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 안 준다고 별점 테러 받고 ‘미쉐린’도 안오지만 20년째 ‘중꺾마’ [푸디人]
한국에서 20년째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 셰프는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라고 여겨지는 대부분이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가 말하는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하는 강렬한 소스와 요리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은 채 많은 재료를 넣어 푸짐하게 보이는 것들이다.
“무거운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에 한국인들이 익숙하다보니 피클과 할리피뇨를 찾습니다. 그러나 진짜 이탈리아 요리는 먹고 나면 가벼운 느낌이죠. 또한 요리와 페어링 된 이탈리아 와인이 나오기 때문에 느끼하고 거북한 느낌이 들기가 어렵습니다.”


먼저 갑오징어를 약 10시간 정도 62도에서 저온 조리한 뒤 파스타 면 중 하나인 ‘탈리아텔레’의 느낌이 나게 길게 자른다. ‘탈리아텔레’는 롱 파스타의 일종으로, 너비가 약 6~8mm인 길고 납작한 파스타이다. 라구 소스나 크림 소스 등 진한 소스를 사용한 파스타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데 마리아 셰프는 소금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로 가볍게 터치한다. 여기에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를 얹어 색감마저 돋보인다.
“이탈리아 음식을 드실 때 재료 본연의 맛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양 많고 소스 많은 게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3~4가지 재료로 요리사가 만든 최고의 조합을 음미하면서 먹는 게 중요합니다.”
이 요리를 받아들면 먼저, 신선한 올리브오일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데 마리아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이탈리아산으로 고집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재료는 단연코 이탈리아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다. 부라타치즈는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이 기분 좋게 한다. 갑오징어는 살짝 씹으면 겉은 탄력이 있으면서도 속살은 연해 몇 번 씹고 나면 목구멍을 슬며시 넘어가 버린다. 먹기 전에 갑오징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밀가루 면으로 속을만큼 해산물의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파스타와 피자, 리조또만 먹으면 탄수화물 폭탄이죠. 영양학적으로 미학적으로 요리사가 구성한 코스 요리를 먹어야 제대로 이탈리아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음식과 페어링하는 와인도 반드시 이탈리아 와인을 고집한다. 해산물 요리에 맞는 하우스 화이트 와인으로는 ‘Altavilla della Corte(2022)’를 내놓는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토착품종 중 하나인 그릴로(Grillo)로 생산된 이 와인은 시칠리아에 있는 비니꼴라 피리아또 와인 양조장(Casa Vinicola Firriato)에서 생산된다. 이외에도 화이트와 레드 각각 3종을 하우스와인으로 선보인다.
데 마리아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식전 빵부터 전채요리, 생면 파스타, 메인요리, 젤라토와 디저트까지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다. 빵과 디저트를 다른 매장에서 사서 하는 다른 이탈리아 레스토랑과는 비교를 거부한다.
식전 빵은 이탈리아에서 데 마리아 셰프가 직접 가져와 지금껏 16년째 키워온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4종류를 내놓는다. 기본적으로 그리시니, 치아바타, 포카치아에 다른 한 종류는 올리브 빵이나 토마토 또는 살라미 빵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젤라토는 총 8가지 맛을 상시 만들어낸다. 레몬, 딸기, 메론, 구아바 등 과일 100%의 4종류와 바닐라, 초콜릿,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등 우유베이스 4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젤라토를 내놓는다면 맛을 한두 가지만 하지 않습니다. 최소 8가지 맛은 보여줘야 이탈리아 정통 젤라토 샵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염장 숙성한 살라미들과 레몬머랭·생과일 타르트 등도 그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된다.
또한 레스토랑 공간이 요리 종류에 따라 층수별로 구분되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피자·샌드위치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코스로 먹는 정찬이 다르다는 셰프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3층 규모의 이탈리아 식문화공간 중 1층에는 살라미와 젤라토, 샌드위치, 피자를 판매하는 다파올로 델리샵이 있다. 2층에서는 데 마리아 셰프의 특별한 전채요리, 파스타·스테이크, 디저트 트롤리 등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가 제공되는 ‘파올로 데 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2015년부터 요리 전문 교육기관인 IFSE(Italian Food Style Education·입세)의 한국분교를 맡아 운영해 오고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시 외곽에 있는 IFSE는 이탈리아에서 최우수 교육기관상을 수상한 유일한 이탈리아 대표 요리학교이다. 피에몬테 주의 지원을 받아 지중해와 이탈리아의 건강한 식문화와 최고의 식재료를 알리고 보존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정받는 요리학교이다.
건물 3층에 ‘입세코리아’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요리 쿠킹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의 의뢰로 기업체 요리특강을 진행하고 단순히 요리만 배우는 것이 아닌 식문화를 같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 같다는 찬사도 받는 등 고객 만족도가 높다.
‘문화를 이해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셰프가 이탈리아 식문화의 씨앗을 한국에 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이탈리아 요리와 식문화를 제대로 배우려는 학생들의 수업으로 바빴고 내년 1월 22일부터 국내전문가 과정 20기가 시작될 계획입니다. 제주도, 거제도에서 올라와 수업을 들을 만큼 이탈리아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열정을 알고 있죠.”
이탈리아 문화를 한국에서 알리려는 그의 노력은 양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3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주는 식문화 공헌상을 받았는데,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이탈리아 요리사가 받은 것은 이때가 최초였다. 한국에서는 2010년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여러 호텔에서 많은 오퍼가 있었지만 원하는 최고의 식재료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호텔에 갈 생각은 없었어요. 오너 셰프의 장점은 제가 원하는 식재료를 쓸 수 있다는 것이죠.”
보나세라 수석셰프 자리를 2009년에 그만두고 이듬해인 2010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자신의 첫 레스토랑을 열었다. 당시 한국인들이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에 익숙해져 있음에 아쉬움을 느끼고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포부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의 요리는 많은 셀럽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많은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됐다. 거리에 사람이 몰리자 임대료가 올라갔고 한남동, 부암동에 이어 지금의 연희동까지 둥지를 옮겨야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를 한국에 알리겠다는 열정과 이탈리아 요리가 최고라는 그의 신념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이를 인정받아 2018년부터 국내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공식 미식가이드인 ‘감베로 로쏘’에서 ‘탑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고 올해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미쉐린은 저희 레스토랑에 오지 않아요. 저희는 프랑스 와인을 취급 안 하거든요. 이탈리아 음식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맞습니다. 앞으로도 정통 이탈리아 음식으로 사랑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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