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MHz]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플랫폼 노동 현장...AI와 정보인권 5편

오비에스라디오 2026. 4. 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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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을 관리해선 안 돼"... 입법적 ‘최소한의 울타리’ 절실

  최근 배달 앱 라이더나 택시 기사처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감을 얻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을 '자유로운 파트너'라 부르지만, 현실은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의해 촘촘하게 감시당하고 통제받는 '디지털 감옥'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방송된 <굿모닝 OBS>의 특별 기획 'AI와 정보인권'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김하나 변호사와 김병욱 변호사가 출연해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받는 플랫폼 노동의 실태와 정보인권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 "나도 모르는 기준에 내 월급이 결정된다"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업무 지시자가 사람이 아닌 'AI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김하나 변호사는 "일반적인 계약은 보상과 잘못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서명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AI가 이를 결정하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노동자조차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날씨, 배달 속도, 수락률 등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배차와 동선,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결정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알고리즘이 정해준 틀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실질적 종속' 상태에 놓인다는 설명이다.

■ 엇갈린 판결... 타다 '승' vs 배달 라이더 '패'

  최근 법원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두고 상반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 '타다' 사건의 경우, 법원은 플랫폼 사업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알고리즘을 통한 업무 배분과 역할 수행 방식을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요소로 고려한 것이다.

  반면, 최근 배달 앱 라이더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판결도 있었다. 김병욱 변호사는 "법원이 배달 노동자의 경우 업무 시간의 자율성이 더 크고, 배차 수락 여부를 직접 결정하며, 여러 업체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겸업 가능성)을 들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의 불일치는 변화하는 기술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거시적인 법 체계 개편도 중요하지만, 당장 플랫폼 근로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콜을 배정받고 페널티를 받는지 알 수 있도록 '알고리즘 설명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전방위로 퍼지는 디지털 감시... "기술이 상전인가"

  문제는 플랫폼 노동뿐만이 아니다. 일반 사무직 현장에서도 CCTV, GPS, 지문인식을 넘어 메신저 검열, PC 모니터링, 나아가 AI 채용 평가까지 도입되며 감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김하나 변호사는 20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자 감시에 대해 사생활 침해 우려를 권고했음에도 여전히 제도화되지 않았다며 "원칙적으로 감시를 금지하되 예외적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노동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스페인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라이더법'을 도입했고, EU 역시 고용 추정 원칙과 함께 알고리즘에 대한 이의 제기권을 보장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 "인간이 기술을 통제해야"

  전문가들은 인권과 AI가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인간의 기술 통제권'을 꼽았다. 알고리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내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하나 변호사는 노동자가 시스템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활용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입법부가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병욱 변호사 또한 AI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권력 관계 속에서 구조화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노동 인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도록 촘촘한 규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상은 급변하고 기술은 진화하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가치가 알고리즘의 효율성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와 법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