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시원하고 상쾌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행운이다. 게다가 그 무대에 선 선수들이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주역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지던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퓨처스리그 서머리그는 팬들에게 익숙한 풍경을 조금은 다르게 선보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주말 오후, 쾌적한 실내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수많은 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리그의 미래를 짊어진 이들이 펼친 여름날의 낭만, 그곳을 수놓은 젊은 패기와 열정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7월 28일 작성)
에디터 양은빈

#리그 정보
KBO 퓨처스리그 서머리그
주최 KBO
날짜 2025년 7월 8일 ~ 2025년 8월 24일
장소 고척 스카이돔, 사직야구장, 삼성 라이온즈파크
KBO는 여름이 되면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건강 및 체력을 보호하고 그들이 한층 집중력 있는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서머리그’ 일정을 운영해 왔다.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7월 8일부터 8월 24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서머리그가 열리고,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과 사직야구장처럼 팬들에게 익숙한 1군 구장 역시 그 무대의 일부가 됐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시기임에도 선수들의 경기력은 오히려 더 뜨거웠고, 쾌적한 관람 환경은 기존의 퓨처스리그 시합에선 쉽게 경험할 수 없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특히 에어컨 바람 아래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고척돔은 실내 구장이라는 특성상 폭염이나 장마의 영향을 받지 않아 관중과 선수 모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날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를 뚫고 도착한 고척돔 내부는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로 쾌적한 공기를 자랑했다. 시원한 바람과 대형 전광판 아래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경기장에서 몸을 푸는 이들은 대부분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들이 보인 열정과 집중력은 무엇보다도 선명했다.
관중석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팬부터, 조용히 앉아 유망주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는 전문가 포스의 팬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자리했다. 일부 팬들은 미래에 팀을 이끌 별들을 향해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고, 누군가는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스타 후보에 열광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흘러간 시합은 극적인 상황 속에 등장한 영웅의 활약과 함께 화려한 마무리를 장식했다.

#Editor’s Picks
① 익숙한 곳, 새로운 얼굴
KBO 퓨처스리그 서머리그가 펼쳐지는 일부 구장은 낯설지 않다. 특히 고척돔과 사직야구장,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평소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2군 구장에 비해 쾌적하고 넓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서머리그가 열리는 기간 동안, 이 익숙한 구장들은 완전히 다른 색을 띤다. 경기장을 채우는 이들의 이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1군 선수들이 몸을 풀고 훈련하고 있었을 자리를, 이 순간만큼은 갓 지명된 신인들과 성장 중인 유망주들, 그리고 재활을 마치고 복귀를 앞둔 이들이 차지한다. 낯선 이름이 익숙한 공간을 채우는 장면은 팬들에게 꽤 흥미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번 서머리그에서도 다양한 ‘새 얼굴’들이 각 구장의 마운드와 타석을 수놓았다. 1~2년 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고졸 신인들이 대부분이고, 대학 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프로에 입단한 이들도 이 무대를 밟는 중이다. 게다가 재활 과정을 거친 후 실전에 등장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에디터가 관람한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키움의 퓨처스 팀인 고양 히어로즈 염승원 역시 신인드래프트 지명 이후 수술대에 올랐다가, 재활 과정을 거쳐 퓨처스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작성일 기준으로 아직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진 못했지만, 소속팀의 1군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
익숙한 구장 안에 담긴 새로운 풍경은 선수와 팬 모두에게 낯설지만 반가운 경험이 된다. 스타플레이어의 홈런 대신 신예의 첫 안타에 박수가 터지며, ‘삼진 머신’ 에이스가 아닌 신인 투수의 첫 탈삼진에 관중들이 열광한다. 퓨처스리그 서머리그가 특별한 이유는 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루키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관중들의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 익숙한 무대에서 활약하게 될 팀의 미래를 지켜보는 재미는 꽤 남다르다.
② 줄 안 서고 먹는 크림 새우
야구장 방문 시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가 있으니, 바로 먹거리 탐방이다. 사실상 직관의 핵심인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작 경기 관람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인기 구단끼리 맞붙거나 주말에 편성된 경기라면 개시 시각 한참 전부터 긴 줄이 복도 끝까지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지만, ‘기다림의 미학’을 경험한 후에야 겨우 음식을 손에 넣는 일이 허다한 것. 하지만 서머리그에서만큼은 그런 풍경이 사라진다. 일부 좌석만 개방하는 경우가 많아 매점 앞 풍경도 한산하고, 평균적인 관중 수 역시 정규 리그 경기보다 적기 때문에 한층 쾌적하다.
그 덕에 평소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인기 메뉴들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고척돔을 대표하는 메뉴는 역시 ‘크림 새우’. 워낙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인 만큼, 크림 새우를 영접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서 예약하고, 시합 중간에 찾으러 나와야 겨우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합이 시작하기도 전에 ‘크림 새우 품절’이라는 피켓이 등장할 만큼 인기가 많아 어쩌다 한 번 먹을 수 있었던 그 메뉴를, 줄도 서지 않고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니 뜻밖의 행운이었다. 1군 경기장이 자랑하는 최고의 음식 퀄리티와 퓨처스리그 관람 특유의 여유로움이 이룬 완벽한 조화. 줄을 서지 않고 먹은 크림 새우 한 입이 시합 내용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았다.

③ 팽팽한 시합, 영웅의 등장
두산 베어스와 고양 히어로즈의 맞대결이 펼쳐진 7월 26일 경기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접전이었다. 점수는 엎치락뒤치락했고, 투수들은 위기마다 실점 없이 잘 버텼다. 초반 흐름은 두산이 잡았다. 3회 초에 추재현과 김민혁의 적시타가 터지며 3점을 먼저 얻어 낸 것. 하지만 고양 역시 3회와 4회, 그리고 6회에 1점씩을 따라가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후 투수들이 위기마다 실점하지 않고 잘 버티다가 8회 초에 두산이 다시 득점하며 리드를 이어갔지만, 마지막 공격까지 승부는 알 수 없었다.
9회 말, 고양 히어로즈는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두산의 김유성을 상대로 차근차근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박수종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이후 김유성은 볼넷을 두 개 더 내주며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양경식은 앞선 두 타석에서 이미 안타와 볼넷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보이던 중이었다.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린 그는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빠른 타구를 만들어냈고,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오며 고양의 4 대 5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됐다. 적시타가 터지자, 팀 동료들이 일제히 운동장으로 뛰어나오며 소규모 워터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침착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낸 양경식의 세 번째 타석이 그라운드를 가장 크게 흔든 것이었다.
#Editor Speaks
고척돔에서 고양 히어로즈의 경기를 본다는 건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조명도, 전광판도, 팀 응원가도 그대로지만 정작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선수들의 이름은 낯설게만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그런 새로움이 이번 서머리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첫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몰입하게 됐다.
오랜만에 직관한 2군 경기라서 그런지, 유망주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아직 거친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안에선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는 것. 재활을 마친 선수는 조심스레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갓 프로에 입단한 신인들은 서툴지만 단단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라운드 안팎에는 그들을 지켜보는 애정 어린 시선들이 존재했다.
서머리그는 말 그대로 여름 한복판에 열린 리그였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순간들은 생각보다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이 무대를 밟는 이들에겐 프로야구장에서의 경험이 출발점이자 시험대였고, 관중에겐 야구를 조금 다른 결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집중력 있는 플레이와 묵묵히 던지고 달리는 장면 하나하나가 오히려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언젠가 이곳에서 본 어떤 선수가 팀의 주축이 돼 1군 무대에서 날개를 단 듯이 활약하는 날이 온다면, 이날의 기억은 소중히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3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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