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채비…가림막 세우고 폭탄 매설 작업
휴전선 일대 포격 위협은 북한의 단골 대남 압박 카드였지만 북한은 지난해 말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할 때도 대규모 포격 위협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대남 적개심을 쭉 높이고, 한국 내 불안을 극대화하려는 속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김여정은 이날 사흘 때 연이어 낸 담화에서 무인기의 평양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한국을 “잡종개” “똥개”라고 비난하고 미국을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라며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한 도발을 예고한 거란 관측이 나온다.
● 서울 수도권 겨냥 ‘서울 불바다’ 협박 더 세져
북한은 13일 밤 국경선(전방) 부근에 전시정원편제로 완전 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상부 명령만 떨어지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만한 장사정포를 대량 타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는 것이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240mm 방사포 등의 북한군 장사정포는 서울과 수도권에 최대 위협이다. 더욱이 북한은 유도 기능이 장착된 300mm 신형 방사포를 최근 실전 배치한데 이어 이달 8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참관한 가운데 유도 기능이 탑재된 240mm 신형 방사포의 시험 사격까지 진행했다.
신형 방사포는 유도로켓에 날개를 달아 궤도를 조정하면서 조준 타격이 가능하다. 군 소식통은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시설을 겨냥한 장사정포 위협이 한층 유연하고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1개 포병여단은 170mm 자주포와 240·300mm 방사포 등을 갖춘 4개 포병대대로 구성된다. 1개 포병대대엔 18문의 포가 편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8개 포병여단이면 약 570문의 장사정포 화력이 동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술적으로 5발씩 쏘면 2800여 발, 10발씩 쏘면 5700여 발의 ‘포탄비’를 서울 등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우리 군도 즉각 맞불 대응에 나섰다. 화력대기태세를 높여 K-9 자주포 등의 전투 대기포를 증강 운용 중이다. 이들 포를 적 도발 시 최단시간에 포상(砲床) 진지에 투입할 수준으로 대비 태세를 강화한 것. 또 위성과 무인기 등 정찰자산을 증강해 북한군 주요 화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군은 14일 경기 포천의 미군 사격장인 영평훈련장(로드리게스 사격장)이 6년 만에 완전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MDL) 이남 30km에 있는 이 훈련장에선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헬기와 순환배치 전력이 사격훈련이 주로 이뤄진다. 군 당국자는 “전방지역에서 주한미군 대비태세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북한군도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 “경의선·동해서 폭파 초읽기 들어간 듯”
군은 북한이 휴전선·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와 그 이남으로 포격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 포병 부대의 병력 추가 배치와 포문 개방 및 전진배치 등 도발 임박 징후를 집중 감시중”이라고 전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도발 때처럼 ‘마구잡이식 타격’보다는 신형 방사포 몇 발로 우리 군의 대북 감시시설 등을 정밀포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남북 완전 단절과 요새화를 선언한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부터 실행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처럼 대남 충격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 군 소식통은 “폭발물을 매설하는 등 폭파 준비 작업을 어느 정도 끝낸 것으로 보인다”며 “폭파 실행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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