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수그리고 쪼그려 앉기 척추관협착 부르는 나쁜 습관”

김태훈 기자 2024. 10.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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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 인터뷰

나이가 들면 척추에도 노화에 따른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허리 주변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둘러싸고 척추뼈와 인대, 관절, 추간판(디스크) 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직과 구조물에 이상이 생겨 연쇄적인 반응이 생기기도 쉽다.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결국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까지 비좁아지면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데, 이 질환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50대 무렵부터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해 60~70대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질환은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는 탓에 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져 걷기 힘든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상태가 상당히 악화됐을 수 있다. 고령의 환자는 부담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도 커진다. 이병규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을 만나 환자들이 척추관협착증 치료를 받을 때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들어봤다.

-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척추관이 좁아지는 원인이 되는 패턴을 크게 세 가지 꼽을 수 있다. 보통은 디스크라 부르는 추간판탈출증 때문에 협착까지 생기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다음으로는 디스크 퇴행과 맞물려 척추관의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뒤편에서 막아주는 뼈가 양편에서 좁아지면서 협착증이 생기는 경우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척추가 덜렁덜렁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가 돼서 전방이든 후방이든 서로 어긋나 신경 통로를 좁히는 패턴이다. 환자에게 어떤 원인으로 협착증이 생겼는지에 따라 치료방법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패턴만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두세 가지 원인이 겹친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복합적일수록 치료하기가 더 어렵다.”

-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꼽는다면.

“협착증을 유발하기 쉬운 대표적인 생활습관은 허리를 수그리고 쪼그려서 일하는 것이다. 그 밖의 주요한 위험요인은 근육량이 적은 경우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겹치기 쉬운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 선천적으로 근육량이 적거나 허리 디스크가 약하고, 또 단백질이 많이 든 고기 같은 걸 먹기 싫어해 영양이 부실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감소하는데도 계속 소식하면서 운동도 잘 안 하면 협착증이나 다른 척추질환이 생기기가 더 쉽다.”

-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지.

“대표적인 방법은 환자가 걷기 힘들고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생기는 보행 제한이 있는가이다. 이런 경우 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허리 디스크는 아프기는 해도 걷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그리고 디스크는 허리의 양쪽보다는 한쪽으로 통증이 치우쳐서 나타나는 데 비해 협착증은 대개 양쪽이 비슷하게 아픈 특성도 있다. 연령별로 봐서도 환자가 비교적 젊다면 디스크성 질환일 확률이 더 높고, 고령으로 갈수록 협착증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이 들수록 허리 척추관 좁아져 신경 압박
다리 저리거나 힘 빠져 걷기 힘들어
경증엔 감압치료 주변 조직 기능저하 땐 고정수술 고려해야
재발 막으려면 코어 근육 키우고 체중관리 필요

- 치료는 환자마다 어떻게 달라지나.

“초기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통증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 약을 먹고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만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척추관협착증은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병원에 왔을 때면 이미 수술이 필요한 경우일 수 있다. 수술방법은 보통 크게 감압 또는 고정으로 나눈다. 감압은 말 그대로 압력을 낮추는 방법인데, 디스크나 뼈가 튀어나왔거나 척추가 불안정한 증상이 있어서 신경 통로를 누르고 좁힐 때 그 원인을 제거하고 넓혀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압만으로는 안 되고 이미 주변 조직의 기능이 저하된 환자라면 고정 수술이 필요하다. 디스크가 닳았거나 인대가 늘어나 척추가 덜그럭거리고 밀리는 등의 상태라면 보강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경증이면 감압으로 해결이 되고, 좀 더 많이 퇴행한 상태라면 고정 수술로 가게 된다.”

- 환자 연령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수술을 받기엔 부담스럽지 않나.

“고령의 환자가 수술에 부담을 느낄 경우 병이 아주 심각하지 않다면 보통 신경 주사 치료를 한다. 보통 한 달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다만 자주 맞으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효과가 오래 가는 신경성형술이라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이 시술로도 해결이 안 될 정도라면 수술로 가야 하는데, 환자가 엎드려서 수술을 받을 때 심장과 폐에 부담이 가다 보니 마취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같은 수술이라도 전신마취 대신 부분마취를 택하고 있다. 또 척추에 나사를 박아 고정하는 등 큰 수술을 할 때도 옛날처럼 크게 절개하는 대신 작은 구멍을 2개 정도 뚫어 최소침습 수술을 하면 수혈도 거의 필요 없고 수술시간도 짧아져 합병증이 생길 확률도 더 줄어든다.”

- 환자가 고령일수록 진단부터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 좋겠지만 큰 대학병원에서는 예약을 잡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관절이나 척추를 전문으로 보는 전문병원 중에서도 예를 들면 MRI(자기공명영상) 기계가 많아서 외래진료 보러 온 날에 빨리 찍고 그날 결과까지 볼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대학병원의 경우 MRI 찍을 때 길면 한 달씩 기다려야 하는 데 반해 대기시간도 줄고 비용도 덜 든다. 암에 걸렸다면 전문화된 장비나 기술이 필요해 더 큰 병원이 나을 수 있지만, 척추의 퇴행성 질환이라면 의사마다 각각 질환을 맡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더 낫다고 본다. 우리 병원만 해도 척추는 6명, 관절은 9명의 전문의가 있고 마취과 의사도 4명 있는데 매일 모여서 더 나은 방향의 치료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하니 환자에게 더 빠르고 편리한 치료를 제안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고령 환자의 부분마취 치료도 대학병원에선 거의 대부분 전신마취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작은 병원이 더 장점이 많다.”

이병규 바른세상병원 원장(가운데)과 척추센터 의료진이 척추질환 콘퍼런스에서 치료법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고,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을 조언한다면.

“가장 먼저 체중 관리부터 해야 한다. 다만 굶어가면서까지 체중을 줄이려 해서는 안 되는데, 몸을 지탱하는 근육도 같이 줄기 때문이다. 그러니 허리에 좋은 운동은 필수다. 등척성 운동이라고, 움직이지 않는 벽 같은 대상을 밀거나 버텨내는 성격의 운동으로 척추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필라테스나 실내 자전거, 수중운동 등도 좋다. 걸을 때는 다리를 높게 들며 걷는 파워워킹을 해야 운동효과가 있지만 협착증 환자는 장시간 걷기 힘드니 15분 단위로 나눠서 횟수를 차차 늘리는 방식이 더 낫다. 수술을 치료의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술은 치료의 시작일 뿐이다. 의사는 수술까지 하고, 이후부턴 환자가 올바른 운동법을 배워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척추 디스크는 재생이 안 되는 조직이니 그걸 보강할 만큼의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름기 없는 부위의 고기를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먹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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