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붕 없는 집, 세계적 건축가의 도전이 된 공간
일본 오사카의 주택가 어딘가, 평범한 골목에 마치 벙커 같은 두꺼운 콘크리트 집 한 채가 있다. 이 건물은 ‘스미요시 나가야’ 혹은 ‘아즈마 주택’으로 불린다.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데뷔작이자, 그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이끈 대표작이다. 외부에서는 창 하나 없이 두껍게 닫힌 콘크리트 벽과 날카로운 형태로, 일반인이 보기엔 차갑고 방어적인 모습이지만, 안도의 의도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는 이 건물 한복판에 ‘지붕 없는 중정’을 과감히 설계했다. 한 집안에 자연광과 하늘, 그리고 바람과 비까지 실내로 들이는 새로운 주거방식을 제시한 셈이다.

집 안에서 우산을 써야 하는 불편함과 실험의 가치
이 집에서 거주한다는 것은 매일 자연과 직접적으로 마주한다는 뜻이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이 각기 분리되어 중정(오픈된 마당)을 통해 연결된다. 2층 역시 침실 간 이동을 위해 지붕 없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문제는 비가 오는 날이다. 거주자는 집안에서 우산을 쓰고 계단을 내려가야 화장실을 갈 수 있다. 눈이 펑펑 쏟아질 때면 오들오들 떨며 중정을 가로질러야 한다. 많은 이들은 “이렇게 불편하게 지어 놓고 제대로 생활이 가능할까?”라며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안도 다다오는 이 단점을 오히려 미덕으로 승화했다. 집의 일부를 비워두고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 설계가 도심 속에서 사라진 계절감과 일상의 생동감을 찾아준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자연과의 대화, 그리고 삶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는 철학이었다.

“자연과 맞서라”는 감성, 그리고 집주인의 선택
건축주 역시 실험의 일원이자 첫 번째 체험자였다. 수많은 질문과 염려에도 그는 “이 집은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이라 여겼다. 실제로 40년이 지나서 안도 다다오가 슬며시 “이제 지붕을 달아줄까?”라고 제안했을 때, 건축주는 단호히 “그냥 이렇게 살겠다”며 거절했다. 이미 지붕 없는 일상이 자신의 삶 일부이자, 소중한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집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직접 살면 불편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실용을 넘어서 감각과 사색, 자연과의 연결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안도의 철학이 집주인의 일상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노출 콘크리트와 3분할 구조, 빛과 바람을 품은 건축적 실험
스미요시 주택은 연면적 약 65㎡ 남짓한 작은 2층 집이다. 그 구조의 핵심은 집을 세 개의 동등한 부분으로 나누고, 가운데에 지붕 없는 중정과 계단을 배치하는 것이다. 안도는 ‘노출 콘크리트’라는 투박하면서도 심플한 재료를 그대로 드러냈다. 단열재 없이 벽과 천장을 콘크리트로만 완성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벽체가 식지 않는 불합리함까지 감수했다. 대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는 외벽과 중정의 개방감이 강렬한 공간 대비를 이룬다.
이 집의 중정을 통해 사계절의 변화, 비와 바람, 태양의 움직임까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결코 큰 집도, 편리한 집도 아니지만, 도시에 숨겨진 자연의 파편이 일상의 리듬으로 스며든다.

50년의 실험, 불편함 속의 특별한 행복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한 집에서 살길 바란다. 하지만 이 집의 주인은 50년 가까이 그 반대를 실천해왔다. 불편함은 삶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일상과 정체성을 새롭게 해주는 자극이다. 중정의 오픈된 하늘을 통해 맞이하는 아침 햇살과, 밤의 별빛, 빗속을 건너며 잠시 멈추는 순간조차도 모두가 집에 대한 주인의 사랑을 키웠다.
이 독특한 주거 실험은 건축계에서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깊은 영감을 제공했다. 불편을 감수하고 자연을 받아들임으로써, 인간과 공간,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심오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음을 이 집은 증명했다.

후대에 남긴 메시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은 ‘동경하는 건축물’이기보다는, 차라리 ‘동경해야 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안도 다다오가 던진 질문, 즉 “집이란 우리를 외부로부터 지키는 피난처일 뿐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연에 열려 삶을 확장시키는 발판인가”라는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집을 통해 건축은 단순한 공간의 배분을 넘어, 생활의 미학과 인간의 존재방식까지도 제안할 수 있음을 후대에 각인시키고 있다.
50년간 우산을 쓰며 중정을 오가는 집주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집의 의미, 그리고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다시금 묻게 한다. 현실적인 불편함을 넘어선 감성의 가치, 그리고 자연과의 조우를 갈망한다면 이 지붕 없는 집을 결코 남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불편함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이어진 한 집주인의 50년은 인간과 자연, 건축이 함께 빚어낸 새로운 삶의 형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