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과 쿠팡이츠의 ‘네 탓’ 공방…‘A사’ 저격 이어지는 이유는

조유빈 기자 2024. 9. 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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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최혜 대우 강요 의혹에 “경쟁사가 먼저 시작”
쿠팡이츠, 이중 가격제 논란엔 “특정업체 문제”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배달 플랫폼의 '갑질' 의혹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업계 1~2위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간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이중 가격제'를 둘러싸고 서로 저격하던 두 플랫폼은 '최혜 대우' 강요를 놓고도 갈등하고 있다. 배달 앱을 관통하는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경쟁사를 저격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배민 라이더스 ⓒ연합뉴스

최혜 대우 조준한 공정위…배민 반박 내용 보니

최근 공정위는 배달 앱의  최혜 대우 요구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최혜 대우란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자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할 때 다른 곳에 비해 동등하거나 유리한 수준으로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다른 배달 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가격을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업주에 대한 최혜 대우 요구는 경쟁사가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민은 "경쟁사는 당시 멤버십 회원 주문에 대해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을 걸어 타사 대비 메뉴 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 대상 쿠폰 등 자체 할인 역시 타사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했다"며 "올해 3월 말 부터는 멤버십 회원 대상 무료 배달을 도입하고 최혜 대우 요구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쿠팡이츠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직격한 것이다.

배민은 가맹점들에 최혜 대우 요구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최혜 대우 요구로 인해  가맹점주들이 배민에 더 저렴한 수수료(7월까지 6.8%)를 내고 있음에도 가격을 동일하게 맞출 수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가격이 동일해진다면 소비자가 굳이 수수료가 낮은 배달 앱을 이용할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배민은 8월부터 중개 수수료도 경쟁사와 동일한 9.8%로 인상했다.

쿠팡이츠가 24일 공개한 자료(위)와 배민이 25일 공개한 자료(아래) ⓒ각 사 제공

이중 가격제 관련해서도 신경전…법적 대응 검토까지

최근 이중 가격제, 수수료 인상, 최혜 대우 요구 등 배달 앱을 관통하는 논란에서 양사는 연이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중 가격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팽팽했다. 앞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 중개 수수료 인상을 이유로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이 상이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자, 무료배달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양측의 공방은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시작됐다.

배달 앱의 중개 수수료가 도마에 오르자 쿠팡이츠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특정 업체만의 문제"라며 "특정 업체만의 문제가 모든 배달업체 문제인 것처럼 호도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쿠팡이츠는 기존 수수료를 동결하고 방문 포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반면, 타사는 요금제 변경, 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 배달비 업주 부담 등으로 무료 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해당 업체를 'A사'로 표기했다. 업체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배달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자료에 배민의 상징색인 민트 컬러를 사용했다.

이에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배민은 "최근 한 배달 앱 업체가 이중 가격제 원인이 당사에 있는 것처럼 밝힌 바 있다"며 "해당 업체는 당사의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어, 소비자와 외식업주를 오인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배민이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는 배민 라이더가 배달하는 배민배달과 업주가 자율적으로 배달 대행사와 계약해 배달하는 가게배달로 나뉘는데, 배민배달의 중개 수수료(9.8%)와 업주부담 배달비(2900원)은 타사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배민은 '무료배달 비교' 표를 통해 'A사'와의 비교 자료를 첨부했다. 역시 업체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중개 이용료율이나 멤버십 가격 등이 쿠팡이츠를 가리켰다.

배민은 타사에 없는 가게배달의 중개수수료(6.8%)는 변동된 적 없고, 무료배달에 2000원의 지원금이 나온다고도 강조했다. 또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 3위였던 쿠팡이츠는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을 시행하면서 이용자를 급격하게 늘렸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지난 8월 쿠팡이츠의 MAU는 810만5303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 비해 85%가량 증가한 수치다. 배민은 2280만8524명의 MAU로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에 그쳤다. 배달 앱과 관련된 논란마다 양사의 갈등이 이어지자, 기존 업체와 후발업체의 공세 싸움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상생 협의체를 통해 중개 수수료 해법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양사는 갈등을 이어가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상대업체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배달 플랫폼의 고질적 문제점이 더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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