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차 징크스가 있다. 적당히 알고 덤비다가 실패하거나, 멋모를 때와 달리 겁이 많아지거나.
야구 선수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야구가 어렵다”이다.
매년 서로가 서로를 분석하고 파고든다. 매년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실패 확률은 높아진다.
호기롭게 프로 생활은 시작했지만, 상대와도 싸워야 하고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확실한 자기 자리를 찜해놓고 시즌을 시작하고 뛰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뛰면 뛸수록 마음이 급해진다.
그럴 때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이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정말 그래야 할까? 지름길은 없을까?
KIA가 급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시즌 결과가 안 좋다.
부상자도 이어지고 있다. 산전수전 겪었던 베테랑들에게도 쉽지 않은 봄날이 흘러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은 ‘신예’들의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있다.
4년 연속 도루왕, 사상 첫 600타수 타자 등의 수식어를 가진, 현역 시절 좀 뛰었던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에게 물었다. 마음 급해지는 이들을 위한 해결책은 없냐고.
답은 “없지만 있다”였다. 주변에서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있는 이는 있다. 바로 자신.
“그 나이 때는 어쩔 수 없다”는 이대형 위원은 “조금 더 경험이 필요하다. 스스로 플레이하면서 느껴야 한다. 자기가 느껴야 한다. 옆에서 자꾸 주입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말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다음 의문이 생긴다. 이 경험을 어떻게 얻느냐이다. 사실 기회가 많지 않은 선수들의 마음이 더 급해지는 것이다.
이대형 위원은 기회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회가 많든 안 많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실패했을 때 느끼는 게 중요하다. 실패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감독, 코치라고 생각해 보면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한두 번 기회를 줄 것이다. 실패가 잦아지면 거기까지 판단하게 된다. 한번 실패를 하면서 느껴야 한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실패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패 이후 모습에 따라 다음 기회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에서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 이대형 위원은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스타일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내가 최형우 같은 선수가 될 것인지, 이용규 같은 선수가 될 것인지 그 길을 빨리 정해야 한다. 주제 파악을 해야 한다. 1-1 상황에서 8회말 선두타자 대타로 감독이 기용을 한다면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런 상황에 나가려면 어떤 선수가 돼야 하는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고 자신이 배우고 느끼는 게 프로야구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한 이대형 위원.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의 기회에서 생존하고 또 생존해 ‘베테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기회를 잡았다면, 다음 전략은 무엇일까?

가장 숨 막히는 상황에 역할을 하게 되는 ‘마무리’ 정해영은 ‘버티기’를 이야기한다.
정해영은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4-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베이스에 주자가 쌓이기는 했지만 변우혁의 좋은 수비 덕분에 좋지 않은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23세 8개월 20일에 최연소 5시즌 연속 10세이브를 완성했다.
‘마무리 정해영’ 기획된, 계획된 시작은 아니었다.
마운드 부상, 부진으로 얼떨결에 시작된 자리였다.
실패의 순간도 있었지만 정해영은 매년 실패를 거름 삼아 발전하면서 ‘KIA 타이거즈 마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해영은 자신의 오늘에 대해 “잘 버텼다. 매년, 매년 잘 버텼던 것 같다. 그게 맞는 말인 것 같다. 투수는 버텨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티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야구다.
정해영은 “하면 할수록 압박감, 부담감을 느낀다. 최근에 아빠한테 ‘할수록 어렵다’고 이야기를 했었다”며 “처음에 선배, 코치님, 아빠가 ‘3~4년은 해야 된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왜 쉽지 않은지 해보니까 안다. 내가 상대를 분석하는 만큼 나를 분석할 것이고 구위가 안 좋아질 때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3년도 정말 힘든 것 같다. 형우 선배, 현종 선배, 선빈 선배 등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후배들 입장에서 보면 정해영도 대단한 선배다.
마무리라는 막중한 자리를 지키면서 지난가을에는 타이거즈 ‘V12’를 완성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
팀의 위기가 신예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무한대의 기회가 아닌 만큼 팀이 잘 풀리지 않고 있는 만큼 조급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후배들이 있다.
그런 후배들에게 정해영이 해주고 싶은 이야기 역시 “잘 버텼으면 좋겠다”이다.
정해영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선수는 없다. 많은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일어나지 않았는데 안 좋은 상황을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 생각을 안 하는 선수가 결과가 더 좋게 나오는 것 같다”며 “1경기 1경기 기록이 쌓이는 것이다. 못 던진 것을 신경 쓰면 계속 못 하니까 빨리 없애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연소 5년 연속 10세이브 주인공이 해주는 말이지만, 정해영도 안다. 결국은 자신이 느껴야 한다는 걸.
정해영은 “형들, 선배님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불펜에서 많이 나가고 그러면서 듣고 배운 것도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첫해부터 운이 좋게 형들 던지는 것을 보고 많이 느끼면서 좋아졌던 것 같다”라고 ‘자신’의 힘을 이야기했다.
정해영은 또 다른 버티기를 준비하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해야 하는 버티기다.
“확실히 우승팀이라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시즌 초반에 1~2경기 지면 우리가 많이 쫓겼던 것 같다”며 좋지 않은 초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 정해영은 “작년에 우승할 때도 연패했었는데 올해 다들 쫓겼다. 아직 100경기 넘게 남았으니까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우리도 분위기 타면 정말 무서운 팀이니까 분위기 타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팀의 버티기를 위한 정해영의 버티기 전략은 ‘힘’이다.
정해영은 “아직은 나이가 어린 만큼 힘 대 힘으로 붙을 수 있다. 힘으로 붙으려고 하다가 질 수도 있지만 야구는 투수가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압박감이 많은 보직이지만 그냥 해야 한다. 그냥 던지면서 버틴다”며 “선수들이 지고 싶어서 지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 잘 안 풀리고 그런 것도 있지만 결국은 우리 선수들이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내 성격도 냉정하게 바뀐 것 같다. MBTI 성격이 F에서 T로 바뀌었다(웃음). 팀이 잘 돼야 나도 빛난다. 팀이 잘 돼야 다 같이 잘 되는 것이다. 팀승리를 위해 던지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팀의 위기에서 태어난 마무리 정해영. KIA의 지금 이 시간은 또 다른 스타 탄생을 위한 시간이 될까? 그저 참담한 패배의 시간이 될까?
기회를 맞은 선수들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실패가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