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흉물? 보물! ‘터미널·군부대·공장부지’ 다시 봐야 하는 이유

/[Remark] 주목해야 할 부동산 정보/ 과거에는 외곽이었는데 도심 개발과 확장으로 중심지가 된 사연
도심 속 터미널, 군부대, 공장부지 이야기 입니다.
이들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개발 압력은 커지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래서 해를 거듭할수록 몸값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발기대감 큰 유휴부지 어디가 있을까요?

최근 부동산 개발 시장의 화두는 단연 ‘땅의 희소성’입니다.

도시는 멈추지 않고 성장하지만, 그 성장을 담아낼 ‘땅’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만 하더라도 도심은 빌딩과 상업시설로 이미 포화 상태이며, 개발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몇몇 사업지를 제외하고 소규모 정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개발은 ‘할 수 있는 것’보다 공간적 제약에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결국 택지개발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도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도심은 유지와 보수 중심으로 한정적인 변화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Remark] 그럼에도 다시 도심, ‘저이용 유휴 부지’의 재발견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부동산·도시개발 시장에서는 다시 도심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거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으나 지금은 낡거나, 방치된 ‘저이용 유휴 부지’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도시가 팽창하면서 어느새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게 된 ‘터미널, 군부대, 그리고 낡은 공장 부지, 철도차량기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공간은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이 바뀐 이후에도 거의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즉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토지 활용도가 떨어져,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지는 개발 논의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건드리기 어려운 공간’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이전 비용과 이해관계 조정, 공공성과 민간 개발의 경계 문제 등 복잡한 과제가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오랫동안 개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갈수록 ‘미개발 금광’으로 토지 가치가 오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중심, 교통 요지에 위치한 땅들은 입지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집니다. 이에 따라 상이한 여러 용도의 건축물이나 토지이용을 유기적으로 조합시켜 일체적으로 개발하는 ‘복합개발(Mixed Use Development)’의 대상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Remark] ‘최고급 주거지, 복합단지 완성’ 유휴 부지의 화려한 부활

많지는 않지만 수도권에서 유휴 부지를 활용해 복합개발에 성공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옛 MBC 방송국 부지는 최고 49층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오피스 등이 결합된 ‘브라이튼 여의도’로 재탄생했습니다.

입지가 지닌 가치 덕에 이 단지 전용 132㎡형은 2024년 4월 분양 전환이 시작될 당시 47억원 후반대에서 50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지난 6월 65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15억원 이상 급등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의 ‘이스트폴’ 역시 도심 복합 개발의 성공 사례입니다. 이곳은 연면적 49만㎡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리테일 시설인 NC이스트폴과 총 1,063가구 아파트, 최고 31층의 오피스, 150실의 5성급 풀만 호텔, 282실의 기업형임대주택 리마크빌,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 본사가 입점할 오피스동 등이 모여 서울 동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시 장안구에서 높은 시세를 기록 중인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 역시 옛 KT&G 연초제조창 부지를 재탄생시킨 주거복합단지입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13억5,000만 원에 거래되었는데, 이는 수원의 대표 부촌인 광교신도시 내 동일 평형 시세(10억~15억원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지방에서도 도심 복합개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 의창구의 ‘창원 중동 유니시티’는 옛 39사단 군부대 부지를 개발해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업시설로 탈바꿈하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대표적인 부촌으로 거듭났습니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과거 아시아 최대규모의 섬유공장이었던 대농 부지가 청주의 강남이 된 사연도 도심복합개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Remark] 터미널 개발 소식에 텐베거(Ten-bagger)가 된 버스회사들

이처럼 성공적인 사례들이 잇따르자 도심 개발의 파급력은 부동산 시장을 넘어 자본시장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주식시장에서 한 때 이슈가 된 ‘동양고속’과 ‘천일고속’의 주가 상승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버스 운송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는데, 사연은 서울시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동양고속 주가는 작년 초 7,000원 선에 머물다 11월 하순부터 급격히 치솟아 연간 상승률이 1,000%(10배)를 넘어섰습니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12월 17일 종가는 13만 3,600원으로 연초보다 무려 1,752%나 폭등했습니다.

천일고속 역시 3만 원 선에 머물던 주가가 같은 시기 43만 원까지 뛰며 최고 1,100%의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주가가 10배 뛰었다는 뜻의 ‘텐베거(Ten-bagger)’가 두 회사 모두에 현실화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버스 운송이라는 본업의 가치보다, 이들이 보유한 ‘노다지 땅’의 자산 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는 도심 내 터미널 부지가 가진 입지적 우월성과 개발 시 창출될 막대한 부가가치를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Remark] 수도권의 미래를 바꿀 '기회의 땅'은 어디?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수도권의 대표적인 기회의 땅은 어디일까요?

먼저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곳은 단연 ‘용산국제업무지구’입니다.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유휴 부지로 불리는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옛 용산정비창부지(45만6,099㎡)를 개발하는 초대형 도시개발사업으로 국제 업무와 문화생활, 주거와 녹지 공간을 융합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이 도보권 내에서 가능한 '콤팩트시티'를 구현할 예정입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개발도 기대가 큽니다. 이곳은 지하 7층~지상 39층, 연면적 36만3,000㎡ 규모의 초대형 건축물로 재탄생될 예정으로 지하에 터미널·환승센터, 지상부 수변 휴식·조망공간, 공중부 상업·업무시설 등이 배치될 계획입니다.

성수동의 위상을 높일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도 핵심입니다. 지상 79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시설이 조성되어 업무, 숙박,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성수동의 새로운 심장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도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와 GBC 개발은 단일 단지를 넘어 영동대로 지하 공간 전체를 복합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수색역세권 및 상암 DMC 복합개발은 서울 서북권의 지도를 바꿀 대규모 사업이며 수서역세권 개발은 동남권의 지도를 바꿀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수서역세권은 지하철 3호선, 수인분당선, SRT에 더해, 최근 개통된 GTX-A까지 가세하며 명실상부한 수도권 교통의 허브가 되어 개발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입니다.

[Remark] ‘없는 땅’이 아니라 ‘다시 봐야 할 땅’

종합해 보면 도심 개발 논의는 이제 ‘새로운 땅을 찾는 문제’에서 ‘기존 땅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터미널, 군부대, 공장 부지는 과거 도시 성장의 산물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도시 재도약의 열쇠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심에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다는 통념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가진 자산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생긴 오해일지도 모릅니다.

도시의 미래를 논하는 지금, ‘터미널·군부대·공장 부지’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