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할리데이비슨, 두 바퀴로 그려낸 자유의 서사

조회 4,4752024. 9. 23.
유구한 역사 동안 그들이 주장한 건 오로지 ‘자유’뿐이다. 작은 창고에서부터 격동의 역사를 지나 문화 그 자체가 된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이 그려온 자유의 서사를 돌아본다.
ⓒ unsplash
“All for Freedom, Freedom for All”
- 할리데이비슨 슬로건
최초의 창업 멤버는 할리와 데이비슨이지만, 이후 합류한 두 명의 데이비슨 형제를 포함해 총 4명의 창업자가 회사를 이끌었다. 왼쪽부터 아서 데이비슨, 월터 데이비슨, 윌리엄 할리, 윌리엄 데이비슨 ⓒ alamy
할리데이비슨 최초의 모터사이클 ‘시리얼 넘버 원’ ⓒ alamy

작은 창고에서 시작한 창대한 역사

할리데이비슨의 역사는 1903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4평 남짓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됐다. 자전거를 좋아하던 두 청년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은 ‘자전거를 보다 편하게 타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전거에 모터를 장착해 동력 자전거를 만들었다. 그렇게 이들의 첫 번째 모터사이클 '시리얼 넘버 원'이 탄생했다. 3대의 동력 자전거를 판매하면서 회사로서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췄고, 1907년 두 창업주의 성을 따 '할리데이비슨 모터 컴퍼니'가 정식 설립됐다.

브이트윈(V-Twin) 엔진 ⓒ shutterstock

Info. 할리의 심장, 브이트윈(V-Twin) 엔진

할리데이비슨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동일한 구성의 바이크를 제작해 왔다. 특히 브이트윈 엔진은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의 심장이자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다. 1909년에 처음 선보인 할리데이비슨의 브이트윈 엔진은 45도 각도의 전통적인 공랭식 브이트윈 엔진과 OHV(Overhead Valve) 방식을 채택했다. 강력한 성능과 독특한 엔진 소리로 전 세계 라이더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납한 할리데이비슨 ⓒ alamy

전쟁이 성장 발판이 되다

할리데이비슨은 창립 초기부터 라이더에게 인기를 얻었으며, 모터사이클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대중 사이에 좋은 인식이 퍼질 즈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미군은 전쟁 중 다양한 임무를 소화하기 위해 모터사이클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이 할리데이비슨은 1920년대에 총생산량의 절반가량인 2만여 대를 미군에 납품하게 됐다. 위기라고 생각한 전쟁이 할리데이비슨에는 생각지 못한 기회가 된 것. 이는 할리데이비슨이 1920년대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할리데이비슨 스쿠터 ‘토퍼’ 광고 ⓒ alamy
할리데이비슨 스쿠터 ‘토퍼’ ⓒ alamy

할리데이비슨의 위기와 AMF 인수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할리데이비슨에도 굴곡은 있었다. 1929년 대공황이 닥치면서 2만 대에 이르던 판매량이 3000여 대로 수직 하락했고, 이로 인해 경영난을 겪게 됐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또 한 번 전쟁 특수를 노렸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비해 군수용품 기술력이 급속도로 발전, 모터사이클의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 당시 일본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소형 바이크 시장을 형성하며 할리데이비슨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지속적인 위기로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레저 스포츠사 AMF에 인수합병된다.

AMF에 인수된 할리데이비슨은 경쟁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뒤를 쫓아 소형 바이크, 골프 카트, 스노 모빌 등을 제작하며 ‘흑역사’를 써 내려갔다. 이 시기 할리데이비슨은 품질 저하, 정체성 상실 등의 이유로 기존 충성 고객마저 이탈하며 한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Info. 할리의 역사, ‘바 앤 실드’

할리데이비슨의 로고 ‘바 앤 실드(Bar and Shield)’는 1910년에 처음 디자인되어 현재까지 같은 로고를 유지하고 있다. 직사각형(바)에 ‘Harley-Davidson’이 적혀 있고, 그 뒤 방패(실드) 모양에 ‘Motor Cycles’ 문구가 삽입된 형태다. 로고는 강인함과 신뢰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브랜드의 견고함과 오랜 역사를 의미하는, 브랜드의 상징이자 역사 그 자체인 셈이다.

경영권 재인수로 다시 태어나다

1981년, 13명의 경영진이 자금을 모아 할리데이비슨을 AMF로부터 재인수하면서 회사는 다시 한번 부활의 기회를 맞이했다. 당시 인수 금액은 8000만 달러, 한화로 약 1044억원이었다. 경영진 13명 중에는 창업자 아서 데이비슨의 손자 윌리 G. 데이비슨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고품질 대배기량 모델을 다시 생산하며 할리데이비슨의 정체성을 회복했다. 이 덕분에 기존 충성 고객이 다시 할리데이비슨을 환영하기 시작했다.

ⓒ alamy

라이딩 문화의 산실, HOG

정체성을 회복한 할리데이비슨이 다시 인기를 끌며 미국 전역의 도로에서 할리데이비슨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13명의 할리데이비슨 경영진은 이러한 커뮤니티가 할리데이비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전 세계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의 커뮤니티 HOG(Harley Owners Group)를 설립해 전 세계 할리데이비슨 팬들과 소통을 강화했다.

HOG는 할리데이비슨 라이딩 동호회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올바른 라이딩 문화의 정착과 확산을 목표로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했다. HOG는 창단 첫해에만 3만여 명의 회원이 집결했고, 유럽과 아시아까지 뻗어나가며 전 세계 100만 명 규모의 거대 동호회로 성장했다.

Info. HOG에서 시작된 할리데이비슨 스타일

할리데이비슨 복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옷에 부착된 다양한 핀과 패치다. 할리데이비슨은 전 세계 각 지역을 중심으로 HOG 챕터를 형성하고, 각 챕터를 상징하는 핀과 패치를 제작한다. 라이더들은 서로의 지역과 챕터를 존중하는 의미로 다양한 챕터의 핀과 패치를 가죽 재킷에 달고 라이딩을 즐기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할리데이비슨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할리데이비슨 최초의 전기 모터사이클 ‘라이브와이어’ ⓒ alamy

전기 모터사이클 시장 진출

전통을 고수하는 할리데이비슨도 전기 모터사이클 시장을 노리며 시대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할리데이비슨은 전기 모터사이클 브랜드 라이브와이어(LiveWire)를 독립시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이브와이어는 원래 할리데이비슨의 전기 모터사이클 라인업이었으나, 2021년에 독립 브랜드로 분리했다. 전기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인 확장을 목표로 삼은 셈이다. 전통적인 이미지와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해 모터사이클 시장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Episode. 뷰엘과 스포츠 바이크 시장 도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할리데이비슨은 스포츠 바이크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뷰엘(Buell)을 인수했다. 뷰엘은 할리데이비슨 엔지니어였던 에릭 뷰엘이 설립한 브랜드로,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스타일로 스포츠 바이크를 제작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애초 스포츠 바이크 콘셉트는 뷰엘이, 클래식 바이크 콘셉트는 할리데이비슨이 맡아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뷰엘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2009년 뷰엘은 문을 닫았다.

ⓒ alamy

Info. 모터사이클과 해골이 무슨 상관일까?

해골 로고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로, 라이더의 자유와 독립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할리데이비슨의 해골 심벌, 특히 1980년대 탄생한 윌리 G. 스컬(Willie G Skull)'은 브랜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 로고는 창업자의 손자 윌리 G. 데이비슨(Willie G. Davidson)이 디자인했으며, 이후 할리데이비슨의 주요 아이콘 중 하나가 되었다.


할리데이비슨 대표 모델

스포츠 라인업

경량화된 차체와 날렵한 디자인으로 도심 주행과 스포티한 라이딩에 최적화된 바이크. 빠르고 민첩한 주행이 특징으로, 속도감과 반응성을 중요시하는 라이더에게 적합하다. 육중한 크루저 스타일을 벗어나 가벼운 프레임과 강력한 엔진을 갖춘 할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

나잇스터

1957년에 처음 출시된 스포스터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모델로, 현대적인 기술과 레트로 스타일을 조합한 경량 바이크다. 소형 프레임과 레볼루션 맥스 975T 엔진을 탑재해 도심에서 빠르고 민첩하게 주행할 수 있다.


크루저 라인업

할리데이비슨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인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바이크 라인업. 할리데이비슨의 오랜 사용자에겐 ‘소프테일’이라는 이름이 익숙할지 모르겠다. 중장거리 주행에도 적합하며, 크루저 특유의 디자인만으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팻보이 114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이크. 할리데이비슨의 가장 아이코닉한 모델로, 넓은 차체와 강력한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을 갖췄다. 강력한 토크와 부드러운 승차감은 장거리 라이딩에도 적합하다.


그랜드 아메리칸 투어링 라인업

흔히 ‘투어링’이라고 약칭하는 라인업으로,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된 대형 바이크다. 넉넉한 수납공간, 편안한 시트, 고급스러운 승차감이 특징이며, 장시간 주행 시에도 피로감이 적다.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

할리데이비슨의 상징적인 배트윙 페어링을 장착한 모델. 고급 오디오 시스템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갖춰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는 라이더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CVO(Custom Vehicle Operations)

1인 1대의 수작업 커스텀 모터사이클로, 할리데이비슨의 프리미엄 한정판 모델이다. 각종 커스텀 작업과 최고급 사양을 갖춘 바이크라고 보면 된다. 주로 그랜드 아메리칸 투어링이나 크루저 라인업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자체로 별도의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구분된다.

2024 CVO 로드 글라이드

할리데이비슨 커스텀 바이크의 정점을 보여주는 모델. 밀워키에이트 121 엔진을 탑재해 127마력의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자랑하며, 공기역학적인 샤크 노즈 페어링으로 안정적인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락포드 포스게이트 스테이지 II 오디오 시스템으로 고품질 사운드까지 놓치지 않았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0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자료 제공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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