슷한 특허분쟁이 진행 중인 셀트리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삼천당제약 등 국내 바이오사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미국 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서 아일리아 시밀러 항소심 패소...'오퓨비즈' 출시 제동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리제네론을 상대로 제기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SB15)’ 가처분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가 리제네론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예비금지명령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리제네론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퓨비즈의 미국 출시를 막는 예비금지명령도 유지하기로 했다.

리제네론은 지난 2023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일리아 특허 51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인 오퓨비즈 미국 출시를 일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법원이 지난해 6월 이를 인용한 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즉각 항소했으나 다시 패소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향후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법적 분쟁 사항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패소 소식...셀트리온 특허 분쟁 영향 '예의주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패소가 셀트리온이 제기한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셀트리온 역시 리제네론과 아일리아 관련 특허 분쟁 중이라 이번 패소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리제네론과 아일리아 US11084865 특허 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는 유리체강 내 투여에 적합한 VEGF 길항제 제형 특허다. 셀트리온은 예비금지명령 때문에 리제네론의 허가 없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를 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US11084865 특허가 사소한 변형만 있기 때문에 특허 효력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리제네론이 이중특허로 특허기간 연장을 막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리제네론은 2007년 아일리아의 주요 특허를 출원하고 이후 분할특허 등록 방법으로 만료 기간을 연장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쟁점을 간소화하기 위해 다른 특허 소송을 철회하며 이번 소송의 핵심인 US11084865에만 집중하고 있다. US11084865 특허는 오는 2027년 6월14일 만료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원개발사가 특허로 소송을 거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현재 분쟁 중인 소송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K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미국 진출 늦어지나

특허분쟁에서 리제네론이 압승을 이어가자 업계에서는 국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진출이 특허 만료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아일리아의 물질특허는 올해 5월 끝나지만 제형 특허 등이 여전히 남아 2027년 6월 이후에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일리아는 리제네론이 개발한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등의 안과질환치료제로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에 결합해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것을 기전으로 한다. 리제네론에 따르면 2023년 아일리아의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12조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 제약사 중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삼천당제약 등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첫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5월부터 '아필리부'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2023년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의 품목허가 신청한 뒤 유럽의 허가 권고를 받았다. 나머지는 현재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됐다.

삼천당제약은 2023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SCD411 허가를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올해 초 사용승인과 함께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지연돼 올 1분기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EMA 등 국외에서도 허가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5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경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에서 원개발사가 연이어 승소한다면 최악의 경우 모든 특허가 만료돼야 해당 지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며 "아일리아는 블록버스터 약품이기 때문에 리제네론 역시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늦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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