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이것’ 넣었더니… 전국에서 불티나게 팔린다는 김치의 정체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낸 겨울철 밥도둑, 명태김치
명태김치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강원도 동해시. 눈길을 끄는 한 김치 공장이 있다. 이곳에선 일반 김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김치를 담근다. 재료는 다름 아닌 생선. 정확히는 명태다.

찬바람 부는 해안에서 잡히는 명태는 말리거나 찌개에 넣는 재료로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에선 명태를 김치에 넣는다. 그 이름도 특이한 ‘명태김치’다

이 김치는 단순히 명태를 곁들인 게 아니다. 손질한 명태살을 한입 크기로 썰어 배추 속에 넣고 양념과 함께 버무린다.

명태 특유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어우러지면서, 흔히 먹던 김치에선 느낄 수 없는 깊은 풍미가 살아난다.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도 번거롭지만 결과는 확실하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

비린내 없애는 기술, 김치에 담긴 숙성의 비밀

명태김치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명태는 특유의 비릿함이 있어 손질이 까다롭다. 이를 잡기 위해 소금, 생강, 청주를 함께 사용한다. 얇게 썬 명태살을 하루 이상 냉장 숙성시키면 살 속까지 양념이 스며들고 비린내는 사라진다.

이후 버무린 무채와 함께 배추 속에 넣고, 다시 한 번 숙성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 숙성 시간이 깊은 맛을 완성하는 핵심이다.

명태김치엔 일반 김치보다 염도가 낮다. 그러나 절임과 숙성 과정을 거치며 배추는 무르지 않고 오히려 아삭함을 유지한다. 배추 고유의 단맛도 살아 있어 젓갈 없이도 감칠맛이 풍부하다.

겨울철 수요가 높은 명태배추김치는 지역 전통식에서 출발해 상품으로 발전했다. 아미노산, 인 등의 수치가 일반 김치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배추 절임만 20시간… “대충은 없다”

명태김치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배추 손질과 절임 과정도 정교하다. 속이 80% 정도 찬 배추를 선호한다. 지나치게 꽉 찬 배추는 절였을 때 속까지 간이 덜 배기 때문. 절임 시간은 18시간에서 20시간 정도. 절인 뒤엔 배추가 뜨지 않도록 눌러놓는다.

이튿날 아침, 물이 빠지고 말랑해진 배추를 건져낸다. 이후 총 세 차례 세척 과정을 거친다. 이물질 제거를 위해 손으로 배추를 수십 번 들었다 놨다 해야 해서, 공장 직원들은 이 작업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명태김치와 수육, 점심상에 올라가다

명태김치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면 명태김치와 수육이 한상에 올라온다. 수육은 마늘, 대파, 양파, 월계수잎, 된장, 쌀뜨물로 한 시간가량 삶아 준비한다. 삶은 고기에 김치를 올려 한입 먹으면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김치가 시원하고 담백한 데다, 명태살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이 돼지고기와 조화를 이룬다. 긴 시간과 손길이 담긴 명태김치는 단순한 밥반찬을 넘어서, 평범한 식사에 특별함을 더한다.

명태만 있나… 무채 가자미 김치도 등장

가자미 김치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오후엔 또 다른 김치가 준비된다. 무채 가자미 김치다. 함경도와 강원도에서 전해져 온 방식으로, 가자미를 손질해 무채, 찹쌀밥,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과 함께 섞는다.

핵심은 수분 제거. 가자미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소금과 설탕에 절여 24시간 이상 수분을 빼야 한다. 무채 역시 눌러놓아야 꼬들꼬들해진다. 그래야 김치가 물러지지 않는다.

가자미에 고춧가루를 먼저 묻히고, 찹쌀밥과 무채를 양념에 버무린 뒤 섞는다. 이때 손으로 강하게 비벼줘야 양념이 골고루 배고 재료들이 잘 엉긴다. 다 묻힌 후엔 냉장고에서 20일 이상 숙성시킨다.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숙성된 무채 가자미 김치는 비린내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낸다.

한입에 어릴 적 기억이 스며든다

명태김치 자료사진. / 유튜브 'EBS 다큐'

명태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김치 맛을 기억하며 찾는 사람도 많다. 강원도 출신이라면 한 번쯤 먹어봤을 익숙한 음식.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명태김치를 담그는 이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됐다고 말한다.

수고스럽지만 맛을 알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매일 김치를 담글 힘이 난다고 한다.

마트에선 좀처럼 보기 어렵다. 정성 들여 만든 뒤 단골들과의 직거래로 바로 나가기 때문이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제대로 익은 맛을 보면 고생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김치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 명태김치는 그 안에서 또렷한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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