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에게 '장비병'은 분명 난치병 중 하나입니다. 난치병이라고 하는 이유는, 골프실력이 잘 늘지 않는 이유가 결국 골퍼 자신일 가능성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교체'만 되면 모든 게 잘 될 것 같은 착각(?)을 ‘꾸준히‘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장비를 바꾸면 뭔가 잘 맞는 것 같다가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지식이나 타인의 몇 마디 조언에 의해 장비 교체를 하는 경우,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장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는 것은 과도한 장비 의존증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샤프트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좀 더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올바른 장비의 선택 - 샤프트
샤프트는 클럽 헤드와 그립을 연결하는 부품으로, 단순한 연결 역할을 넘어 골퍼의 스윙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클럽 헤드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즉, 골프 샤프트는 스윙 에너지가 헤드로 전달되는 통로이자, 클럽 헤드의 속도, 방향, 그리고 임팩트 시점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한 '막대기'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샤프트가 임팩트 순간에 어떤 식으로든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변형이라는 말은 '샤프트의 휘어짐'이라는 의미인데요. 이 휘어짐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클럽 헤드의 중심에 볼이 맞도록 해주는 샤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클럽페이스 역시 타겟 방향을 정확히 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요.
그래서인지, '피팅'이라는 표현을 쓸 때에는, 어떤 샤프트를 사용할지 정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골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샤프트 선택에 있어서 골퍼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간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샤프트와 관련된 여러 물리적 수치들이 있는데요. 플렉스, 무게, 킥 포인트, CPM, 토크 등 다양한 수치가 있고, 피팅에 있어서도 이러한 수치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퍼의 입장에서 이러한 모든 수치를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Flex와 무게에 대한 표시에 대해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Flex'의 알파벳에 연연하지 말라
샤프트 선택에 있어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Flex' 혹은 'Stiffness'입니다. 유연성 혹은 단단한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텐데요. 샤프트가 얼마나 더 크거나 적은 힘으로 휘어짐을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X', 'S', 'SR', 'R', 'A', 'L' 등의 알파벳으로 표현됩니다. (X가 가장 강하고 L이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샤프트에 있어서, 많은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플렉스입니다. 예를 들어 'S' 플렉스를 사용하는 골퍼들은 힘이 좋다, 스피드가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나는 나이가 들었으니 R을 써야겠어라는 식으로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이죠.
물론 확률적으로 보면, 스피드가 빠른 골퍼들이 강한 샤프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모든 'S'가 동일한 플렉스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샤프트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나 모델명이 3-4 가지 있으실 겁니다. 예를 들어 벤투스, 텐세이, 드날리, 스피더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들이 제작하는 샤프트에 'S'가 새겨져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플렉스는 아닙니다.
회사에 따라 그리고 모델에 따라서 'S'를 붙이는 샤프트의 강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모두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S 샤프트를 쓴다고 해서 그 샤프트가 어떠한지 일반화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S'라고 되어 있는 샤프트가 다른 회사, 다른 모델 샤프트의 'SR' 플렉스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죠.
게다가 플렉스는 골퍼들의 스윙 템포와도 연관이 있어서, 백스윙 이후에 다운스윙을 아주 급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좀 더 강한 샤프트가, 적절한 템포를 가진 사람에게는 R과 같은 플렉스를 써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니, 단순히 골퍼가 가진 스윙 스피드에 따라서 S/SR/R 등을 선택하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샤프트에 쓰여있는 숫자 - 대략적인 그램수
일반적으로 샤프트는 앞서 언급한 알파벳과 함께 지금 설명드릴 숫자의 조합으로 기본적인 스펙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바로 무게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예를 들면 5S, 6S, 7S와 같은 식입니다. 보통은 5,6,7이 각각 50 그램대, 60 그램대, 70 그램대로 알려져 있는데요.
샤프트에 표기된 무게(예: 5S의 50 그램대)는 일반적으로 샤프트 커팅 전, 즉 원래 출고 상태(원 샤프트)의 무게를 의미합니다. 이 무게는 샤프트가 아직 클럽에 조립되기 전, 그립이나 헤드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 그리고 길이도 커팅 되지 않은 "raw length" 상태에서 측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클럽에 조립할 때 샤프트를 커팅(길이 조정) 하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샤프트의 무게는 표기된 값보다 더 가벼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같은 5S, 6S라도 그 무게의 편차가 꽤나 클 수 있습니다.
특히 샤프트 무게는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의 5S 샤프트가 52그램일 수도 있고, 다른 브랜드는 57 그램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즉, 5S는 "50그램대"라는 대략적인 범주를 의미할 뿐, 모든 5S가 정확히 50그램대 초반일 것이다라고 추측하기는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는 5와 6이라는 숫자 사이에 큰 무게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10 그램 내외의 차이가 아니라, 5 그램 이하의 차이일수도 있으니, 골퍼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쳐봐야 안다"
결국 샤프트 선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쳐보는 것'이며, 반대로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샤프트에 쓰여있는 숫자와 기호 만으로 자신의 샤프트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헤드의 모양도 직접 보지 않고 사는 경우도 있죠. 어드레스 했을 때 얼마나 편안한지 확인도 해보고, 타구감과 타구음을 직접 느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문구가 생각나는데요. 결국 샤프트에 있는 숫자와 알파벳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한 번 더 강조드립니다.
결론적으로는 그 샤프트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 나와 맞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보통 론치각 (Launch Angle), 스핀 양 (Spin Rate)을 확인하고, 이러한 요소의 결과인 비거리 등이 어떤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서 내가 원하는 타구감인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의 주변에도 그냥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클럽과 샤프트를 쓰거나, '관찰'에 기반한 추천을 받아서 그냥 클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골프는 귀가 얇아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동의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샤프트 선택 과정에서, 과도하게 낮은 스펙의 샤프트를 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많은 골퍼들이 약한 샤프트로 좀 더 쉽게 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실력과 능력은 감안하지 않은 채 인기 있는 샤프트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두 가지 모두 현명한 방법은 아닙니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샤프트를 쓰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지름길이이라고 할 수 있으니, 직접 쳐보고 비교해 보는 정도의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래 시리어스골퍼 톡채널 추가를 통해, 칼럼 관련 의견을 남길 수 있으며, 다양한 골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