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원 시장"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몰래 싹 쓸어 온다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시 멜라토닌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멜라토닌이 처방약으로 분류되어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과 한국인들의 수면 부족 문제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 내 멜라토닌 규제와 해외 구매 실태

한국에서 멜라토닌은 처방전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일반 약국이나 건강식품점에서 구매할 수 없다. 이러한 규제는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처방전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한국인 여행객들의 주요 쇼핑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 한국 기업가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멜라토닌을 기념품으로 구매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시 멜라토닌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해외 거주 한국인들과 여행객들의 경험에 따르면, 개인 사용 목적으로 소량(예: 몇 병 정도)의 멜라토닌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은 대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량(6병 이상) 반입 시 세관에서 주목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수면 시장 급성장, 멜라토닌 대체품 등장

KB금융그룹 싱크탱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면 시장은 2011년부터 2021년 사이에 6배 이상 성장하여 3조 원 규모에 도달했다. 이 시장은 2026년까지 40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급성장은 한국인들의 심각한 수면 부족 현상과 관련이 있다. OECD 2021년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하루 471분으로, OECD 평균보다 30분 적다. 주요 경제국 중에서는 일본(442분)보다만 나은 수준이다.

수면의 질 측면에서도 한국인들은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건강 기술 기업 필립스가 13개국 1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평균 55%였으나, 한국인만 대상으로 했을 때는 41%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멜라토닌 대체품이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슬리핑 보틀'과 같은 제품은 멜라토닌 없이 천연 성분만으로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는 컨셉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의 개발자는 "멜라토닌은 합성 호르몬이며, 그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부작용 없는 수면 솔루션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멜라토닌 시장 동향과 한국 시장의 특수성

글로벌 멜라토닌 시장은 2025년 6억 9,870만 달러에서 2032년 13억 6,24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10.0%로 전망된다.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멜라토닌 수면 보조제 시장은 2024년 5억 2,030만 달러에서 2032년 9억 7,019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성장은 스트레스 증가와 수면 문제의 확산, 건강에 대한 인식 증가, 그리고 전반적인 웰니스에 대한 관심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COVID-19 팬데믹 이후 스트레스 수준이 급증하면서 멜라토닌 보충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멜라토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부상했다. 건강에 대한 의식 증가와 자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멜라토닌을 처방약으로 규제하고 있어,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멜라토닌 판매 논란

한국에서는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멜라토닌과 유사한 이름의 수면 보조제를 판매하고 있으나, 실제로 멜라토닌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한국에서 처방약으로 분류된 멜라토닌 캡슐을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알리익스프레스의 약한 제품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갈등 우려로 한국 당국이 해외 이커머스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비자들은 iHerb나 아마존과 같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멜라토닌을 구매하거나, 미군 기지가 있는 평택과 대구 지역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인의 수면 건강과 멜라토닌 대안 모색

최근 한국에서는 20-40대 젊은 층에서 수면 장애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면증 약물과 수면제 시장이 크게 성장했으며, 한국 전역의 많은 약국에서 이러한 수면제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 전문가들은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치료를 통해 수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수면 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시설을 설립하고 약물 사용을 통제하기 위한 더 많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향후 전망: 수면 시장의 진화와 대응 방안

한국의 수면 시장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건강 산업과 관련이 없어 보였던 첨단 기술 기업, 금융 기업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라토닌 대체품 개발과 함께, 수면 관련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의 확장도 전망된다.

멜라토닌 규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멜라토닌을 대량 구매하는 현상은 국내 규제와 수면 문제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향후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멜라토닌과 같은 수면 보조제에 대한 규제와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들의 멜라토닌 해외 구매 현상은 단순한 소비 행태를 넘어, 국내 수면 건강 문제와 규제 환경, 그리고 글로벌 수면 시장의 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수면 건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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