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대상에게 맞거나 위험 노출
근무 환경·사회적 관심 개선 요구

"치매 노인을 돌보다 보면 위험한 상황도 발생하고 때로는 맞기도 해요. 수급자의 인권만 중요하게 여겨지고 보호사는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전 대덕구 소재의 노인복지기관에서 만난 노창우(60, 여·사진) 요양보호사는 일하며 겪은 고충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친모와 시모를 간병하기 위해 다니던 판매촉진 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부터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 보호사는 퇴행성 뇌 질환을 앓는 60대 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60대 등 하루 2~3가정에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만 때로는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는 것이 노 보호사의 일상이다.노 보호사는 "치매환자의 폭력성은 보통 가족을 대상으로 먼저 나타나고 그 다음 익숙해진 요양보호사에게 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이다 보니 갑자기 집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한다.사고 위험이 있어 제지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세게 잡아당기면 낙상 위험이 있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토로는 노 보호사만의 일이 아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를 통해 본 장기요양의 현 주소와 시사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중 21.9%는 요양대상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비난, 고함, 욕설 같은 언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꼬집기, 밀치기, 주먹질 등의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13.3%에 달했고, 성희롱 및 신체접촉도 8.3%에 이르렀다.

부당행위에 대한 대응으로는 ‘그냥 참고 일을 지속했다’는 응답이 45.6%로 가장 많았다.노 보호사는 "경찰에 신고하든가 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긴 하지만, 치매 노인의 돌봄 제공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 참고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 지난 4월 기준 전국 19.1%) 진입을 앞둔 가운데 노인 돌봄의 최일선에 위치한 요양보호사의 근무 환경에도 사회적 관심과 개선이 요구된다.

노 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제도 초창기 때처럼 ‘파출부’, ‘아줌마’라고 부르던 무시는 많이 줄었다"면서도 "어르신이 소중한 것처럼 이들을 돕는 보호사의 인권도 동등하게 보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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