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카페거리, 70년대 전성기에서 침체기를 거쳐 새로운 변화의 바람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카페거리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한때 '오렌지족'들의 메카로 불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였던 이곳이 침체기를 겪은 후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화려했던 과거, '장미의 숲'에서 시작된 전설
방배동 카페거리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수교차로 입구 방배중앙로 208에 문을 연 카페 '장미의 숲'을 시작으로 이 거리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1970년대 후반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이 지역에 카페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서울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80년대 중후반, 방배동 카페거리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연예인들과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고, 세련된 디자인의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제임스 딘', '형', '노루목', '25시', '야화' 등의 카페들이 밤낮으로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당시 이곳의 카페들은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최고급 음향 시설을 자랑했으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90년대 이후 쇠락의 길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방배동 카페거리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4시간 영업 금지 조치와 함께 불법 유흥업소들이 난립하면서 카페거리 고유의 문화가 퇴색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강남, 홍대 등 새로운 상권의 부상과 함께 방배동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2000년대 들어 서초구는 카페거리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2009년에는 110억 원을 투입해 가로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방배동 카페거리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9만 3334명으로, 새롭게 떠오른 카페 상권인 관악구 샤로수길(14만 6000여 명)에 크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먹자골목으로의 변신과 새로운 도전
침체기를 겪으며 방배동 카페거리는 자연스럽게 '먹자골목'으로 변모했다. 카페들 대신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는 아귀찜, 꽃게탕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거리의 주를 이루고 있다. 2020년 기준 카페거리 내 카페의 월평균 추정 매출은 1953만원으로, 서초구 평균(226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방배동 카페거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초구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MZ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시도들
서초구는 2023년 서울시 지역상권 활성화 공모에 선정되어 시비 2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인들의 마케팅 역량 강화 교육, 할인쿠폰 이벤트 등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상점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회 '방배동 낭만프레소'를 준비한 것이다.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음악과 커피가 어우러지는 '문화 상권' 이미지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SNS를 활용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인들은 전문가로부터 SNS 계정 운영과 홍보 사진 촬영 방법 등을 배우며, 젊은 세대의 유입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최근 방배동은 인사동, 상수동에 이어 '자동차 내비게이션 티맵(Tmap) 이용자가 많이 찾은 카페거리'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제
방배동 카페거리의 부활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먼저, 카페거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색 있는 카페들의 유치가 필요하다. 현재 카페골목에는 커피숍 등이 약 5%에 불과하며, 일반음식점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주변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서초구는 상권 메인 도로에 카페골목만의 특징을 살린 디자인으로 경관개선에 나서고, 오래된 가게의 인테리어를 지역 예술가와 함께 바꾸는 '서리풀 아트테리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배동 카페거리는 70~80년대의 영광을 뒤로하고 긴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시도와 문화 상권으로의 변모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이곳은 다시 한 번 서울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로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방배동 카페거리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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