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극장에서 원없이 울고 눈물을 흘리게 만든 한국영화
영화 '행복의 나라' 후기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이럴거면 재판은 왜 하는 겁니까!”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정인후’. ‘정인후’는 군인 신분 때문에 단 한번의 선고로 형이 확정되는 ‘박태주’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 하지만,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를 터뜨린다.
'행복의 나라'는 2021년 촬영이 완료되어 3년이 지난 지금에야 공개된 영화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코로나로 인해 개봉이 연기되었고, 그 사이에 비슷한 시대적 배경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서, '10.26'과 '12.12 쿠데타'는 대중에게 너무 익숙한 소재가 되었다.(여담으로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과 '행복의 나라'의 추창민 감독은 절친한 사이다.) 그런 역사적 배경과 상황을 알고 있다면, 사실 이 영화의 주 소재라 할 수 있는 법정물은 사실 무의미하다. 역사적 사실만 알아도 충분히 예상한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추창민 감독의 대표작인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광해)를 떠올려 본다면 영화적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전형적인 영화의 흐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광해'가 정치와 시대의 흐름에 관심이 없던 소시민을 왕으로 상징되는 영웅으로 만드는 극적인 장치를 완성했던 것처럼, '행복의 나라'의 주인공 정인후 역시 시대의 흐름 보다 현실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가 점차 역사의 부정함에 분노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촬영을 끝나자마자 1년 후에 빨리 개봉했더라면 좀 더 괜찮은 평가를 받았을 작품일 테지만, '행복의 나라'의 구조와 흐름은 너무나 익숙해 법정 스릴러의 묘미와 카타르시스가 담긴 드라마의 부분에서는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소 약간의 주관적이 담긴 입장에서 이 영화를 정의하자면 그럼에도 영화는 너무 좋다는 점이다. 전에 언급한 '빅토리' 처럼 단점을 커버해줄 큰 장점들이 많다는 점이다.
법정물의 경우 스릴러, 드라마적인 요소에서 아쉬울 수 있지만 조금 특이한 관점에서 보자면 흥미롭게 다가올수 있다. 사실상 이때 당시 법정의 분위기는 '답정너' 형식으로 정인후(조정석)라는 주인공이 제아무리 여러 천재적 방식으로 주인공을 변호한다 한들 이미 결과는 뻔한 상태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이 법정은 일반 법정이 아닌 군사 법정인데다가, 계속 쪽지가 오가며 문제의 인물(전두환으로 상징된 전상두)의 입맛에 맞춰 진행되고 있었다. 주인공 정인후는 그 부당함을 알고도 계속 도전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까지 활용하게 된다. 주인공의 이러한 간절한 행동은 당시 억압적인 사회를 비로소 몸으로 체감한 주인공의 심경 변화와 연결돼 묘한 드라마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정인후와 너무나 올곧은 인물인 박태주(이선균)의 물과 기름 같은 조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되는 과정도 나름의 흥미를 유발한다. 죽음을 무릎쓰고 군인다운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태주의 행동에 정인후의 환장하는 모습은 묘한 웃음을 불러오게 한다. 그러면서 군인이라는 직업을 혐오하던 그가 절대 권력자인 전상두(유재명)와 마주하는 순간을 통해 서로 다른 군인의 모습(한명은 전형적인 군인, 다른 한명은 권력자형 군인)을 보게 되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정인후가 두명의 군인과 일련의 사건을 통해 진정한 변호사이자 인권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그점에서 본다면 영화의 흐름과 드라마는 나쁘지 않으며, 한 시대를 살아가며 세상에 맞선 민초의 삶을 부각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을 커버하는 또 다른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의 힘이다. 비록 각본의 아쉬움이 있다한들 감정을 끌어내는 배우의 힘으로 이를 설득시킬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본다. 그점에서 본다면 조정석, 故 이선균, 유재명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자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조정석은 이 영화에서 '조정석 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조정석 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다.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영화인 탓에 중간중간 특유의 유머러스한 대사와 행동으로 분위기를 반전 시키면서도, 부정한 현실에 분노하고 전상두에게 과감히 맞서는 후반부의 모습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을 볼수있어서 인상적이다.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도, 때로는 허술하고, 때로는 비겁하지만, 진짜 불의에 분노하는 이 시대 민중의 모습을 잘 그렸다는 점에서 조정석의 정인후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유재명이 분한 전상두는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 연기한 전두광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외형적이나 캐릭터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전상두는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지니면서도 너무 지닌탓에 군인의 부패를 어느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식의 인물이다. 그래서 정인후와 같은 변호사와 그외 인물들을 건방떠듯이 지켜보는 거만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어 실제 전두환도 저랬을꺼라는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그만큼 유재명이 이 캐릭터를 잘 분석하고 그려냈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의 황정민에 비견되는 명연기를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故 이선균을 기억하고 추억하기에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지나칠 정도로 군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캐릭터가 다소 답답하지만, 그러면서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과 정반대의 성격인 정인후에 동화되어가는 과정은 인간미를 불러오게 한다. 중간중간 정인후와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귤을 나눠먹고 정감을 나누는 모습은 묘한 감동을 불러오게 하더니, 영화의 마지막 마치 관객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듯한 장면에서는 차마 눈물을 멈출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행복의 나라'는 故 이선균을 위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몇몇 눈에 띄는 단점이 보이지만,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를 각 개인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 무거운 분위기에서 인간의 정을 느낄수 있는 드라마,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 만으로도 '행복의 나라'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행복의 나라'는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평점:★★★☆
- 감독
- 출연
- 전배수,송영규,최원영,강말금,박훈,이현균,진기주,유성주,김법래
- 평점
-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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