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번지 강타한 사고력 수학…“유아·초등부터 의대 준비”

강남 엄마들의 수학교육 커리큘럼…‘4~6세 놀이 수학·7세 이후 사고력 수학’

▲ 의대 광풍 속 유치원때부터 의대 준비를 위해 사고력 수학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사고력 수학 문제를 풀고있는 한 아이. ⓒ르데스크

“어렸을 때 우리 아이를 사고력 수학 학원을 보내지 않고, 공부방을 보낸 걸 지금 중학교에 와서야 후회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는 몰랐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니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네요.”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소식에 ‘의대 광풍’이 불고 있다. 서울 주요 유아·초등 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의대 준비가 한창이다. 이공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을 어릴 때부터 확실하게 잡아야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사고력 수학’이 인기다.

의대 합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목은 ‘수학’이 지목되는데 수학 성적은 대부분 의대에서 가산점으로 반영된다. 수학은 단기간에 점수를 끌어올리기 힘들어 조기교육이 중요한데, 사고력 수학이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아 사고력 학원은 일반적으로 4살부터 등원가능하며 가만히 문제집을 푸는 게 아닌 다양한 교구들과 보드게임류로 수업이 진행된다.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유명 놀이수학학원A는 4대1로 수업이 진행됐다. 3개월 단위 학기제로 보충은 2번만 가능하며 주1회 80분 수업에 수강료는 19만원이다. 수업 후에는 학부모 브리핑이 항상 있다. 별도의 입학테스트는 없었지만 간단한 구술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학원에 등원할 수 있다.

A학원에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는 학부모 이영미(33·여)씨는 “최근 주변을 보면 유치원때 수학학원을 안다니는 아이들을 찾기 힘들 정도고, 수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 소근육 발달을 위해 수학놀이학원을 보내는 것은 아주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며 “다만, 기존의 유명 학원들의 경우 업력이 오래돼 교구가 낡은 곳이 많아 교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신생학원이 더 나을 것이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 문해력 낮아”…사고력 수학학원 대기명단 빼곡

▲ 놀이수학을 졸업한 아이들은 사고력 수학학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수학 공부에 돌입한다. 사진은 대치동에 위치한 한 사고력 수학학원 강의 전경. ⓒ르데스크

놀이수학을 졸업한 7세 이상의 아이들은 교구·게임 중심의 활동사고력 수업에서 나아가 추론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사고력 수학 학원으로 단계를 옮긴다. 이곳에서는 문제집을 통한 본격적 수학실력 향상이 중점이다.

서울 주요 학원가에서 사고력 수학 학원을 종종 볼 수 있다. 대기명단이 빼곡한 B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입학 테스트 사전 예약은 필수다. 이후 레벨테스트를 통해 반이 배정되고 해당 반에 수강인원이 다 찼으면 순번에 맞게 대기해야 한다.

B학원은 학년별로 4개의 반을 구성해 대수와 도형 파트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대수 커리큘럼에는 ▲사칙연산 기반 심화문제 ▲마방진 ▲복면산 ▲규칙성과 수열 등이 포함됐다. 도형 파트는 ▲쌓기나무 ▲닮음 ▲등적변형 ▲정다면체와 피타고라스 정리 등으로 구성됐다. 교재는 대부분 서술형으로 구성돼 문제 해결 능력과 문해력을 모두 요한다.

B학원의 학원비는 100분 수업 기준 주 2회 월 44만원이다. 물론, 주 1회반도 운영 중이다. 해당 학원의 학생들은 다른 보충학원이나 과외를 병행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학원 내에서 주기적으로 3~4달에 한번 씩 정기승급기간도 가져 상급반 경쟁 역시 치열했다.

B학원 관계자는 “사고력수학은 응용력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 고등 심화 과정 문제를 수월하게 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밑바탕이다”며 “고학년이 될수록 수학의 경우 기초가 부족하거나 기본기가 약하면 더 이상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현행 입시에서 높은 수학 점수를 받고자 한다면 사고력 수학은 필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 초등학교 시험에서부터 과거에 많이 출제됐던 객관식 유형이 아닌 국어나 과학 문제처럼 서술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며 “스마트폰 등의 이유로 문해력이 낮은 아이들을 요즘 흔히 볼 수 있어 바로 이 지점이 사고력 수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고 덧붙였다.

대중화된 초등 영재코스…사고력 수학, 의치한약수 발판 “생각의 힘 확장 중요”

▲ 과거 영재 교육의 핵심코스였던 사고력 수학은 이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됐다. 사진은 서울 유명 사고력 수학학원 필즈 수업 교재. ⓒ르데스크

과거 사고력 수학은 초등 영재 양성의 핵심 코스였다. 일반 초등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교육과정을 체험할 수 있어서다. 이를 과학고와 같은 특목고 입학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재를 위한 과정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의사 계열 전문직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너도나도 의대 준비가 한창이다. 과거 초등 영재학교 수준의 공부는 어느덧 평균으로 자리 잡았다. 초등 영재학교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이득이 보장돼 있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학대·수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고력 수학을 근간으로 한 고득점이 필수적이다.

물론, 사고력 수학이 모든 아이들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아이의 수학적 재능이 다소 약하다면 난이도 문제를 푸는 것은 오히려 수학의 흥미만 떨어뜨린다. 학부모의 불안함의 희생양은 오로지 아이들의 몫이다. 다만, 교육 전문가들 역시 사고력 수학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조다.

김수빈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데 어릴 때부터 사고력 수학을 접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생각이 확장되는 폭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수학학습은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적은 문제라도 깊이 있게 오랜 시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사고력 수학은 전전두엽의 발달 시기를 고려할 때 개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6~7세가 적합하다”며 “생각하는 힘이 커지는 것을 아이 스스로가 느끼는 순간 수학이 재밌어지고, 이로 인한 성취감을 발판으로 현행 수능 입시의 고득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부는 재능의 영역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학습과 노력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끌어낼 수도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어렸을 때 사고력 수학을 통한 수학의 재미를 아이에게 깨우쳐주는 것은 교육에 있어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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