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라인 존재하면 안 된다"

곽재훈 기자 2024. 10. 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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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얄팍한 정치공학은 실패" 반발…尹-韓 독대는 다음주 추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0.16 재보선을 이틀 앞두고, 대통령실 내 이른바 '김건희 라인'을 솎아내는 인적 쇄신을 직접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 자신이 한 말이 '김건희 라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 영부인은)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라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언론에서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국정 신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토요일인 지난 12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3일 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발언과 관련 측근들에게 "대통령실 뿐 아니라 어떤 공조직에도 공적 권한이 없는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는 건 존재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실 입장은 '그런 것 없다' 또는 '없애겠다' 둘 중 하나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독대에서 비공개로 얘기하면 될 일을 공개적으로 말하면 여권 내 갈등만 부채질할 것이라는 친윤계 등의 비판에 대해서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야당, 외부가 아니라 여당 대표가 요청하고 (이를) 수용해서 변화·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민심에 맞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친한계 인사들도 적극 가세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이것(대통령실 인적쇄신)을 공론화시킨 것은 대통령님과의 독대가 이루어진다면 거기서 이 문제를 대통령님께 진지하게 말씀드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못박았다.

신 부총장은 독대 성사시 한 대표가 건의할 내용에 대해 "공개 활동 자제 문제는 대선 직전에 김건희 여사님의 대국민 입장문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다. 거기에 이미 해법이 다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도이치모터스 검찰 수사 처분과 관련해서 국민이 납득할 뭐가 돼야 된다. 세 번째는 인적 쇄신 문제"라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의 경우에는 무슨 비서관이다 행정관이다 (하는)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한 게 핵심"이라며 "그 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그런 부적절한 정치행위를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김대남 녹취록 논란을 연상시키는 말을 했다.

신 부총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총선 끝나고 대통령비서실 개편 문제가 나왔을 때 어느 날 새벽에 느닷없이 '양정철 비서실장, 박영선 국무총리' 이렇게 보도가 됐지만 당시 이관섭 비서실장이 출근하자마자 대변인실 알림 공지를 통해 '근거 없는 기사고 사실상 오보다' 이렇게 공지했는데, 일부 참모들은 '그건 이관섭 실장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기자들에게 얘기했다"며 "대통령실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내부 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관섭 실장은 그만두고 나갔고 그때 그런 식으로 이관섭 실장의 주장을 부정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했던 참모들은 버젓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도 같은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라인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라며 "그 정도로 보면 된다. 용산도 '김건희 라인이 있다' 이렇게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러면 전반적으로 인적 쇄신을 좀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친윤계에서 '내부 분란을 조장한다', '독대 하지 말자는 얘기냐'고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오늘(14일) 용산하고 독대 일정을 조율해서 곧 독대 날짜가 잡힌다"며 "항간에서는 '한 대표가 너무 몰아붙이니까 독대 깨지는 것 아니냐' 이런 분위기가 조금 있지만 실제로는 독대에 대한 수요가 양쪽 모두 강하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밑으로 하지 왜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느냐'는 기류도 있지만, 여당 대표는 국민의 마음도 달래줘야 한다"며 "과거에 친이계라고 하시는 분들 중에 김무성·유승민 이런 분들이 대통령 탄핵할 때는 탄핵에 참여를 하고 정당을 나갔지 않느냐. 그 상황하고 비교해 보면 굉장히 부드럽게 국민의 요구를 전달하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의 최근 발언에 대해 친윤·비한계 그룹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 의원은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며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와 경쟁한 나경원 의원도 전날 쓴 글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의 악의적 정치 프레임 안에서 용산 압박, '기승전 김건희 여사' 언급을 하며 야권의 선거전략을 결과적으로 돕고 있다"며 "반성할 것, 고칠 것은 처절하게 하되 우리끼리 저들의 프레임에 갇혀 자해는 하지 말자"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 의원을 겨냥해 "권 의원이 탄핵 '공포 마케팅'을 하는데,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서는 잘못을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며 "권 의원이야 말로 탄핵에 본인이 앞장섰던 분이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까 모르겠다"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은 10.16 재보선 이후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주 초에 빠른 시일 내에 독대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일정을 전달받은 게 있기는 하지만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정해진) 의제가 없기 때문에 민생과 민심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라고만 했다.

그는 독대에서 할 이야기와 관련 "우리 정부 ·여당이 민심에 맞게 쇄신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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