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대해부] NH투자증권, 'PF명가 재건' 신재욱 IB2사업부 총괄 낙점
NH투자증권은 증권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개척한 옛 LG투자증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조직의 방향타를 쥔 윤병운 대표이사가 투자은행(IB) 조직을 개편하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윤 대표는 그룹의 전반적 경영을 총괄하며 IB 사업 재건을 위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을 각 사업부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4월에는 이성 인더스트리1본부장(상무)을 IB1사업부 대표로, 신재욱 부동산금융본부장(상무)을 IB2사업부 대표로 각각 배치했다.
NH투자증권의 PF사업은 IB2사업부가 맡고 있다. 신 상무는 윤 대표와 협력해 위축된 PF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기존 투자자산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에 초점을 두면서 철저하게 검증된 우량 딜에만 투자할 계획이다.
파크원 프로젝트 주역 '윤병운ㆍ신재욱'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은 PF전문가를 다수 배출한 명문 증권사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이곳을 통해 증권업계에 들어와 PF업무를 시작했다. 김기형 메리츠증권 사장, 봉원석 LS증권 IB사업부 대표, 이성준 교보증권 투자금융본부장(전무) 등도 LG투자증권 출신이다.
NH투자증권은 IB부문 중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에 강점을 가진 하우스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에 따라 ECM과 DCM을 담당하는 IB1사업부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이는 정영채 전 대표의 영향이 컸다. 대우증권 시절부터 ECM부문에서 활약해온 정 전 사장은 우리투자증권 합류 이후 ECM과 DCM에 주력하며 NH투자증권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그가 IB부문을 맡은 기간에 NH투자증권의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윤병운 대표는 LG투자증권 시절 평사원에서 대표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그는 커버리지 본부장, IB사업부 대표 등을 거치며 IB부문 전반을 경험했다. 부사장 시절에는 IB1사업부와 IB2사업부 대표를 겸하며 서울 여의도 파크원 PF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는 증권업계에서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사업이다. NH투자증권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을 PF로 조달했다. 수수료 수익만 1000억원에 달했던 딜로 알려져 있다.
NH투자증권은 파크원 프로젝트 같은 알짜 딜을 찾아 접근하는 방식으로 PF사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가 회사 경영 전반을 책임지면서 신재욱 상무가 IB2사업부를 총괄하게 됐다.
신 상무는 파크원 PF의 실무를 맡았으며 한남동 고급주택 나인원한남 PF, 논현동 고급주택 PF 등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토지매입부터 자산매각까지 부동산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역량을 가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보수적 대응 대형사 대비 'PF 익스포저' 덜해
신 상무가 총괄하는 IB2사업부는 대체자산투자본부, 인프라투자본부, 부동산금융본부, 실물자산투자본부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PF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부서는 부동산금융본부다.
부동산금융본부는 4개 부서로 이뤄졌다. IB2사업부 중 가장 사업부서가 많은 조직이다. 신 상무를 이어 부동산금융본부를 이끌 인물은 박유신 상무보다. 그는 직전까지 부동산금융4부장을 맡았다. 대우건설 출신으로 2019년 하반기 NH투자증권에 합류했다.
회사는 신 상무와 박 상무보를 중심으로 PF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타사 대비 PF 익스포저가 작은 편이다. 5월 기준 PF 관련 채무는 개발형 신용공여 6000억원, 채무보증 7500억원을 포함해 1조35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8000억원가량이 본PF 사업장으로 구성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3일 NH투자증권 회사채 정기평정에서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중이 초대형사의 평균을 밑돌아 양적 리스크는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은 PF 비즈니스에 한도를 설정해 타사 대비 익스포저를 낮게 유지했던 것을 리스크 관리의 비결로 꼽는다. 정기적으로 사후감리를 실시해 리스크 확산 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에도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PF 신규 딜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딜을 많이 성사시키기보다 파크원PF처럼 굵직한 우량 딜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라이스제일차, 뉴공덕제삼차 등 특수목적회사(SPC)에 신용보강을 제공하며 유동화를 주선했다. 또 1분기 부동산 매각자문 등으로 약 200억원의 수수료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PF 자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해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사업성을 철저히 검증해 안정성 높은 우량 딜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