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방발기금을 둘러싼 쟁점을 들여다보고 향후 과제를 분석합니다.

국회가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대형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등에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하고 있으나 관련 법안들은 2년째 소관위원회(소관위) 심사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은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13일 발의했다.
개정안에서 새롭게 추가된 방발기금 납부 대상에는 MPP,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포털), OTT 사업자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들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MPP는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전년도 매출액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사업자가 대상이다. 포털은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중 규모·점유율·매출액이 대통령령 기준에 부합하는 자가 대상이며 전년도 광고 매출액의 최대 6% 이내를 징수한다. OTT는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일정 기준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전년도 해당 사업 매출액의 최대 1% 이내를 징수한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자 간 형평성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다. 그동안 시장 변화로 이익을 올리면서도 기금 납부 대상에서 빠져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OTT와 포털 등에는 공적 책임을 묻는 구조다.
개정안에는 경영 위기에 직면한 지상파와 종편·보도 채널에는 기금 징수 상한선을 기존 6%에서 3%로 낮추는 완화책도 포함됐다. 콘텐츠 제작비가 높거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 공익 기여도가 높은 경우에는 기금을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는 조건도 명시했다.
이와 같은 취지의 방발기금 개정안은 지난 2024년부터 꾸준히 발의되어 왔다. 2024년 7월12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OTT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발기금 사업의 수혜를 보고 있음에도 징수 대상에서 제외되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이 담겨있다.
조 의원은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대통령령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전년도 매출액의 1% 범위 내에서 분담금을 징수하는 안을 제시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해외 국가에서 기존 방송통신 사업자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기금 분담금 납부를 의무화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2024년 9월4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년도 매출액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MPP에게 공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여러 채널을 동시 운영하며 지상파 못지않은 매출과 영향력을 누리는 사업자가 등장했으나 현행법상 이들에게 공적 책임을 지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2025년 10월20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를 통해 지상파와 종편, IPTV 등 전통적 방송사업자 위주의 분담금 징수 체계를 비판하며 MPP의 공적 책임 부과를 주장했다. 이 법안은 MPP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기금 분담금 징수 대상에 포함해 미디어 재원 구조의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2025년까지 발의된 3개 법안은 과방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번에 발의된 최형두 의원의 법안은 과거 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발의했던 OTT 및 MPP에게 공적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을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한 형태다.

법안의 국회 통과까지는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 주된 요인은 기금 부과의 법적 취지와 성격의 충돌이다. 현재 방발기금을 납부하는 지상파, 케이블TV, IPTV 등은 국가로부터 주파수 할당이나 사업 허가라는 특혜를 부여받은 대가로 분담금을 내왔다.
반면 MPP나 포털, OTT 등은 정부로부터 별도의 자원이나 특혜를 받지 않고 자체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낸 사업자다. 따라서 이들에게 동일한 공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기금의 본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 관계자는 “방발기금을 새로운 사업자에게 징수하는 것은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그동안 여러 의원들이 방발기금 개정을 시도했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안이 규정한 규제 기준의 객관성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정안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큰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 또한 MPP 징수 기준으로 설정된 '매출액 3000억원'이라는 수치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외부 재정 지원보다 기업 비용 절감 조치가 미디어 생태계 성장에 훨씬 효과적”이라며 아울러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 기금을 부과할 경우 한국 시장에 대한 콘텐츠 제작 투자를 축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에게 기금을 부과할 경우 통상 문제로 번지지 않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며 글로벌 OTT 규제에 따른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염려했다.
한편 국회 관계자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방송의 경영 악화로 기금 고갈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OTT 뿐만 아니라 국내 포털 등을 통해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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