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 전까진 몰랐다, 비상약의 소중함

여행을 앞두고 짐을 싸면서 가장 마지막에 챙기는 것이 바로 비상약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여행 중 가장 먼저 꺼내게 되는 것 또한 비상약이다. 생수만 마셨는데도 갑자기 배탈이 나거나, 햇볕에 오래 있다가 열이 오르거나, 기내에서의 멀미, 예상치 못한 벌레 물림까지. 생각보다 자주, 갑자기 몸은 반응한다.
국내에서는 편의점이나 약국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 감기약, 진통제, 연고 하나가 해외에서는 현지 병원 진료 없이 구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처럼 의약품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는 복약지도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사는 것이 제한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약 하나 안 챙긴 탓에 하루 일정을 통째로 날렸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행 전 약 파우치, 이렇게 구성하세요
비상약 파우치의 핵심은 ‘필요할 수도 있는 약이 아니라, 없으면 정말 곤란한 약’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먼저 기본 진통제와 해열제는 필수다. 특히 타이레놀 계열은 해외에서 쉽게 구하기 어렵고, 감기 초기나 열 증상에 유용하다.
다음으로 지사제, 멀미약, 소화제는 여행 중 가장 자주 찾게 되는 약들이다. 현지 음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물이 바뀌면 위장 트러블이 생기기 쉬운데, 설사나 복통이 시작되면 외출조차 어렵다.
벌레 물림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대비한 연고, 항히스타민제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특히 동남아, 남미 지역은 모기나 벌레에 의한 국소 발진이 흔하고, 심할 경우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외 상처용 밴드, 소독제, 진통제(이부프로펜 계열), 여성 여행자라면 생리통약 등도 상황에 따라 포함시켜야 한다. 모두를 챙기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에게 꼭 필요한 약’ 리스트는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현지 병원은 비싸고 멀다, 미리 챙기는 것이 답
실제로 해외 병원은 진입 장벽이 높다. 우선 언어가 다르고, 진료비가 비싸며, 예약과 절차가 복잡하다. 유럽에서 감기 증상 하나로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비만 20만 원 이상 나왔다는 사례도 있다. 여행자 보험이 있다 해도 접수 절차나 병원 연계가 복잡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병원에 갈 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아파서 일정이 망가지는 상황이다. 약 하나만 있었으면 쉬면서 해결될 수 있었던 감기 몸살, 배탈, 두통 때문에 귀중한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특히 가족 단위 여행자, 어린아이, 부모님을 동반한 여행자일수록 비상약의 필요성은 더 크다.
공항 근처 약국에서 급히 사는 건 늦습니다
‘공항 가는 길에 약국 들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공항 인근 약국에서는 해외 반출이 제한된 성분의 약은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행기 안에서 고열이나 복통이 시작된다면, 도착까지 수 시간 동안 견뎌야 한다.
예방접종은 미리 맞아야 하는 것처럼, 약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복용법을 알고, 내 체질에 맞는 제품을 챙기는 것이 핵심이다. 낯선 나라에서 처음 먹어보는 약은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보험보다 든든한 비상약 파우치
비상약은 보험처럼 여행 내내 아무 일 없길 바라며 갖고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딱 하루, 딱 한 번 아플 때 그 존재감은 보험 이상이다. 특히 해외에서 감기약조차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그동안 무심했던 약 파우치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3천 원짜리 지사제가 당신의 하루를 지켜줄 수도 있다. 건강한 여행은 준비에서 시작된다.
Copyright © 본 글의 저작권은 데일리웰니스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