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파트너로 삼아야 살아남는다 [인사이드아웃AI]

고평석 (주)엑셈 대표 2025. 12. 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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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와 의미를 제시하는 건 사람…그런 뒤 AI와 대화하며 시스템을 설계하라

(시사저널=고평석 (주)엑셈 대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바둑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프로 바둑기사라는 직업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듯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바둑기사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바둑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AI는 바둑을 인간 대신 두는 존재가 아닌 함께 연구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AI를 빨리 받아들인 기사들은 살아남았다. 심지어 국가 간 판도도 달라졌다. 바둑계는 AI 시대 노동의 미래를 미리 보여줬다.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바둑판을 넘어 모든 직업으로 확장된다. "AI가 내 일을 대신할까?"라는 공포에 머무르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짜 핵심 질문은 "AI를 내 업무의 파트너로 만들 수 있을까?"이다. 이 변화가 가장 먼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이다. 오픈AI의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은 프로그래밍이라는 언어에도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거대언어모델 덕분에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AI의 활용 범위는 인력 수준 따라 달라

개발자들의 AI 활용 수준은 대략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AI를 똑똑한 사전처럼 쓰는 단계다. 에러 메시지를 묻고 함수의 의미를 확인한다. 구글 검색을 사용하듯이 AI를 사용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구글 검색과 특별한 차이가 없으니 생산성 혁신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운 단계다. 두 번째는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통합개발환경)에 통합해 활용하는 단계다. 기존에 사용하던 개발 환경에 AI를 덧붙여 코드 자동완성, 유닛 테스트 초안, 리팩토링 제안 등으로 효율을 크게 높인다. 오늘날 많은 개발자가 완벽한 자동화 이전 단계인 이곳에 와있다. 세 번째는 에이전틱 워크플로 단계다. 목표를 던지면 AI가 계획을 세우고, 코드 변경을 제안하며, 테스트와 검증 루프까지 함께 돌린다. 이 단계부터는 이전 개발과 전혀 다른 방식이 사용되는 셈이다. 개발을 하면서 AI의 도움을 받는 1, 2단계와 달리 개발자가 목표를 정하고 설계한 후 AI와 함께 프로그래밍을 하기 때문이다.

개발 기업들은 개발자들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3단계는 단순한 도구 숙련이 아닌 사고방식 전환을 요구한다. 3단계 수준의 개발은 더 이상 프로그래밍이 중요한 업무가 아니다. 문제 정의, 아키텍처 설계, 품질 기준 설정, 위험 판단과 조율이 핵심 역량이 된다. 이 단계에서 개발자는 코더가 아니다. 시스템 설계자이자 감독인 셈이다. 단순 기능 구현을 반복하는 업무는 이제 의미가 없다. 복잡한 시스템을 AI와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인재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IT 전문기자 출신 우병현의 책 《셜록 홈스식 AI 사용법: 나는 홈스, AI는 왓슨》에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그동안 개발자와의 소통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비개발자 출신 창업자와 임원들은 AI를 활용한 셀프 코딩으로 상황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AI의 도움으로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본 뒤 개발자와 대화하니 비용과 시간, 오해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AI는 이들에게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이해력과 협상력을 높여주는 파트너다. 역으로 개발자들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비개발자 출신 임원들과 하는 대화가 편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변화가 더욱 극적이다. ​논문 '과학을 위한 AI에서 에이전트 기반 과학까지: 자율적 과학적 발견에 대한 개요'에 따르면, 과학 분야에서 AI가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자율적인 과학 파트너로 거듭난다고 한다. 일명 '에이전트형 과학'인데 AI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실행과 분석, 반복적 개선까지 수행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이다. 이런 식으로 과학 연구를 수행할 경우 인간 과학자는 방향성과 의미, 윤리적 판단을 담당하고 AI는 탐색과 반복을 맡는다. AI가 일종의 파트너이자 과학자와 함께 공동지능을 담당하는 셈이다. 물론 연구를 담당하는 과학자가 에이전트형 과학에 익숙할 정도로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필수다.

우리는 어떻게 AI 능통자, 이른바 '호모 프롬프트'가 될 수 있을까? 이선 몰릭 교수는 책 《듀얼 브레인》에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모든 작업에 AI를 초대하고, 인간이 주도권을 유지하며, AI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지금의 AI를 '앞으로 쓰게 될 최악의 AI'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이 원칙을 따르면 AI는 도구가 아니라 파트너로 진화한다.

ⓒChatGPT 생성이미지

셜록 홈스식 AI 사용법: 나는 홈스, AI는 왓슨

이미 많은 분야에서 AI 활용을 극대화하는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표현이 '솔러프러너(Solopreneur)'다. 'Solo(혼자)'와 'Entrepreneur(기업가)'의 합성어인데, AI를 높은 수준으로 활용해 단독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1인 기업가를 의미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더 나아가 AI 덕분에 1인 유니콘 기업의 탄생도 가능하다고 했다. AI 활용 정도가 과거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능숙하게 다루던 시절과 달리 엄청난 부와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쓰는 사람과 파트너로 쓰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AI 능통자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단지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좋은 기회를 먼저 손에 넣는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근면이나 숙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AI와 함께 일할 줄 아는 능력, 그것이 생존의 조건이자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다. AI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 시대, 막연한 공포를 넘어 AI와 '2인 3각'으로 뛸 준비가 된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검색 수준의 단순한 사용에서 벗어나 AI를 제약 없이 다룰 수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볼 때다. 

고평석 (주)엑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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