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6. 2023년 도쿄 한일정상회담 실록
12년간 중단된 셔틀외교 복원하고 지소미아 정상화
실무 방문에도 '국빈' 대우 두차례씩 만찬 신뢰 제고
17일 日 정계원로 만나고 '미래 세대' 대상 강연회
1945년 일제 식민지가 끝난후 한·일 양국이 수교하는 데는 20년이 걸렸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22일 ‘한일기본관계조약’을 조인하고 양국 국회의 비준을 얻어 같은 해 12월18일 한·일간 국교를 정상화했습니다.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난후 조선과 일본이 다시 친선과 교린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요청에 따라 1607년 여우길(呂祐吉)을 정사로 하는 ‘회답겸쇄환사(回答兼刷還使)’ 일행 467명이 오늘의 도쿄인, 에도(江戶)를 다녀오면서 외교관계를 회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백성들을 도륙하고, 국토를 유린한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수 없는 원수’와는 도저히 친교할 수 없다는 거센 반발과 저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일본과 조선은 이웃 나라로서 손을 잡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2023년 오늘도 반일(反日)과 죽창가(竹槍歌)가 요란한 가운데 한·일 양국은 또 한번 과거보다 미래를 선택하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역사의 현장으로 날아가 양국 지도자들의 육성을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도쿄 총리관저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양국 국민들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견 발표문은 다음과 같다.
◇ 윤석열 대통령 = “먼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기시다 총리대신과 일본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늘 한국 대통령으로서 일본을 12년 만에 양자 방문하여 한일 정상회담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취임 당시의 한일관계를 생각해 보면 오늘 기시다 총리와 함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 드리는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입니다.
오늘 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 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하였습니다.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 경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양국의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안보와 첨단 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외교, 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포함하여 다양한 협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두 정상은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머리를 맞댄 결과,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오늘 일본은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였습니다. 상호 소위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미래세대가 교류하며 상호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점에도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였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 양국 경제계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번 기금의 설립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한 의미 있는 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여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였습니다. 조금 전 회담에서도 기시다 총리와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저와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습니다. 또한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데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온 만큼 이를 지켜나가는 데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기시다 후미오 총리 =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긴 겨울철을 벗어나 양국 간 방문으로서는 약 12년 만에 한국 대통령을 일본에 모시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전략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강화는 시급한 일이라는 점, 그리고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우호 협력 관계에 기반해 한일 관계를 더욱 더 발전시켜나가는 데 일치했습니다.
일전에 한국 정부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던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때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조치의 실시와 함께 양국간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힘차게 확대될 것을 기대합니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이번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재개시키는 데 일치했습니다. 또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간 의사소통을 활성화해 나가는 데 일치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지금까지 오랜 기간 중단된 한·일 안보대화, 한·일 차관전략대화를 조기에 재개하는 것, 그리고 고위급 한·중·일 프로세스를 조기에 재기동하는 중요성에 대해 일치했습니다. 또 새롭게 한·일 간에 경제안보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수출관리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각 정책 분야에서 담당 부처간 대화를 폭넓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민간교류와 협력은 양국 간 관계를 뒷받침해주는 뼈대입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단체가 미래지향적인 ‘한·일 협력 교류를 위한 기금’을 창설하기로 표명한 것을 환영합니다. 정부로서도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의 교류를 계속해서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양국의 교류가 회복돼 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적교류 활성화, 관계 개선의 선순환이 가속화할 것을 매우 기대합니다.
또 현재의 엄중한 안보환경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오늘 아침의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핵·미사일 활동을 더욱 더 추진하는 북한 대응에 대해서는 미일동맹, 한미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일 그리고 한·미·일 3개국 사이에서도 안보협력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는 점에 변함은 없습니다. 그리고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께서 다시 강한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아울러 이 역사의 전환기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는 중요성에 대해 확인했고,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켜내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나라가 힘을 합쳐 나갈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한·일 관계의 정상화에 있어 커다란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후 예정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 내외분과 더욱 더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해서 신뢰와 우정이 돈독해지고 한·일 관계가 크게 비약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회담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앞으로 양국간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교류가 힘차게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5시14분 총리관저 4층 회담장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측에서는 시마다 타카시 총리대신 비서관, 후나코시 타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야마다 시게오 외무성 외무심의관, 기하라 세이지 내각관방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 이소자키 요시히코 내각관방부 장관,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대사, 오카 마사미 방위성 방위심의관, 히라이 히로히데 경제산업성 경제산업심의관, 오쓰루 테쓰야 총리대신 비서관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이문희 외교비서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박진 외교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덕민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 최상목 경제수석,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참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한국 측 대표단 여러분의 일본 방문을 환영한다.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개화됐다. 본격적인 봄이 찾아온 이 시기에 저와 윤 대통령님, 미래를 위해서, 미래를 향해 일한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기회가 찾아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전에 개최되었던 소인수 회의에서 일한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방문하는 셔틀외교 재개에 일치했다. 이 전체 회의에서는 일한 양국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만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간 의사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오늘 아침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도발 행위이며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오늘날의 엄중한 전략 환경 하에 일·한, 일·한·미 공조를 증진해 나가는 데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는 이에 대해 “저와 우리 대표단을 환대해 준 기시다 총리님께 감사드린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하여 회담을 하게 됐다. 오늘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이렇게 만난 것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은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해야 될 파트너다. 그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되어 온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 양국의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오늘 아침 제가 도쿄로 출발하기 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동아시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서로 긴밀히 공조하고 연대하여 이러한 불법적인 위협과 국제사회의 난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오늘 회담에서는 그간 정체되어 온 한일관계를 협력과 상생 발전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기시다 총리께서 말씀하신 양국의 셔틀외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앞으로도 총리님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후 4시40분 총리관저 3층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함께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는 등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 중앙 무대에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배치돼 있었고 기시다 총리는 관저 입구에 미리 나와 윤석열 대통령을 영접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안내로 단상에 오르자 일본 자위대 의장대는 ‘받들어 총’을 하며 양국 정상에게 최고의 예를 표시했다. 이어 의장대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의장대가 우리나라 애국가를 연주했고 이어 일본 애국가인 기미가요 가 연주됐다. 이어 의장대의 ‘세워 총’, 다시 ‘받들어 총’, ‘세워 총’이 이어졌고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안내에 따라 단상에서 내려와 입구 쪽으로 함께 돌아 의장대 앞으로 이동해 양 정상은 양국 국기에 대해 목례를 하는 것으로 의장대를 사열했다. 뒤이어 양 정상은 다시 단상 위로 이동했고 의장대의 ‘받들어 총’, ‘세워 총’이 이어졌다. 양 정상은 그리고 다시 단상에서 내려와 기시다 총리의 안내로 윤 대통령은 일본 측 수행원들과 한 명씩 악수하며 인사했고 이어서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의 소개로 한국 측 수행원들과 악수하며 인사하는 것으로 공식 환영행사를 마쳤다. 일본은 실무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에 준하는 공식 환영행사를 거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한일정상회담이 끝난뒤 이날 오후 7시30분 언론 브리핑을 갖고 “일본 측은 실무 방문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4시40분부터 총리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맞이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환영식이 있었다”면서 “격식 있는 환영을 통해서 우리 대표단을 환대하는 뜻을 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오후 4시50분부터 한일정상회담이 실시돼 오후 6시15분까지 약 95분간 진행됐으며 심도 있는 논의가 오고 갔다”면서 “회담은 소인수 회담과 양국 관계 전반을 논의한 확대 회담으로 진행됐으며 회담을 마치고 양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국민들께 직접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성한 실장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뒤 양국 정상 내외가 참석한 만찬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기시다 총리 부부의 초청으로 만찬을 했다”면서 “만찬은 양 정상 부부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 하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으며 아베 총리가 오바마 미 대통령과 가졌던 스시 만찬이나 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꼬치구이 만찬과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찬 종료 후에는 양 정상 간 별도로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친밀하고 거리감이 없는 형식 속에서 공식회담에서 하지 못한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김성한 실장은 이날 한일정상회담 결과 및 의미와 관련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양국 관계의 여러 현안을 짚어보고 미래 발전의 지향점을 확인했다”면서 “양국 관계 전반을 조속히 회복시키고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지향한다는 정상 간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외교·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각 분야로 확대시켜 나가자는데 공감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과학기술 협력, 금융 협력 분야에서 위기에 대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의 움직임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한일 NSC간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고, 외교당국 간 전략대화를 재개하기로 함으로써 외교, 안보분야의 양국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욱 심화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국 관계 경색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 의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도 발표됐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이에 따른 우리의 WTO 제소 철회가 있었다. 소위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양국은 조속한 원상 회복을 위해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향후 양국 간 논의를 통해서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한 실장은 “양국은 주요 지역과 국제 문제에서도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긴밀한 연대를 확인하고, 북한 문제를 비롯한 평화와 안정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한·미·일 3국간 협력을 재강조하고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양 정상은 앞으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셔틀외교를 통해 수시로 만나 협력하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회담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일 양국이 그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정상화하고 긴밀히 협력해서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토대를 다진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인적교류, 경제협력, 특히 미래세대 간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중인 이도운 대변인도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부부와의 친교 만찬에 대해 서면 브리핑을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6일 저녁 7시40분 기시다 후미오 총리 부부와 긴자 요시자와 식당에서 만났다. 요시자와 식당은 스키야키가 유명한 식당으로, 미리 와있던 기시다 총리가 입구까지 나와서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으며, 식당 입구에서 네 분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후 네 분은 지하공간으로 이동해 만찬 장소인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전통 일본식으로 두 부부가 앉고, 통역을 위해 네 명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만찬 장소에서도 기념촬영을 먼저 하고 식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와 별도로 “윤 대통령 부부가 식당으로 가는 길에 많은 일본인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고 요시자와 식당 직원들도 윤 대통령 부부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한데 모여 크게 환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도착직후 재일동포초청 간담회를 갖고 교포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도쿄 제국호텔에서 재일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재현 재일 한국유학생연합회장, 여건이 민단중앙본부 단장,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허미미 유도선수, 권승조 메타스케일 대표, 도공 심수관 15대 후손, 윤미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이사장 등 재일동포 77명이 초청됐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진석·김석기 의원, 윤덕민 주일대사 내외,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 등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최상목 경제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문희 외교비서관,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 등이 함께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도쿄 한국학교 학생합창단 어린이들과 입장해 재일동포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이렇게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동포 여러분을 뵙게 돼서 참으로 반갑고 기쁘다”면서 “저는 오늘 2011년 이후 12년 만에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고 인사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다. 안보, 경제 그리고 글로벌 아젠다에서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정치, 경제, 인적교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정체됐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복합 위기, 북핵과 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상황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에 보다 더 강력한 연대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웃 일본과의 연대와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발표했고, 한·일 양국이 미래를 향해 함께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며 “저는 오늘 기시다 총리와 마주앉아 이러한 취지를 재확인하고, 양국의 미래를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불편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고, 양국의 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재일동포 여러분께서도 이곳에서 더 자긍심을 가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라도 한·일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한·일 양국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있다. 조국에 대한 여러분의 변함없는 애정과 성원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 동포사회는 우리 민족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와 함께 시작됐지만 지금은 한·일관계의 가장 탄탄한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자부심과 자긍심을 잃지 않고 각자 분야에서 활약하시는 동포 여러분 덕분에 일본 내 한국의 위상도 크게 향상됐다.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여러분께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용산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5년 전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선언하면서 한·일은 1500여 년간 우호협력 관계였고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 50년만 불행한 관계였다. 불행한 50년이 1500년의 우호 역사를 부정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씀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상대국을 좋아하면 문화에 관심을 갖는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양국 문제를 국내 정치나 자기 입지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 국가에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언급하면서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동시에 “오늘 간담회에 참석한 재일 동포들은 일본의 신문과 방송이 온통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로 도배가 됐다”고 하면서 “윤 대통령의 말씀에서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신용상 민단중앙본부 상임고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셔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 양국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정재욱 신주쿠 한국상인연합회장은 “어제부터 코리아타운이 있는 신주쿠는 축제 분위기다. 한인 뿐만 아니라 일본 상인들도 현수막을 걸고 전광판에도 환영 메시지를 내고 있다”면서 “다음에 방문하시면 한인타운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17일 한·일 교류를 지원하고 있는 한일의원연맹과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정계 주요 인사들을 만난다. 이어 양국 간 주요 경제인들이 동석한 가운데 오찬을 겸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갖고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와 기업인간 교류를 지원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일본인 대학생과 한국인 유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게이오대학에서 한·일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진뒤 이날 오후 늦게 귀국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15년 동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다. 지난해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 국정을 주제로 전국의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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