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재고가 없다" 전세계에서 한국 K9자주포 구매,물량 맞추기 위해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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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은 말 그대로 '풀가동' 상태다. 전 세계에서 K9 자주포 주문이 밀려들면서 생산 라인이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에 212문 납품을 완료한 것도 잠시, 루마니아·이집트·호주·베트남까지 대기 중인 물량이 산더미다.

155mm 자주포 시장 점유율 52%, 누적 수출액 13조 원 돌파. 숫자만 보면 화려하지만, 현장에서는 "팔 물건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늘은 K9 자주포가 어떻게 세계 시장을 석권하게 됐는지, 그리고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국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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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어떻게 세계 표준이 되었나

K9 자주포는 현재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인도, 터키, 베트남 등 10여 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K9은 155mm 자주포 세계 수출 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누적 운용 대수는 1,700문을 넘어섰으며, 유럽 내 실전 배치 규모만 놓고 보면 독일 PzH2000이나 프랑스 CAESAR를 상회한다.

K9의 약진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포병 소모량이 폭증했고, 유럽 각국은 노후 자주포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실전형 체계를 찾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대량 도입이 가능하고, NATO 표준에 부합하며, 혹한과 고온 환경에서도 검증된 플랫폼이 필요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 것이 바로 K9이었다. 독일 PzH2000은 성능은 우수하지만 도입가와 유지비 부담이 크고, 프랑스 CAESAR는 방호력과 지속 사격 능력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9은 자동사격통제체계, 분당 최대 6발의 발사 속도, 40km의 사거리, 기동성과 방호력을 동시에 갖추면서도 성능 대비 비용 효율이 높아 '가성비 최강' 자주포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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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212문 완납, 계약보다 9개월 빠른 '로켓 배송'

K9 수출의 상징적 사례는 단연 폴란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16일 폴란드에 K9 자주포 212문 인도를 최종 완료했다. 2022년 계약 체결 후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원래 계약상 최종 납기 기한은 2026년 9월 30일이었지만, 무려 9개월이나 앞당겨 전량 납품을 완료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독일은 폴란드에 단 1대의 자주포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한국의 납기 경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폴란드는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았다. 차체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현지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정비와 개량, 탄약 운용까지 포괄하는 포병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K9 자주포 차체 수출 계약을 약 4,020억 원 규모로 추가 체결했고, 12월에는 천무 다연장로켓 5.6조 원 규모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과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K9을 폴란드군 주력 자주포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를 포함한 폴란드 누적 수출액은 47억 달러(약 6조 8천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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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맞추기 위한 창원 공장의 대변신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우선 생산 라인 자체가 확장됐다. 2023년 상반기부터 창원 3사업장 생산 라인을 늘리기 시작했고, 공장 증설에 맞춰 추가 인력도 대규모로 채용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창원 공장의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은 약 5조 4,8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현재 공장은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에는 K9 자주포에 장착되는 엔진이 최초로 국산화됐다. STX엔진이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K9 자주포 국산 1호 엔진'이 출고된 것이다. 그동안 K9 엔진은 외국 기술과 부품에 의존해왔는데, 이제 핵심 부품까지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면서 수출 물량 대응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 및 마케팅용 K9A1 자주포를 자체 보유하기로 결정하고 출하식을 개최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자체적으로 R&D 및 마케팅용 장비를 보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수출 시장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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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중동까지, 끊이지 않는 러브콜

K9의 인기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혹한 환경에서의 운용 안정성과 기동성을 높이 평가해 K9을 채택했다. 핀란드는 구형 자주포를 K9으로 빠르게 교체 중이며, 현재 총 4,673억 원 규모의 계약 중 2,182억 원어치가 잔여 물량으로 남아 있다. 에스토니아 역시 발트 3국의 대러 억제 전략 핵심 포병 전력으로 K9을 배치했다. 스웨덴도 차기 자주포 사업에서 K9을 유력 후보로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 시장도 뜨겁다. 이집트는 총 2조 4,487억 원 규모의 K9을 도입 중이며, 잔여 물량만 1조 9,866억 원에 달한다. 호주는 총 1조 179억 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고, 7,578억 원어치가 아직 남아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베트남이다.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베트남에 K9 자주포 20문을 약 2억 5천만~3억 달러(약 3,500억~4,300억 원) 규모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공산권 국가에 K9을 수출한 첫 사례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공산주의 국가와의 거래를 자제해왔던 한국 방산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인도에서도 지난해 4월 현지 업체 L&T와 K9 자주포 2차 수출 사업 3,71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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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수출 13조 원 돌파, K방산의 새 역사

K9과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합친 누적 수출 총액은 이제 13조 원을 돌파했다. 3분기 보고서 기준 현재 유효한 K9·K10 계열 해외 계약 잔액만 약 6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최근 2년간 신규 수출 계약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7월 루마니아 국방부와 체결한 K9 공급 계약은 1조 3,828억 원 규모이며, 지난주에는 창원 공장에서 루마니아향 K9A1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36문 생산에 본격 착수했다. 2029년까지 납품 완료가 목표다.

이러한 성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방산부문 매출은 6조 2,823억 원, 영업이익은 1조 5,362억 원을 기록했다. 전사 영업이익 중 방산 비중은 67.33%에 달한다. 2023년 연간 실적은 매출 26조 6,078억 원, 영업이익 3조 345억 원으로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내 4대 방산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로템, LIG넥스원)의 합산 수주 잔고는 100조 원에 달하며, K9은 이 중 핵심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