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한광영 부사장 체제 속 지배구조 안정화... 실적 개선 기대감 '솔솔'

현대홈쇼핑이 지주사 체제 개편에 따른 종속회사 편입과 채널 다각화 전략으로 올해 1분기 실정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 제공=현대홈쇼핑

홈쇼핑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와의 송출수수료 갈등까지 겹치며 지난해 역성장한 현대홈쇼핑이 올해 1분기에는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말 수장으로 선임된 한광영 부사장의 탈TV 전략과 더불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항하는 만큼 체제 정비를 마치면 수익성 개선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홈쇼핑의 별도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1% 늘어난 2955억원, 영업이익은 14.9% 증가한 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기준으로도 올해부터 한섬과 현대퓨처넷이 회계기준상 종속회사로 편입되며 실적이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101.7%, 247.4% 늘어난 9970억원, 583억원이었다.

올 1분기 반등은 지난해 11월부터 현대홈쇼핑을 이끌어온 한 대표의 첫 경영 성적표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후 줄곧 현대백화점그룹에 몸담아온 한 대표는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 시절부터 TV 시청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채널 다각화의 일환으로 유튜브 콘텐츠 앞광고제작소를 구상한 게 대표적이다.

앞광고제작소는 가격 협상 콘셉트의 딜커머스 예능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이 매회마다 특정 상품의 할인율을 협상하고, 해당 할인가로 공식 온라인몰 ‘현대H몰’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쇼라’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 대표는 이를 통해 20~30대 소비자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월 1차 방송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4차 방송까지 누적 조회수가 86만회를 돌파했다. 4차 방송에서는 상품 구매고객 중 20~30대의 비중이 90%를 넘었다. 또 구매고객 중 현대H몰 신규 가입 고객 역시 90%에 달했다.

‘탈TV’ 전략의 효과는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올 1분기 현대홈쇼핑의 취급액(총거래금액) 8968억원 중 TV와 인터넷은 4644억원과 4003억원으로 각각 7.4%, 3.2% 감소했다. 반면 기타 취급액은 16.5% 증가한 3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송출수수료는 TV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홈쇼핑 업체가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1월 KT스카이라이프와 송출수수료를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블랙아웃(송출중단)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TV 시청인구 감소에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낮추려 한 것이 현대홈쇼핑의 입장이지만 송출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인 유료방송사업자로서도 수수료율 인하는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료사업자와의 마찰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TV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회사로서는 채널 다각화 전략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배구조 개편 순항중

현대홈쇼핑을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그룹은 단일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공개매수 및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거치며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달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보통주를 공개매수했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상장사 지분 30%, 비상장사 지분 50%)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공개매수 결과 청약률은 186.8%에 달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1926억원 규모의 자금 납입을 완료하면 현대홈쇼핑 지분율이 기존 25.01%에서 50.01%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하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총거래액을 늘리는 데 집중하느라 수익성을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현대홈쇼핑은 영업이익이 매출이나 거래액 대비 크게 증가해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지주사 개편에 따른 종속회사 편입도 유의미한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