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라이브]늦었지만 와이파이7 '자신감'…똑똑한 '네트워크 감시' 있기에

전 세계 주요 기업 IT 담당자 및 임원들이 1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시스코라이브 2024 멜버른'을 방문했다. /사진 제공=시스코

11일 오후 1시경(이하 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 멜버른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 전 세계 주요 기업 정보기술(IT) 담당자와 임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한국의 봄 같은 날씨 덕분에 그들은 가벼운 옷차림에 가방을 메고 학구열에 가득 찬 학생 같은 모습으로 컨벤션센터에 들어섰다. 그들의 관심은 한 곳으로 모였다. 바로 글로벌 IT기업 시스코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 2024 멜버른'에서 내놓을 메시지다.

시스코는 매년 미주·유럽·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서 연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를 개최해 회사의 새로운 솔루션을 소개하며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그 중 아태 지역 시스코 라이브는 멜버른에서 열린다. 시스코는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본부를 두고 호주뿐 아니라 한국·일본·중국·동남아 등에서도 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대규모 시장과 수많은 인원을 수용 가능한 전시·숙박시설을 갖춘 멜버른에서 아시아태평양 시스코 라이브를 연다.

시스코가 1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시스코 라이브 2024 멜버른'을 개최한다. /사진 제공=시스코

이날 오후 막을 올린 시스코 라이브의 첫 주자는 '와이파이7'이었다.  로런스 황 네트워킹 머라키&무선 부문 수석부사장 겸 총괄매니저와 레이먼드 얀스 반렌스버그 APJC 네트워킹 및 솔루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의 기자들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업용 와이파이7 공유기(액세스포인트)와 구독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와이파이7은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가 정의한 최신 와이파이 표준이다. 시스코 같은 통신장비 제조사들은 최신 와이파이 표준이 만들어지면 그에 맞는 장비를 개발해 기업들에 공급한다.

시스코는 와이파이7 공유기 출시가 경쟁사들보다 다소 늦었다. 하지만 시스코는 자신만만하다. 경쟁사보다 보안을 강화하고 기업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독 프로그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와이파이 표준은 와이파이6와 와이파이6E다. 이런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업무나 서비스에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고 그 결과물을 업무에 적용하려면 과거보다 많은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실되지 않아야 한다. 이에 시스코는 보안기능을 강화했다.

시스코의 와이파이7 공유기와 '스페이스 플랫폼'으로 업무공간을 운영하는 모습 /사진 제공=시스코

시스코는 자사의 와이파이7 공유기에 연결되는 노트북·스마트폰·센서 등 각종 장비들의 위치를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독 프로그램에 도입된 '시스코 스페이스 플랫폼'을 통해 각 기기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시스코의 사우전드아이스(ThousasdEyes) 솔루션으로 네트워크 전반의 병목 현상을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했다. 시스코는 지난 2020년 네트워크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 기업 사우전드아이스를 인수했다. 회사의 이름과 솔루션의 명칭이 같다. 사우전드아이스는 기업 서비스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모니터링해 문제의 징후가 감지되면 미리 IT 담당자에게 알려준다.

시스코는 자사의 △다이내믹스 애플리케이션 △SD-WAN·협업툴 '웹엑스' △머라키 등의 제품에 사우전드아이스를 접목해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등의 가시성을 높였다. 이번에는 와이파이7 구독 프로그램에도 사우전드아이스를 포함하면서 고객이 무선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이먼드 얀스 반렌스버그 시스코 부사장이 1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24 멜버른'에서 와이파이7 공유기와 구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시스코

와이파이7 표준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가 최초다. 이후 애플은 올해 내놓은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와이파이7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와이파이 표준은 적용 가능한 기기들이 확보돼야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 중에서도 와이파이7 표준을 지원하는 것은 아직 손에 꼽힐 정도다. 시스코는 와이파이7 기기의 생태계가 커지기를 기다리며 보안 및 구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회사는 와이파이7 공유기의 기능을 더 고도화한다. 반렌스버그 부사장은 "보다 똑똑한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미 최신 공유기에 BLE 블루투스 기능이 포함됐지만 위성항법장치(GPS) 및 초광대역 지원 같은 기능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멜버른 2024' 방문객들이 시스코 솔루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시스코

이날 시스코의 와이파이7 공유기 발표 이후 같은 건물 전시공간에는 시스코 및 시스코 파트너사들의 부스가 마련됐다. 시스코와 파트너사들은 부스에 △산업용 IoT △보안 및 클라우드 △웹엑스의 AI △데이터 수집·분석 솔루션 스플렁크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등을 전시했다. 이날 개막한 시스코 라이브는 오는 1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시스코는 기조연설을 비롯한 각종 발표에서 회사의 비전 및 전략을 소개한다.

한편 시스코의 주요 사업 분야는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보안 △협업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등이다. 지난 1984년 미국에서 설립된 시스코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한국에도 1994년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30년간 한국에서 사업을 펼치며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회사는 한국의 IT인재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멜버른(호주)=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