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도자기] (3) 도자기, 징더전을 살리다

징더전 고요(古) 민속 박람구에서 한 장인이 도자기 특정 부분의 무늬를 빛이 비치게끔 얇게 구워낸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역사를 가진 도자기 도시= 도자기 도시인 ‘징더전’이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된 여러 유래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북송(北宋)의 제3대 황제인 진종(眞宗) 조항(趙恒)의 이야기다. 밝은 청자를 좋아했기에 1004년에 자신의 연호를 경덕(景德)으로 고쳐 5년간 사용했던 진종이, 당시 중국에서 청자와 백자를 납품하던 창난(昌南)에 ‘징더전’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는 설이다. 그만큼 징더전은 황제가 사랑했던 도시, 원·명·청대를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도자를 이어오고 있는 도시로 중국 도자기의 상징성을 가진다.
징더전 주변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재료인 고령토 등의 흙과 유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뛰어난 품질의 고령토로 보다 깨끗하고 정교한 기술이 사용되는 백자들을 만들 수 있었다. 징더전의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도자기는 ‘청화백자’다. 흰 백자 바탕에 코발트 안료로 청색 문양을 그려낸 도자기다.
도자기의 특정 부분의 무늬를 빛이 비치게끔 얇게 구워내는 전통적인 기법은 현대까지도 이어와 징더전 도자기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청화, 유리홍, 고채와 분채 기법 등 전통 도자기 기술을 연마한 장인들을 대접하고 기술 전승을 적극 도와가며 역사적인 정통성을 이어오게 만들고 있다.
도자산업 부흥·쇠락 반복
정체성 잃고 경쟁력 하락
분업화 방식도 창의성 없애
민관, 새 기법 공부·접목
보수적·관요의 틀 깨트려

징더전 도자기 장인들이 전통 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예술 도자를 향한 도약= 오랜 시간 중국 황실의 도자기를 생산하던 관요였던 징더전은 청나라 말기 이후 유럽 국가의 도자기 기술 습득과 중국 안에서 정체된 경쟁력 하락을 겪으며 명성을 조금씩 잃기 시작했다.
1949년 ‘신중국’ 출범 이후 대규모의 교육 변혁과 경제발전을 위한 전통 공예 부흥의 필요성으로 정부는 중앙공예미술학원(中央工藝美術學院)을 건립하고 징더전의 수공예 공방을 10대 국영기업으로 정한다. 하지만 징더전의 오래된 분업화 생산 방식으로 인해 장인들의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게 된다.

도예가 류위안창
중국의 저명한 도예가 류위안창(劉遠長) 대사(大師)도 역동의 시기에 징더전으로 들어왔다. 중국 지안(集安)에서 태어난 류위안창은 1959년 징더전으로 넘어와 징더전도자학원(현 징더전도자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10명 정도 되는 대학 동기와 함께 도자 연구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창조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준의 예술 기법을 공부하고 이를 도자에 접목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류위안창은 “중국 유수의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유학한 교수들에게서 전통 기법을 넘어선 조형성을 배웠다. 징더전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많은 이들에게 보수적이고 관요의 틀을 깨게 만드는 일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자예술의 발전과 함께 징더전은 다시 ‘도자기’로 세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중국 전역의 도예가를 비롯해 세계에서도 이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한 방문이 이어진다. 뛰어난 예술가들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함께 따른다.
‘현대 도자예술’로 도약
젊은 예술가 유입 유발
회화·조각·공예분야 등
다양한 장르 융합 통해
복합예술 도시로 성장

징더전 도자기 장인들이 전통 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미래를 함께하는 이들= 징더전에는 젊은 작가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징더전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 징더전에서 도자대학을 졸업했거나 다른 지역에서 도자를 배웠지만 예술을 업으로 하기 위해 징더전에 터를 잡는다. 젊은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징더전은 도자기 도시의 존속을 확신한다.
징더전을 대표하는 징더전도자대학의 도자예술디자인학과에는 매년 600명의 학생이 졸업하는데, 80%가 징더전에 남아 창업한다. 징더전도자대학의 자오신(趙昕) 교수는 “이전에는 징더전을 비롯한 중국 내 도자 생산지역에 있는 회사나 공장, 작업실, 도자 관할 공무원 등으로 취직했지만, 최근 들어 징더전에서 창업하는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도자기와 관련 산업에 특화된 징더전의 환경이 큰 몫을 한다. 지역 도예가들은 매년 열리는 도자기축제를 비롯해 주말마다 열리는 다양한 도자기 야시장 등의 마켓 활성화, 높은 수요를 가지고 있는 레지던시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많은 졸업생들이 징더전에 잔류하게 되자 징더전도자대학은 오히려 특별전형을 통해 중국의 다른 도자생산지역 출신 학생을 뽑고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의 도자산업을 같이 견인하겠다는 대학의 전체적인 목표다.
지역에서 도자예술이 부흥하자 회화, 조각, 설치, 공예 등 다른 예술분야도 함께 유입된다. 다양한 장르가 융합하며 도자예술 발전은 더욱 촉진된다. 그렇게 ‘도자기 도시’를 넘어선 ‘복합예술의 도시’로도 불린다. 모든 것이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오신 교수는 특히 젊은 작가들의 유입을 강조한다.
“예술 도시가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작가들의 유입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민간에서 이들의 활약이 있기에 징더전 또한 미래를 자신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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